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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심해에 도전하다 - 까다로운 포화잠수의 세계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포화잠수 기술에 대해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심해.



일반적으로 2,000m 이상을 심해라고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200m 지점부터를 심해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스쿠버 다이빙으로 들어갈 수 있는 최대 수심이 40m 이니, 사실 200m 도 깊기는 매한가지입니다.



en.wikipedia.org




흠, 스포츠 다이빙의 한계 수심이 40m 라면, 그 이상은 무조건 잠수정으로 들어가야 하나요?



설마 그럴리가요. 인간의 과학기술은 생각보다 발전해 있습니다.



'포화잠수'라는 기술을 사용하면 200m 이상의 심해까지 다이빙으로 들어갈 수 있지요.



themantaresort.com




심해 잠수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바로 수압 입니다.



대략 10m 마다 1기압씩 올라가게 되는데, 200m 심해는 대기압의 20배에 달하는 수압이 작용하게 됩니다. 



당연히 수압이 올라가면서 우리가 마시는 공기도 압축되고, 



때문에 같은 부피의 공기를 마셔도 지상에서 보다 20배 농축된 공기를 마시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gasparsdive.wordpress.com



단순 계산으로 20배인데요, 실제로는 일정 수심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혈액속에 녹아 들어가는 공기의 양이 외부 압력과 '평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 때의 상태를 포화상태라고 부릅니다.



포화상태의 잠수상황에서 잠수사가 수면으로 올라오면, 몸속의 농축공기가 일을 일으키게 되지요.



외부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혈액에 녹아있던 공기가 거품을 만들고, 거품이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신체를 위험에 빠트립니다. 이게 바로 흔히 말하는 잠수병입니다.



boback.com



간단합니다. 콜라를 떠올려 보세요. 



콜라 페트병을 사서 조낸 흔들면, 병이 약간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 뿐, 외견상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바로 뚜따를 한다면? 



낮아진 압력에 콜라가 용트림하면서 승천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boback.com




콜라는 혈액, 콜라병은 혈관, 거품은 산소로 대체하면 잠수병이 생기는 원리랑 대충 맞아 들어갑니다.



때문에 심해잠수에서는, 몸 안의 콜라병이 갑자기 열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가압과 감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김이 식을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지요. 만약 실수라도 한다면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commons.wikimedia.org




450m의 포화 잠수의 경우 가압에는 2일, 감압에는 약 16일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군요.



흠, 그럼 이건 압력을 조절하는 공간 잘 만들고, 나머지는 시간과 씨름하기만 하면 되겠군요. 



맞는 이야기인데 한 가지 더 해결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질소입니다.



일반 공기는 중학교때 배운것 처럼, 질소 78%, 산소 21%, 이산화탄소 외의 기체 1% 정도로 구성됩니다.



cpdevent.com.au




질소는 생리학적 비활성 기체로 평소에는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양이 많아지면 마취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지방질에 용해 되면서 생리현상을 방해하기 때문인데, 수심과 비례해서 술에 취한 듯한 증상을 보이는 관계로 마티니 효과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마취 자체는 신체에 큰 해를 끼지진 않는데, 술에 취하면서 환각이 보인다거나 이상행동을 하면서, 심지어 물속에서 마스크를 벗어버리는 행동까지 할 수 있다고 하네요. -_-;;;



diveskiworld.co.nz




이를 막기 위해서 질소를 다른 기체로 대체한 특수 공기를 사용하고,



다른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 불활성 기체인 헬륨을 추가하는 경우 트리믹스 (Trimix)



아얘 질소를 빼고 헬륨으로 대체하는 경우 헬리옥스(Heliox)라고 부릅니다.



lolwot.com




즉 포화잠수를 위해서는,



감압실에 장기간 갇힌 상태에서, 특수기체를 마셔가며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폐쇄공포증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요, 



좁은 공간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도 견딜 수 있는 고도의 정신력도 요구된다고 하는군요.



뭐여 어렵고, 복잡하고, 괴로운 포화잠수를 하느니, 


우주복처럼 그냥 1기압을 유지해주는 잠수복을 입는게 낫지 않음?



세상은 항상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곤 합니다.



이미 포화잠수 과정이 필요 없는 '대기압 잠수복'이 개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commons.wikimedia.org




Atmospheric Diving System, 줄여서 ADS라고 불리는 녀석인데, 가장 최근에 개발된 모델은 미해군에서 사용 중인 ADS 2000이라는 잠수복 입니다.



600m의 심해에서 최대 6시간 동안 작동이 가능하고, 소형 워터제트가 장착되어 이동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입니다. 



포화잠수보다 적은 지원장비로도, 더 오래 작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twower.livejournal.com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사진만으로도 쉽게 단점을 찾으실 수 있을거에요.



ADS의 문제는 바로, 얼굴이 간지러울때 시원하게 긁을 수 없다는 겁니다!



en.wikipedia.org




이게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문제여서, 손에 장착된 집게형상의 머니퓰레이터로는 도저히 세밀한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고가의 장비가 겨우 나사정도 조일 능력을 가진다면, 가성비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지요.



en.wikipedia.org




여기에 추가로 우주와 달리 심해는 수심이 유동적입니다.



상황에 따라 압력이 높아질 수 도 있으니, 실수로 안전심도 이상으로 잠수라도 한다면, 잠수사의 안전은 그냥 천국행이 되어버리는 거에요.



사람만한 사이즈라 해도, ADS 자체의 무게도 만만치 않아, 차라리 포화잠수를 하거나, 아니라면 무인 ROV 혹은, 소형 잠수정을 운영하는 걸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ADS은 정말 특수한 임무에만 투입되는 특수 장비란 결론을 내릴 수 있겠군요.



OceanWorks International




지금까지 심해잠수 기술의 핵심인 포화잠수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해군의 해난구조대 SSU가  최대 수심 450m에서 포화잠수 훈련을 받고,



그리스 잠수사 Theodoros Mavrostomos는 1992년 무려 2300피트, 701m 깊이의 포화잠수 세계 기록을 세웠는데요.



과연 인간은 얼마다 더 깊은 심해까지 잠수해 들어갈 수 있을까요.



심해를 공략하는 인간의 도전은 대체 얼마나 더 계속될 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