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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공기부양열차 아에로트랭


1960년대 고속철도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

 

 

인터넷을 검색하다 흥미로운 사진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큰 프로펠러가 달린 기차였지요



http://sobify.com



예전에 제트엔진이 장착된 기차에 대해 (관련 포스팅) 글을 올린 적이 있는지라, 옳거니 제트엔진 장착도 시도되었으니, 프로펠러도 달릴 수 있겠구나 라며 납득하고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의 아에로트랭 (AeroTrain)이라는 시험 철도차량 이였습니다



그런데 헐, 찾아보니 단순 프로펠러 추진 기차가 아니었습니다. 호버크래프트와 기차를 합친, 최첨단 고속 열차였었습니다. 1960년대 고속철도의 컨셉으로 개발되었던 차량이었습니다.



http://donsdepot.donrossgroup.net



1960년대 후반서구권은 철도의 고속화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하늘에서 제트기가 활약하며 막 음속을 뛰어 넘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기차 역시 200Km 이상의 고속 철도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있었던 시기 였습니다



(시험 삼아 제트엔진도 달아보고, 나중에 결국 터빈엔진이 장착되는 기차까지 등장합니다.) 

 


oldmachinepress.com



 

추진동력이 이미 개발되어 있는 상태라, 차량 자체의 속도야 어떻게든 끌어 올릴 수 있었는데, 정작 문제는 엔진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마주 닿는 바퀴와 철로가 고속에서 버티질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의 철도는 일정한 속도 이상에서 헌팅 오실레이션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en.wikipedia.org




철로 위에서 기차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는 현상으로, 고속주행에서 줄어든 마찰저항이 속도에 따라 늘어나는 주행(공기) 저항과 같아지는 시점에 발생합니다



마찰력 < 주행저항 이 되면서 휠이 맨들맨들한 철로 위에서 춤을 추게 되고, 이게 일정한 진동으로 반복되면서 선로손상은 물론 휠이 파괴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때문에 철로 위에서는 230km/h 이상 고속을 낼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이었지요.

 




 

그래? 그럼 아얘 철로에 닿질 않게 기차를 만들자


라는 컨셉으로 아에로트랭이 등장했던 것입니다



http://justacarguy.blogspot.kr/




호버크래프트처럼 에어커튼을 만들어 차체를 지면 위에 띄어놓고, 대형 프로펠러를 추진력으로 이용하여 가속한다는 개념이지요



마찰저항 자체가 없어지므로 헌팅 오실레이션에서 자유롭고, 공기로 차체를 부양하다 보니, 선로에 보다 적은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선로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en.wikipedia.org



 

1966 1:2 스케일의 아에로트랭 1,2호기와 6.7km의 시험선로를 만들어 기술실증을 시도했고, 3년후인 1969년에는 아에로트랭 I80를 만들어 꿈의 속도인 250km/h를 넘습니다



1600마력의 터보 샤프트 엔진 2기가 주 동력원으로 직경 2.3m 프로펠러가 장착되었지요



kr.pinterest.com/pin/286963807483676296/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이후 꾸준한 엔진 개량을 거쳐, 1974년에 최종적으로는 평균시속 417.6 km, 최대시속 430.4 km 을 기록하게 됩니다.

 


en.wikipedia.org

 



하지만 개발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1960년대 중반은 일본에서는 신칸센이 등장해서 220km/h 상업운전속도를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기존 재래식 전동차로도 고속달성이 가능함이 증명되었죠



http://retours.eu




1972년 프랑스에서도 가스터빈엔진이 사용된 TGV 시제차량이 무려 318km/h를 찍는데 성공합니다. 



반면 아에로프랭은 공기 부양을 위한 장비들 덕분에 소음이 컸고, 연료소모가 심했습니다. 갈길은 먼데, 재래식 기차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미 고속을 실현하고 있었지요.

 

 

www.nuancierds.fr




결국 호버크래프트 방식의 아에로트랭은 결국 개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1970년대 후반에 페기처리되고 맙니다



새롭고 뛰어난 기술이었지만, 자본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재래식 철도의 개선’과 ‘완전한 새 기술의 개발’, 두 가지 모두에 돈을 쏟아 부을 여력이 없었거든요.



너무나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컨셉은 전혀 다른 추진방식에 접목되어, 자기부상열차의 방식으로 명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6OmN0u0Xv4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업운전 열차가 바로 상해 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 (Maglev)로 시속 400km/h 입니다.)

 










 

P.S. 이런 방식의 고속 열차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개발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공기부양열차인 ‘트랙 호버크래프트’ (Trakced Hovercraft)가 만들어졌는데요. 프랑스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프로그램이 조기 폐기 되었다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