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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 차로 보는 경제와 문화

현대가 시도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 헤리티지 라이브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헤리티지 라이브' 토크쇼를 다녀오다





와, 드디어 현대 자동차가 헤리티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요.



좋은 차를, 값싸게 만들어, 많이 판다는 단순 전략에서 탈피했다는 신호로 보이는데요.



현대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 올리려는 시도이고, 이는 향후 100년대계를 결정할 중요한 사안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11월 18일 고양스튜디오에서 '헤리티지 라이브' 토크쇼가 열렸습니다.



포드 20M, 그라나다, 그리고 그랜져를 주제로 한 토크쇼 였는데요.



모두 지금의 현대가 있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 했던 역사적인 차량입니다.





국민성우 배한성씨, 유명 칼럼리스트 나윤석씨, 그리고 현대의 역사를 짚어줄 브랜드전략팀 권규혁씨, 



이렇게 세 분이 세 차량이 가진 재미난 이야기를 좌담 형식으로 맛깔 나게 풀어 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몇 가지 재미난 사연을 소개 하자면,



현대의 첫 차였던 포드 20M은, CKD 방식으로 조립 생산 되었으며,



당시 강남의 집 한 채 가격, 자동차세만 대졸 초임 1개월치를 낼 정도로 고가 였다고 하네요.





지금으로 치면 엘지가 마이바흐를 들여와 생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 때, 범인인 문세광이 20M을 타고 광복절 행사장으로 갔는데, 



고위관료인 줄 알았던 관계자들이 검문소를 그냥 통과 시키면서, 사건발단에 일조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괜히 잘못 검문(?)했다가는 짤릴 수도 있는 살벌한 시대상을 보여준 일화였다고 하지요.





뒤를 잇는 그라나다도 상황은 비슷했고, 6기통 모델에 지금봐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데,



워낙 고가여서 대중이 쉽게 접하지 못한 '전설의 차량'으로 까지 불렸다고 합니다.





유가파동으로 정부에서 6기통 차량의 판매를 금지시켰고, 결국 후속 모델없이 단종된 비운의 차량이기도 했다지요.



하지만 그라나다의 샤시는 쏘나타 개발에 반영되어, 지금의 밀리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게 해준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곁들여졌습니다.





주제의 핵심이었던 그랜저에도 여러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는데,




각진 이미지 때문에 조폭들이 애용 했다는 등


고급차임에도 불구하고 전륜을 도입한 모험적인 차량 이었다는 등


미쓰비시가 개발 할 때부터 관여해서, 부품 국산화율을 높인 기념비적인 차량 이었다는 등의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등장 했습니다.





토크쇼를 보는 내내, 



현대가 판매 해 온 과거 차량에 스토리를 부여하면서, 브랜드에 이야깃거리를 입히는 일이 본격화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스토리텔링은 당장 투자비용이 회수되지 않고, 약간은 막연해서,



뚜렷한 방향성을 갖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하물며 복잡하면서도 고가의 소비재인 자동차 산업에서는, 장기간의 투자가 무척 여려운 사안입니다.






하지만 자국에서 높이 평가 받는 브랜드가 되어야 해외에서도 선전할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와 같이 브랜드 이원화로는 넘기 힘든 과제이지요.





브랜드 로열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성스러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도되어야 하는 일이고,



최근 현대가 시도하는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세 가지 스토리텔링.



향수를 다루는 '헤리티지', 역동을 다루는 '모터 스포츠', 그리고 미래의 가치를 보여주는 '수소 전기차' 이야기들을



어떻게 잘 조화롭게 풀어 갈 지에 따라, '현대'라는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몇 번인가 언급했던 것 같은데요. 현대자동차는 현재 백 년 대계를 위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우리도 독일의 벤츠나 BMW처럼,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국의 '고급 자동차 메이커'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