본문 바로가기

기타공학/비행기

김해공항 신청사 활주로는 김해시 방향 일 수 밖에 없었을까


김해공항 신청사에서 불과 5km 거리인 김해의 사정




Wikimedia Commons




김해공항 신청사와 활주로 조감도가 공개되었습니다. 



가덕도 vs. 밀양의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폐기되면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났었는데요. 



이번에 신청사와 활주로의 부지 예정도를 보면 활주로 1개와 청사 1개가 추가 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http://www.molit.go.kr/gimhae/content.jsp




그런데 신청사 활주로를 보면 기존 활주로보다 약간 틀어진 각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활주로와 같은 방향이 되어야 공항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터인데, 굳이 활주로를 겹치게 만든건 이유가 있겠지요?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다음의 국토교통부 홍보 자료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http://www.molit.go.kr/gimhae/content.jsp





어프로치 방향으로 자연 장애물인 산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항공기들이 장애물을 피하는 써클링 어프로치를 해야만 하는데, 김해의 경우 돗대산이 지척이라 조건이 까다롭고,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서클링 어프로치를 해야 합니다.



나쁜 기상상황에 조종사 실수까지 겹쳐지면 대 참사로 이어지게 되지요.



실제 김해공항에 2002년 중국국제항공 129편 추락사고가 났었습니다. 



en.wikipedia.org




기상악화 + 남풍으로 인한 서클링 어프로치 + 조종사의 실수 3단 크리가 터져 B-767기가 해발 380m의 돗대산에 추락한 사고였지요. 



탑승객 167명중 128명이 사망한 참사였는데다가, 대부분의 승객이 한국인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MCCH6H6pA




덕분에 중국항공사들은 김해 정기편 파일럿에게 생명수당을 지급한다고 소리가 있습니다. 항덕들 사이에서는 김해탁이라는 별칭으로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의 어프로치 난이도를 자랑했던 홍콩의 카이탁 국제공항에서 유래. 현재는 폐쇄되고 첵랍콕 국제공항이 관문역할을 함)





그럼, 활주로를 동서 방향으로 하면 되겠네?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김해공항 부지를 보면, 북쪽의 김해와 서쪽의 부산에 산들이 병풍처럼 포진하고 있습니다. 







부산쪽은 600m에 가까운 높은 지형을 가지기 때문에 그나마 300m의 낮은 산들이 있는 남북쪽 방향으로 활주로가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김해공항은 남쪽에 바다를 끼고 있습니다. 바람이 대부분 내륙에서 불어오는 북풍이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남풍이 가끔씩 부는 지형입니다. 



만약 동서를 가르는 활주로를 만들면 이착륙 항공기에게 측풍 (Cross wind)가 불게 되는데, 경 축 헬게이트 오픈. 



https://www.youtube.com/watch?v=lLmZ5jcQPYE



착륙할 때 마다 매번, 서클링 어프로치 만큼 골치아픈 조종 스킬이 요구되게 됩니다.



뭐 이런 거지 같은 자리에 공항을 만들었나 보니, 김해공항이 원래 군용 기지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포격으로부터 기지를 보호하기 위한 입지였다는 것. 



http://www.defenseindustrydaily.com



1945년 일제에 의해 만들어졌고,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운용되다, 현재는 공군의 5공중기동비행단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대한민국 공군 조기경보기 E-737을 운용하는 기지 (제51항공통제비행전대)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여튼 이런 환경 덕분에 지금의 활주로의 방향이 나왔던 것이고. 신청사 활주로의 경우 기존 사고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각도를 틀 수 밖에 없던 상황이란 소리지요.



구글맵




문제는 항공기가 진입하는 어프로치 라인에 김해시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활주로 북쪽 끝단에서 김해 시청까지는 불과 4km입니다. 이 정도면 항공기에게는 거의 지근거리 수준입니다.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김포공항의 경우 어프로치 라인의 4Km 거리면, 경인고속도로 신월 분기점쯤 되는데, 지나다니시는 분들은 알 겁니다. 여객기가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비행하는 여객기를 볼 수 있어요. 



아마 김해 시내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NvQF3_Vy7BA




다행히도 대부분의 항공기는 김해평야가 있는 남쪽으로 진입합니다. 북쪽에서 진입하는 경우는 그렇게 잦지 않습니다. 



허나, 기상 상황에 따라 분명 김해를 통과하는 경우도 발생할 테고, 안타깝게도 김해주민의 대부분이 신공항 소음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P.S. 글 쓰고 찾아보니, 이미 문제를 제기한 기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도 아닌거 같고, 밀양 신공항도 아닌 거 같고. 김해공항 확장도 문제가 있고.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대안은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