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다 앞섰던 탐사 로버 루노호트에 대하여
아시는대로 문레이스에서의 승자는 미국 이었습니다. 미국의 기술 발전을 무리하게 추격한 탓에, 소련의 N1 프로젝트는 로켓을 제대로 올려 보지도 못한 채로 접었어야 했지요.
하지만, 유인 달 탐사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구 소련의 우주항공 기술력은 절대로 무시당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1970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딛은 지 불과 1년만에, 우주 최초의 이동식 탐사 로봇을 달에 착륙시켰거든요. 바로 구 소련의 무인 달 탐사 프로그램 루노호트 입니다.
루노호트는 원래 N1프로젝트를 백업하는 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문 레이스 당시 소련은 상당히 원대한 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유인 달 탐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바로 즈베즈다라는 월면 기지를 세울 생각이었습니다.
우주 기지 개발에 이동 수단은 당연히 필요하지요. 아니 꼭 우주 기지가 아니더라도, 이동 수단이 있으면 탐사에 도움이 될 게 분명했습니다.
(실제 미국도 탐사 거리에 갈증을 느껴 아폴로 15호 부터는 월면차를 활용해서 달 탐사를 실시했었습니다.)
하지만 N1 로켓은 폭발했습니다. 소련은 달에 사람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루노호트는 개발이 거의 마무리 된 상태였지요.
비록 유인 탐사에서는 미국놈들 에게는 뒤졌지만, 탐사 로봇을 보내 마더 로씨아의 실력을 보여준다!
1970년 11월 프로톤K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약 5일의 여정을 거쳐 '비의 바다'에 성공적으로 착륙합니다.
루노호트는 우주 최초의 이동식 탐사 로봇의 타이틀 답지 않게 상당한 대형입니다. 2.3m의 길이에 약 750kg의 중량을 가진 대형 로버이지요.
태양전지를 주 에너지원으로, 파노라마 카메라 외 각종 기초 측정 장비가 장착 되어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와 같은 무선지령 방식으로 이동했습니다.
시속 1-2km의 속도로 빠르진 않았지만, 예상 설계 수명 3개월을 뛰어넘어 약 1년간 가동된 덕분에 10.5km의 거리를 주행하며 2만 여장의 사진을 찍어 전송합니다.
물론 다양한 시험들도 실시했고요.
이에 고무된 소련은 3년 뒤인 1973년에 루노호트 2호를 발사하게 됩니다.
2호 역시 1호와 마찬가지로, 르모니에 크리에이터에 성공적으로 착륙 하는데요. 무게가 약간 늘어나서 840kg였지만, 기본적으로는 1호와 동일한 스팩의 로버였습니다.
그런데 1호와는 달리 2호는 불과 4개월 뒤인 1973년 5월 미션이 끝납니다.
루노호트 2호가 이동 중에 크레이터 벽에 부딛쳤고, 이때 덮어쓴 먼지가 냉각기에 들어가면서 고장이 났던게 원인으로 밝혀졌지요.
루노호트 3호가 완성되어 있었음에도 이후 소련은 더 이상의 무인 로버를 달에 보내지 않습니다.
애초에 순수한 과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체제선전을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무리하게 예산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란 타이틀도 뺏긴 마당이 었으니 더 그랬겠지요.
그럼에도 기술적임 부분만 봤을 때, 루노호트는 상당히 진보적인 방식의 무인 탐사 로봇이었습니다.
위의 그림만 봐도, 착륙 부터 전개, 이동까지의 방식을 보면 30여년 후의 큐리오시티와 동일한 방식임을 알 수 있지요.
선구자로써 후대의 유사 프로그램들에게 영감을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 최초이 달 착륙에 가리워 빛을 보지 못한 루노호트.
불과 반쪽 짜리 성공이 었지만, 기술은 살아남아 지금의 우주강국 러시아를 만들어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P.S. 추운 밤에는 태양전지 뚜껑을 닫고 방사능 물질의 붕괴열로 보온을 했다고 하네요. ㅎ Zoltan님 내용 추가 감사합니다!
'기타공학 > 다른 공학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의 지하 1,000m 에 대형 수조 시험실이 있다고요? (2) | 2017.08.15 |
|---|---|
|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줄 알았던 소형 핵융합로가 현실로? (8) | 2017.07.26 |
| 현기증 나는 속도로 거대해 지는 천체 망원경들 (8) | 2017.07.21 |
| 임플란트 - 인공 치아 시술 과정에 대한 영상소개 (7) | 2017.07.20 |
| 가상 화폐 비트코인의 장점, 단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6) | 2017.07.19 |
| 대형 광산트럭에서도 전기차를 만나볼 수 있다고요? (2) | 2017.06.13 |
| 직접 탈 수 있는 스케일 모형 철도 영상모음 (2) | 2017.06.12 |
| 성능을 위해 연비를 포기한 독특한 엔진 (20) | 2017.06.06 |
| 중장비를 타볼 수 있었던, 킨텍스 2017 한국국제건설기계전 (5) | 2017.06.02 |
|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공기부양열차 아에로트랭 (8) | 2017.05.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