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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냉전시대 영국의 자존심을 살려준 V 폭격기 시리즈

 

냉전시기, 대영제국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자국산 대형 폭격기들


 

 

저번에 포스팅 한 영국의 자국산 제트전투기 2편쯤 되겠네요.





분량조절 실패로 다 담지 못했습니다만영국이 독자 개발한 기체는 전투기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냉전시대에 대형 지원기도 직접 만들어 운용하기도 했지요.

 


연합군의 승리가 확실시 되던 2차대전 말



영국 공군에서는 대형 폭격기를 개발할 계획을 세웁니다. 냉전의 핵심병기, 핵폭탄을 투사할 플랫폼을 확보하려는 목적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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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쟁 중이라 핵무기를 개발할 여력은 없었지만, 



영미 양국간 맺은 '하이드파크 조약'에 따라, 미국의 핵무기 기술이 영국으로 넘어올 예정이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맨하탄 계획 성공 후, 미국은 조약을 쿨하게 씹어 버리는 패기를 발휘합니다.)



당시만 해도 이 조약을 철썩같이 믿었던 영국은 



핵은 넘겨 받으면 되니, 우선 폭격기 부터 개발한다!



핵폭탄을 실은 상태로 50,000 피트 (15,000m)의 고고도에서, 적진에 침투가 가능한 제트 폭격기를 만들기로 하고, 



1947년 1년에 제조사들에게 개발 계획 제출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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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계획을 제출한 곳은 빅커스사였습니다. 


발리언트라는 폭격기 사양을 제시했는데, 6기의 제트엔진이 달린 대형 기체였지요. 


놀랍게도 프로젝트 발표가 난지 불과 1년만의 일이었습니다. 


전시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제트엔진이 대세가 될거라고 예상하고, 미리 개념설계를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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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뒤이어 핸들리페이지와 아브로 역시 각각 대형 제트폭격기의 개발안을 제출했는데,


받아보니 헐. 이들 기체가 예상외로 상당히 독창적이고 모험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탐이 날 수 밖에 없지요. 


결국 영국공군은 설계안을 제출한 3사의 폭격기 모두를 개발하기로 결정합니다. 


빅커스 발리안트 (Vickers Valiant)

아브로 발칸 (Avro Vulcan

핸들리페이지 빅터 (Handley-page Victor) 


의 첫 글자 V를 따와서 통칭 V 폭격기 시리즈로 명명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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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등장한 발리안트는, 


최종적으로 6발에서 4발 제트 폭격기로 설계변경이 이루어 졌고, 1951년 첫 비행 후  총 100여대가 생산되어 활약합니다. 




4.5톤의 핵폭탄 1발, 혹은 1천파운드 범용폭탄 21발을 탑재할 수 있고 1,720km의 작전거리를 갖습니다. 


1965년까지 영국의 핵무기 플랫폼으로 운용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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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비행에 성공한 건 바로 발칸이었습니다. 


이 기체는 아음속 대형 기체임에도 델타익을 채용해서 눈에 띄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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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탑재량은 발리언트와 비슷했던 반면, 발칸부터는 작전거리가 획기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무려 4,100km를 날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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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발칸의 배치가 시작된 195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영국은 진정한 핵무기 투사체를 보유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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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얼굴을 드러낸 기체는 바로 빅터입니다.


V폭격기 최종 등장형 답게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어, 1천파운드 폭탄 35발을 적재하고 거의 9천km를 비행할 수 있습니다. 


plane-crazy.k-hosting.co.uk



기체 디자인을 보면 발칸 못지않은 상당히 인상적인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발리언트가 퇴역한 뒤, 발칸과 빅터는 영국 폭격기의 두 축으로 자리잡습니다. 


http://www.nationalcoldwarexhibition.org




하지만, 핵 투사 수단이 점차 폭격기에서 미사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영국공군에게 200여대에 달하는 폭격기 전략은 점차 부담이 되어갔고,


결국 1960년대 중반, 빅터 폭격기의 대부분은 공중급유기로 개량되어 사실상 일선에서 후퇴합니다.


이 결정이 나쁘지 않았던건, 곧 이어 일어났던 포클랜드 전쟁의 블랙벅 작전에서 증명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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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본섬에서 1만4천km 가량 떨어진 포클랜드섬에 폭격을 하기 위해 2기의 발칸을 동원하는데, 


여기에 무려 15기의 빅터기가 공중급유 임무로 지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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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멀어 영국이 쉽게 공격하지 못할거라는, 아르헨티나의 의표를 찌르는 대담한 작전이었고, 


성공의 1등공신이 바로 발칸과 빅터였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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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끝나갈 무렵, 빅터는 1984년에, 발칸은 1993년에 모두 퇴역합니다.



당시 영국의 핵억제력의 한 축을 담당한 기체로, 영국 군사력의 자존심을 보여준 상징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commons.wikimedia.org



아무래도 코멧 여객기를 개조한 님로드 대잠기 이후로는, 더 이상 독자 지원기 세력은 사라진 상태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