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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한국형 발사체의 액체연료 엔진은 과연 불합리한 선택 이었을까


액체연료 엔진의 개발이 어려운 이유 – 터보펌프




항우연에서 KSLV-II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이 한참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추력 75톤급 (735 kN)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 해서, 300km 저궤도에 2.6톤의 화물을 올릴 수 있는 능력으로 설계 되었는데요. 



2016년에 연소시험도 시작 되었고, 첫 발사가 2019년으로 예정 되어 있으니, 개발이 착수된 2010년으로 부터 딱 9년 만에 개발이 완료 되게 됩니다. 



* 업데이트 : 첫 발사가 2021년으로 연기된다는 2018년 2월 초 항우연 발표가 있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yEwQ39GjUlA



조만간 우리나라도 자력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릴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만만쉐이.



그런데 자료를 찾다 보니 75톤급 엔진에 구형 기술이 적용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구형기술로 인해 다른 로켓들 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상업위성 발사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소리도 있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지적 되었는데, 



하나는, 대형 고체로켓 부스터의 부재. 또 다른 하나는 다단 연소사이클 / 폐쇄형 터보펌프의 부재였습니다.



로켓은 크게 액체연료 방식과 고체연료 방식으로 나뉩니다. 



현재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KSLV-II의 75톤급 엔진은 액체연료 엔진으로, 비추력이 좋고, 추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추력은 자동차의 마력, 추력은 자동차의 토크 정도로 보심 됩니다.)



Pixanews.com




반면 고체연료 엔진은 비추력은 다소 떨어지나 추력이 우수하고, 연료의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요.



 (액체연료의 경우 극저온의 연료와 산화제를 발사 직전에 주입해 줘야 하는 고충이 있습니다.)



장단점이 극명하게 달리다 보니, 대부분의 발사체는 두 방식의 로켓을 혼합해서 쓰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이게 불가능합니다. 



관리가 용이해 쉽게 군사용으로 변-_-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들어 놓고, 페이로드에 탄두를 넣으면 그게 ICBM 이거든요. 



nationalinterest.org




트럭에 싣고 다니다, 마음에 안드는 녀석이 있으면 그냥 쏘아주면 됩니다. 강대국들이 기술이전을 꺼리는 건 당연지사. 



여기에 우리는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민간용, 군용을 포함 총 추력이 초당 100만 파운드 이상 되는 고체로켓을 개발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탄도탄 개발 당시 미국에게 기술을 받는 대가로 맺은 지침인데, 이게 우리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여튼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액체연료 엔진을 개발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http://www.spaceflightinsider.com



하지만 조금 살펴보면 미국의 델타IV 헤비같이 엑체 부스터를 사용하는 발사체도 있습니다. 스페이스 엑스의 팔콘 X처럼 부스터 없이 운용되는 발사체도 있습니다. 



어차피 대형 발사체 개발을 위해서는 액체연료 엔진 개발이 필수이지요. 



고체연료 엔진을 건너 뛰는 바람에, 돈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부스터가 없다고 대형 발사체 개발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패쇄형 터보펌프라고 불리는 부분은 조금 자세히 살펴 봐야 해요. 



commons.wikimedia.org




터보펌프는 엑체 로켓 엔진의 핵심 부품 중에 하나입니다. 연료와 산화제를 고압으로 분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로켓 노즐에는 불이 붙은 고온 고압의 가스가 나오는데, 이 녀석이 탱크로 역류하면 폭-_-발 이거든요. 역류를 막기 위해 반드시 고압분사 시켜 줘야 합니다.



압력과 온도가 워낙 높다 보니 소재서부터 설계까지 개발이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ko.wikipedia.org




터보 펌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고, 크게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과 '다단연소 사이클' 방식으로 나뉩니다.



터보펌프는 메인 엔진에 기생(?)하는 형태로, 로켓의 연료를 조금 빌려와서 구동 시키는데요.



터보펌프 돌리고 난 연소 가스를 그대로 배출하면 가스발생기 사이클, 



연소 가스를 다시 연소실로 보내서 재활용 하면 다단연소 사이클이 됩니다. 




ko.wikipedia.org




 다단연소 사이클의 개발이 어려운데, 한 번 연소된 가스를 다시 사용해야 하므로, 가스발생기 사이클 보다 더 높은 고압과 고온이 요구 됩니다. 



연료의 재활용 덕택에 추력도 좋습니다. 약 10% 정도의 추력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는군요.



(노즐 옆에 터보펌프의 가스 분출구가 있느냐 없느냐로 쉽게 구분 됩니다. 시커멓고 가는 연기가 따로 나오는 걸 볼 수 있어요.)



www.kari.re.kr




네, KSLV 75톤급 엔진은, 구형의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겁니다.



흠. 효율도 떨어진다면서 굳이 개발 때부터 구형엔진을 사용할 이유가 없지 않까요? 상용 발사체 시장으로의 진입을 염두에 둔다면, 충분히 가능한 지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짚어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다단연소 사이클이 최신 기술인건 맞아요. 하지만 발사체 시장에서는 아직도 가스발생기 사이클 엔진을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spacex.com




위에서 언급한 두 발사체, '팰컨9'과 '델타IV'가 모두 가스발생기 사이클을 사용 중입니다. 유럽의 아리안 5역시 가스발생기 방식의 엔진을 장착하고 있지요.



구형이라면서 아직도 현역으로 잘 활동하고 있지요. 



(심지어 델타IV는 세계 최대의 발사체 왕좌에 올라있습니다. 2018년이면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가 명성을 이어 받겠군요.)



로켓 개발은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이 충분히 된 가스발생기 사이클 방식이 보다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단 소리입니다. 



처음부터 최신형 엔진을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걷지도 못하는데 뛰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요.



globalsecurity.org




사족으로, 우리나라 엔진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개발 중입니다. 



러시아의 엔진 기술은 미국이 놀랄 정도의 수준이지요.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RD-170 엔진은 세계 최대 추력을 자랑하거든요.



rt.com



다단연소 사이클 이고, 여기에 농후 산화제 방식이라, 



농후 연료 방식을 쓰는 미국의 SSE (스페이스셔틀의 메인 엔진) 보다 더 높은 온도, 더 높은 압력에서 분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블로그



KSLV가 러시아로부터 얼마 만큼의 기술지원을 받았는진 알 수 없습니다만, 불과 9년 만에 괜춘한 엔진 시제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항우연에서는 KSLV 프로그램과 별도로, 이미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의 개발에 착수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가 공돌이를 가는 능력 하나만은,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엔진을 바탕으로 몇십년 안에 우주개발 강국의 대열에 오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