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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닥터헬기에 대한 이야기


헬기를 이용한 중증외상환자 응급수송 시스템, 닥터헬기/닥터헬리




2017년 여름에 있었던 EBS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797회에서 이국종교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저는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상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 중증외상센터 팀을 이끌고 계신 분으로, '아덴만의 여명작전'에서 있었던 석해균선장의 총상을 성공적으로 치료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아왔습니다. 



한 번 시간내어 영상을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만, 



못 보실 분들을 위해, 우선 내용을 짤막하게 요약해 드리면,



. 중증외상이란 교통사고와 같이 외부의 원인에 의해 신체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상태를 말하며. 젊은 세대 (10-30대)의 사망 원인의 1위임.



. 이들이 사회의 중심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중증외상 치료에 대한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었음.



. 게다가 환자의 대부분이 노동인력으로,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구성원들이 더 많이 다치는 경향이 있음.



. 사고 후 1시간 (골든아워) 내에 생사가 결정되는 관계로, 항공을 이용한 응급 구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시스템에 사회인식까지 미미함. 



. 영국 HEMS (Helicopter Emergency Medical Service) 기준은 15분으로, 우리나라 평균 후송시간은 4시간 이상이라고 함. 



. 의료인력도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팀의 경우 한 해 출동만 300여차례, 그 중 35%는 야간에 출동한다고 함. 



. 헬리콥터가 출동할 경우, 착륙장소에 제한이 많음. 주민으로 부터 소음민원이 빗발친다고 함 (산악회에서 김밥에 모래가 들어갔다는 농담 같은 민원 소개도 있었습니다.)



. 시스템의 문제, 사회인식의 문제는 비단 중증외상치료 분야에만 해당되지 않지만 (여기서 세월호에 대한 언급이 나왔죠.)



. 여튼 이 모든 것들이 발전 되어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며 강의를 마무리.



G1 - Globo.com




삼호주얼리호가 피랍된 게 2011년 1월이고, 



도로교통법 위반 과태료의 20%를 중증외상센터를 운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법이 개정된 게 2012년, 



그리고 전국 대형 병원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열린 게 2016년이니, 



6년 동안 시스템이 진보하긴 했군요. 



물론, 이 모든 것이 이국종교수가 언론에 소개 되면서 시작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구요. (언론을 좋은 쪽으로 잘 활용한 사례일 듯 합니다.)



businesstimes.com.sg




하지만 강연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시스템 발전에 못지않게, 우리 개개인의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시스템이 완벽하게 돌아가려면 아직 시간도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의료법 관련 정부 예산 + 병원의 자체 예산으로 운용되는데요. 



아래 링크에서 확인 듯, 닥터헬기의 출동 비용 역시 이들 예산으로 충당되며, 환자에 무료로 제공 되고 있습니다. (물론 후송기준은 엄격하게 관리되어 있습니다.)








4시간 이라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닥터헬리는, 부족한 응급 구조헬기의 수에서 비롯되고, 결국 한정된 예산 때문이라고 봐야 겠지요.



다음 기사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이 붙어 있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스템의 문제이지, 이를 운용하는 인력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에 등장한 닥터헬기 기종은 2가지로 유로콥터 EC-135와 아구스타 웨스트랜드 AW-109 입니다. 



EC-135 / Wikimedia Commons


AW-109 / HeliHub.com



70km로 이동거리에 제한이 걸린 기체는 윗쪽의 EC-135인데, 한 눈에 봐도 아랫쪽의 AW-109에 비해 소형입니다.



내부에 장착된 장비들의 중량을 고려한 이동거리 제한에, 안전을 위해 일몰후 출동도 제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야간에 운용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문제 삼아야지, 밤낮으로 닥터헬기를 관리하고, 사용하는 쪽을 문제 삼으면 안되겠지요. (예산부족, 돈의 문제란 소립니다.)



규정을 어기고 운항했다가, 고급인력과 장비를 잃는 사고를 당해서는 안 될테니까요.



Aviation International News



(참고로 해당 기체는 다른 나라에서도 EMS용으로 사용중입니다.)




기사들을 검색하면, 닥터헬리의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는 부정적인 내용들이 더 많습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사건도 있었지요. 





KBS NEWS




닥터헬리 파손 사건에 대해서는 구구절절히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시스템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인식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석해균 선장 수술로 부터, 6년만 도입된 닥터헬기입니다.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시스템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춰 우리들의 가진 인식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데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는다면, 앞으로 더 나은 응급의료 시스템을 갖게 되리라 마음속으로 생각해 봅니다.





P.S. 1. 거짓말 조금 더 보태어 해당 동영상을 수십번은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국종교수를 무척 존경하지만, 글의 내용상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안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 2. '닥터헬기'보다는 '닥터헬리'가 맞는 용어 같은데, 일본이 벌써 '닥터헬리'를 사용 중이네요;; 



P.S. 3. 마지막 사진의 닥터헬리는 토미카의 BK-117 입니다. 이국종교수 영상을 보고 덜컥 샀다가 집사람한테 한 소리 들어 먹었요.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