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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선박

프랑스가 보유한 세계 최소형 공격원잠


루비급 잠수함,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격원잠




북핵문제가 '잠수함 탑재 탄도미사일'로 인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북극성 SLBM / abc.net.au




SLBM이라 불리는 이 녀석은 일반 탄도미사일 보다 더 위협적인데, 바닷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발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공격형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지요.



대한민국 214급 / en.wikipedia.org




이제야 1,700톤급의 재래식 잠수함을 확보한 나라에서, 갑자기 핵잠수함이라니요. 



그것도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1만톤급에 육박하는 대형 잠수함이 아니라 3천톤급 소형 핵잠수함이라니요.



응당 일이라는게 단계가 있는데, 이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요. 걱정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실제 이정도 크기의 원자력 잠수함을 운용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르트리옹팡급 / ForoCoches.com




프랑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 잠수함은 크게 두 가지 종류입니다



하나는 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르 트리옹팡급 잠수함으로, 영국의 뱅가드급, 미국의 오하이오급과 같은 수중 미사일 사일로의 역할 맡고 있습니다. 



미사일을 탑재 하다 보니, 수상 배수량이 13,000톤으로 덩치가 큰 편입니다.



프랑스 루비급 / en.wikipedia.org




하지만 루비급 (아메스타트급)이라고, 오로지 상대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한 헌터킬 공격형 잠수함을 가지고 있는데, 이 녀석이 무려 2,400톤급입니다.



일본의 최신예 디젤 잠수함인 소류급이 2,500톤입니다. 원자력 추진이면서 재래식 잠수함 보다 덩치가 작지요.



일본 소류급 / en.wikipedia.org




상식적으로 잠수함은 어느 덩치 이상 되어야 좋은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배수량이 커야 어뢰를 많이 실을 수 있고, 더 좋은 소나를 달 수 있고, 운용 병력을 더 여유롭게 배치할 수 있습니다.



잠수함 선내 침실 / sofrep.com




몇 주, 길게는 몇 달동안 좁은 잠수함에서 갇혀 사는데, 조금이라도 규모가 큰게 낫지 않을까요. 



아래 영상은 최근 해군에서 공개된 손원일급 잠수함의 내부인데, 좁아도 이렇게 좁을 수 없습니다.





혹시, 루비급이 작지만 효율적인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건 아닐까요? 작게 만들 수 있는 어떤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걸까요? 



찾아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현재 배치된 서구권 공격원잠 중에 가장 나쁜 성능을 가졌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루비급 / http://www.naval.com.br




너무 작다 보니, 작전가능기간이 불과 30일입니다.



덩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의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해야 하는데, 덕분에 10년에 한번 연료봉 교환을 위해 오버홀을 해야 합니다.



수중 최대 속도로 25노트 (46km/h)로 다른 공격원잠의 35노트(64km/h)에 비해 한참 떨어집니다



모든 성능이 일반적인 공격원잠의 1/3 수준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제네시스, 에쿠스를 쓰는데, V6 3.6L 엔진을 단 아반떼를 쓰는 것과 비슷 하다고 할까요.



프랑스 샤를드골 원자력 항공모함 / en.wikipedia.org




이런, 프랑스가 하늘, 바다 위에서 뿐만 아니라 바닷속에서도 희대의 삽질을 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더 뒤져보니 여기에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소형으로 만들어야 했던 사정이었지요.



루비급은 프랑스의 1세대 공격원잠입니다



프랑스 루비급 / defence.pk




초도함은 1979년에 취역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프랑스의 전략원잠 랑플렉시블급의 마지막 함이 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전략원잠에 탑재되는 SLBM을 자체 개발하다 보니, 모든 국가적 역량을 전략원잠 개발에 쏟아 부어야 했습니다. 공격원잠의 개발을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었지요.



http://militarynavalhistory.net




하지만 당장 주변국인 영국만 해도 미국으로 부터 폴라리스 A-3 SLBM를 도입하여 전략원잠 레졸루션급을 1967년 부터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전략원잠의 배치가 빨랐던 만큼 1세대 공격원잠인 스위프트셔급도 1973년 부터 운용할 수 있었지요. 


모두 프랑스 보다 무려 10년이나 빠른 시기였습니다.



아고스타급 디젤 잠수함 / dinmerican.wordpress.com




주변국에 뒤쳐질 수 없었지요. 



프랑스의 선택은 디젤 잠수함(아고스타급)을 베이스로 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었습니다.  2천4백톤급의 루비함의 탄생이었습니다. 



선체 사이즈가 작지만 그래도 원잠입니다. 



AIP가 달렸다고 해도, 일반 잠수함은 며칠에 한 번은 부상해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지요. 배터리 성능의 한계 때문에 수중 고속 주행이 불가능합니다. 



루비급의 작전기간이 30일 이지만, 탑승한 사람의 문제일 뿐 기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원자력 에너지원 덕분에 장기간 공격적인 수중 작전이 가능합니다. 



완전 신규 개발보다 리스크가 덜하고, 개발 기간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http://sharedw.org




비교적 단기간에 영국과의 전력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루비급의 소형화는 프랑스에게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겁니다.




여담입니다. 미국이 영국과 프랑스를 얼마나 다르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하는데, 



여튼 원잠기술이라는게 무척 민감하고, 고급 기술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foxtrotalpha.jalopnik.com



현재 프랑스는 랑플랙시블급을 퇴역시키고, 최신형 르트리옹팡급 전략원잠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공격원잠인 루비급 역시 후속함인 바라쿠다급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배수량도 약 두 배가 늘어 5천톤급으로 예정 되어 있지요. 이제야 진정한 공격원잠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KSS-III / en.wikipedia.org




서두에 잠깐 언급 했습니다만, 우리나라도 차기 잠수함인 'KSS-III'에 원자력 추진 적용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공격원잠을 가져야 한다면, 과연 현재의 3천톤급은 과연 적당한 크기일까요. 



공격원잠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들은 어떻게 확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예산과 시간을 얼마나 필요한 것일까요.



루비급과 대비되는 KSS-III가 상당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자력'의 정치적인 면들을 떠난다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