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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디젤기관차를 뛰어 넘은 세계 최고속 증기기관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기기관차 말라드




KTX가 등장하기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기차는 '새마을호'였습니다. 최대 150km/h의 속도로, 부산에서 서울을 4시간 반 만에 주파하는 국내 최고의 열차였지요.



wikipedia




그런데 이억만리 영국에, 그것도 1930년대에, 증기기관차 주제에 새마을호 보다 더 빠른 녀석이 있었다면 믿어지십니까?



영상을 먼저 감상해 보시죠.






현란한 피스톤 로드의 움직임에 현기증이 날 정도인데요. 바로, LNER Class A4라는 증기기관차입니다.



1937년 부터 1966년까지 30년동안, 런던 - 에딘버러 구간을 달렸던 특급 열차입니다.








차륜배열은 4-6-2 방식으로 한 세대 전 기술인 외연기관을 달고도, 무려 시속 203.4km/h를 낼 수 있었지요.



유선형 디자인이 인상적으로, 시커먼 연기와 거대한 차륜을 제외한다면, 지금의 고속열차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디자인을 가졌습니다.



우리나라에 관광호란 이름으로 처음 새마을이 도입된게 1969년이니, 영국은 이미 3년 전에 '응 우린 이런 고물 필요 없어' 라며 200km/h를 찍은 증기기관차를 퇴역시킨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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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위해 조금 과장했습니다만, 203.4km/h는 상징적인 속도입니다. 실제 LNER Class A4의 상업운전 속도는 140km/h 였으니까요.



2차대전 직전 영국은 독일과 세계 최고 철도의 타이틀을 놓고 경쟁 중이었는데요.



독일이 디젤 기관차로 마의 200km/h를 경신하자, 아니 게르만놈들이 감히? 라며, 기술의 정점에 도달해 있던 '증기기관'을 이용해서 타이틀을 뺏어오기로 하지요.



닥치고 속도!를 고집한 끝에 만들어진 열차가 Class A4 였고, 결국 1938년 최종 모델인 말라드(Mallard)가 126mph / 203.4kph를 기록하게 됩니다.



출처미상




250톤에 달하는 7량의 객차를 달고 낸 기록이라 의미가 깊습니다만, 최고속을 찍고 난 뒤 오버홀을 했더니 일부 베어링들이 녹아있었다고 합니다.



지속적으로 200km/h를 내지 못했으니, 정말 상징적인 속도였고, 독일과의 자존심 대결 끝에 등장한 경쟁의 산물이라고 봐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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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기의 차량은 모두 퇴역한 상태로, 대부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일부 차량은 주행 가능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가장 쌩쌩한 60019호 Bittern의 경우 아직도 90mph (150kmh) 달릴 수 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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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저러니 해도,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놀라운 속도였음에는 분명한데요.



말라드 이후, 공식적으로 200km/h를 주파하는 증기기관차는 등장하지 못한 걸로 알려져있습니다. ^^



(비공식 기록은 미국의 PRR Class S1이 가지고 있어, 무려 214.7kph 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