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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시각 장애자에게 제3의 감각을 심어주다


뇌과학을 이용한 감각치환 기술에 대하여




길거리에서 시각 장애인을 만나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en.wikipedia.org




안내견과 동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긴 막대기를 툭툭 치면서 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뭐지 막대기로 먼저 건드려 보려고 하는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막대기로 소리를 만들고, 이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올 때의 미세한 차이를 '캐치'해서 장애물을 피해 가는 것이었지요.



www.nature.org




청력이 극한으로 발달하게 되면서, 박쥐와 비슷한 능력을 갖게 된 셈 입니다. 일반인이 갖지 못한 제 3의 지각이라고 보면 될 듯.



소리만 가지고도 앞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청력이 예민해 진 것 가지고 너무 오바 아님?



과학이 발전 하면서, 우리 뇌를 실시간으로 탐색하는 기술이 개발 되었고, 길을 걷는 시각장애인들의 뇌를 살펴봤더니,



놀랍게도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이 여전히 활성화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겪지 못했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했을 뿐, 정말 소리로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warosu.org



이런 현상을 전문 용어로 '감각치환'이라고 합니다.



뇌가 공간감각을 구성할 때 시각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각 장애인의 뇌는 사라진 시각정보를 청각정보로 치환해서 공간감을 재구성 했다는 이야기에요.



publinews.gt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이라, 진위 여부를 놓고 뇌과학자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1960년대에 들어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하나 일어납니다. 



폴바크 이리타 (Paul Bach-y-Rita) 라는 신경 과학자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각 대체장비를 만들어 냅니다.



tcnl.bme.wisc.edu




카메라를 통해 찍힌 사진을 진동 신호로 바꾸어 환자의 등에 전달하는 기계였는데, 놀랍게도 시력을 잃은 참가자들이 모두 사진 속 물체를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400픽셀의 조악한 사진이었음에도, 유명인사의 이름까지 맞춰내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요.



시각정보가 촉각정보도 대체 되어도, 우리 뇌는 여전히 '보는' 행위를 처리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뇌가 생각보다 유연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굳이 보지 않아도 만져도 세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Synesthesia



고무된 이리타 박사는 후속모델 제작에 착수합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개발로 진동 장치를 소형화 합니다. 



이걸 입 안에 붙일 수 있게 작은 사이즈로 만든 뒤, 카메라의 영상 정보를 진동 정보로 전환하여 환자에게 보내는 메커니즘을 장착 시킵니다.



meteoweb.eu




결과가 어떻게 되었냐고요? 대성공이었지요.



불과 몇 주간 적응기간을 거친 끝에 시험자들은 눈앞의 물체가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있었고, 심지어 날라오는 물체를 피할 수도 있었습니다.



인공적인 감각기관을 이용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brainson.org




에토니아 출신의 생리학자 '야곱 폰 웩스쿨'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움벨트 (umwelten) '라는 용어를 도입 했는데요.



생물들은 자신만의 감각기관을 통해 독자적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는 것.



사람은 주로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 보지만, 개는 냄새로 세상을 바라 보고, 박쥐는 소리로 세상을 바라 본다는 소리이지요.



박쥐가 우리를 봤을 때, 또 다른 느낌으로 답답해 할 수 있겠군요. 



아니 소리로 거리를 못재면, 대체 어떻게 물건을 보는거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각이므로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겁니다.



http://www.develop-online.net




여담입니다만,



조금 더 골 때리는 현상도 발견 되었습니다. 단순 치환이 아니라, 아얘 감각이 여러 개 합해지는 '공감각 (Synesthesia)'이란 특이한 현상입니다.



한 감각이 다른 감각과 공유되는 일로,  일부 사람들에게서 음식맛에서 색이 보인다던지, 음악에서 색을 보는 일이 일어납니다.



같은 시각 내에서도 공감각이 발생하는데, 다음의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en.wikipedia.org




일반인의 뇌는 5, 2가 섞여 있는 단순한 그림으로 받아들입니다. 반면 공감각자의 뇌는 5와 2가 각각 다른색으로 섞여있는 그림으로 받아들입니다.



숫자가 색으로 보이니 5와 2를 쉽게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특정 문자가 색으로 구분되다니요. 놀라울 뿐입니다.



swiss-aviation-training.com




이리타 박사의 감각치환 장비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용 보조장비를 넘어, 첨단산업에 적용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시각에 의지 하는 항공기 계기판을 촉각 정보로 변형시키고, 진동조끼로 전달하겠다는 구상까지 등장했습니다.



engadget.com



비행기의 상태를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으므로, 훨씬 직관적이면서도 섬세하게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군요.



경-_-축 공각기동대의 실사화가 아닌가 싶은데, 역시 세상은 오래살고 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