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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유지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GPS 시스템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항법 시스템의 이런저런 이야기

 


어느 날 차에 달린 네비게이션을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문득, 제 차가 도로가 아닌 건물 한 복판에 놓여 있는 걸 발견 했습니다.





? 이게 왜 이러지? 네비게이션 고장인가?



늘상 다니던 길이라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살짝 신경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조금 달리다 보니 다시 차가 도로 위로 돌아오더군요.



이런, 5년이나 되었더니, 이제 바꿀 때가 되었나 보다.

 


그런데 사실 이런 현상은 네비게이션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 있습니다. GPS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지요.


 

아시는 대로 GPS는 인공위성의 신호를 이용해 위치를 분석합니다



en.wikipedia.org



30여기의 *GPS위성이 궤도를 돌며 지구에 신호를 보내는데요. GPS 수신기는 일반적으로는 세 개 이상의 위성신호를 수신 해서, 삼각측량법을 통해 위치를 확인 합니다.

 


* 내브스타(NAVSTAR - NAVigation Satellite Timing And Ranging) 위성, 궤도용 24 + 수정용 6

 


문제는 이 위성들의 궤도가 거의 정지궤도에 가까운 2만 2km 이다 보니까, 신호에 오차가 발생 한다는 점입니다. (정지궤도, 3만 6천km)



자연계에 악영향을 끼칠까 싶어, 내브스타 위성의 신호 자체도 약하게 해 놓았는데, 수신 거리까지 멀다보니 신호에 여러 잡음이 겹칠 수 밖에 없습니다



잡음이 많으면 신호 분석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이동 중에 딜레이가 발생하면 정확한 현재 위치를 찾을 수 없을 거고요.

 


http://www.avionicswest.com




게다가 수신지역의 조건도 시시각각 바뀝니다



전파가 전리층을 통과할 때 이온입자와 부딪칠 수도 있고, 전리층을 통과한 전파가 대기권을 통과할 때 수증기에 닿아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게 항상 일정하면 괜찮지만, 전리층은 태양의 상황에 따라, 대기는 기상 상황에 따라 항상 다른 조건을 가집니다. 실시간 보정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RgwVm9qWKA




약간 번외입니다만, 위성이 갖는 태생적인 오차도 있다는 군요



특수 상대성이론의 쌍둥이 패러독스라고 들어 보셨을 건데,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의 시간은 정지한 물세의 시간보다 천천히 가게 됩니다



내브스타 위성의 이동 속도는 초속 3.78km입니다. 시속 13km, 마하10에 가까운 속도입니다



덕분에 GPS 내부의 시계는 매일 38.6 마이크로초씩 느려지게 되고, GPS를 관제하는 '콜로라도 스프링스 슈리버 공군기지' 에서 이를 정기적으로 수정한다고 합니다.

 





여튼 이런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GPS에는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면 약 15m의 오차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잠깐 동작그만, 어디서 약을 팔어?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GPS의 오차가 센티미터 단위라던데,


실제 오차가 몇십 미터 단위라면, 이걸 어떻게 무기에 써먹는단 말이지?

 


결론만 말씀 드리면, GPS 신호는 민간용과 군용이 별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L1부터 L3까지 주파수 대역을 세 가지로 세분화 해서 사용 중인데요. 이중 하나가 민간용으로, 다른 둘이 군용으로 할당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채널이 하나 더 많은 군용이 민간용 보다 정확할 수 밖에 없겠죠.

 


http://direct-trackconsulting.sandvox.net




주파수 분할은 보안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로, 신호 자체가 개방되어 있는 민간용의 경우, 교란장치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편입니다



2011년인가 북한이 GPS 교란 전파를 발사해서, 핸드폰 시계가 잘못 표시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었지요



아니 애초에 민간용 GPS가 너무 정확해져 버리면, 적국이 GPS를 이용해 무기를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 SA (Selective Availability) 모드라고, 지금은 폐기되었지만, 민간용 GPS에 일부러 오차를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commons.wikimedia.org



그러고 보니 무슨 공공재 처럼 GPS를 쓰고 있는데모두 미국에서 만들어서미국에서 관리되는 인공위성 시스템이네요?



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GPS의 관리 주체는 슈리버 공군기지의, 미공군 제50 우주비행단 입니다



군에서 운용하고 있고, 따라서 GPS 시스템은 미 정부의 자산이란 이야기 입니다. 애초 GPS 자체가 군에서의 사용을 전제로 개발 되었기 때문에, 굳이 민간에 까지 개방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83,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이 전환점이 됩니다



http://www.cavok.com.br



항법장치 이상으로 소련 영공을 침범한 여객기가,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사건으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끔직한 사고였습니다.

 


당시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 소련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강하게 비난했고



일차적인 원인이 고장난 관성항법장치에 있음이 밝혀지자, 결국 GPS를 민간에 개방하기로 결정합니다



laboratoryofhiddenalternatives.wordpress.com



KAL 007편 사고의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GPS를 유지하는데 연간 약 75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든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gpsworld.com



최신형인 Block-IIR 위성의 평균 수명이 8년 정도로, 30대의 위성을 상시 운영 하려면 1년에 최소 3대의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1년에 1조원이라는 비용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개방된 계기가 대형 참사에 우리나라 민항기이니, 참 아이러니할 뿐입니다.


 

잠깐 이야기가 샜네요.

 


여튼 GPS자체는 미국이 큰 돈을 들여 운용하는 시스템입니다. 민간에 개방되었다고 한들, 타국에서 (정밀도를 요구하는) 군용으로의 사용은 불가능 하고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는, 자국 전용의 독자적인 GPS 체계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dipol.ie




일단 불곰국 러시아가 시스템을 완성한 상태입니다



글로나스라고 불리는 시스템인데, 2011 30대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면서 구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GPS와 마찬가지로 전 지구를 커버하고, 북미 대륙에 중계국을 설치하지 못해 미국와의 마찰이 있다고 하는군요. (GPS의 경우 러시아에 중계국이 설치되어 운용되고 있습니다.)



정확도 면에서는 GPS에 다소 못미치지만,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시스템을 구축 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esa.int




이를 가만 보고 있을 유럽이 아니지요. 유럽연합은 갈릴레오라는 이름의 위치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2007년 첫 삽을 떴고, 2020년까지 30기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6년말까지 총 14개의 위성이 가동에 들어가서, 부분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상태입니다.



워낙 큰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인지라, 유럽국가 외에도 일부 국가가 파트너로 들어가 있는데



여기에 우리나라도 밥숟갈을 얹어 공동 참가국으로 등록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대한민국 만만쉐이.

 


www.wired.com




가장 늦게 뛰어들은 중국도 베이더우-북두 라는 항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유럽보다 약간 빠른 페이스로 위성을 쏘아올려, 이미 2012 15기의 위성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2020년 전체 서비스롤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n.wikipedia.org




GPS에 대해 이런저런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시스템 구축비용, 유지비용이 생각보다 작지 않다는게 놀랍고, 그럼에도 러시아, 유럽, 중국 등등 생각보다 많은 국가들이 독자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요



그만큼 GPS가 가지는 가치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다가 언젠가 위성을 이용한 순간이동 시스템이 등장하는 건 아닐까, 이상한 공상에 빠져 봅니다. 

 



 


P.S. 논점 일탈을 피하기 위해 대한항공 007편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언급 했는데, 007편이 잘못 들어간 항로가, 미 정찰기가 자주 다녔던 항로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정찰 비행으로 촉각이 곤두선 당시 소련이, 육안 확인 없이 민간 항공기를 격추한 배경으로 의심 받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