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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연료가 없는 비상상황에서 비행기는 어떻게 전력을 공급 받을까


비행기 최후의 보루, 램 에어 터빈 RAT에 대해




민간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엔진이 2기 이상 달려 있습니다. 엔진이 꺼져 추락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지요. 1개는 꺼질 수 있어도 2개는 동시에 꺼질 일이 잘 없거든요.



http://www.chickenwingscomics.com




하지만 한 번 씩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 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엔진이 모두 꺼져 동력을 상실하는 사고들이 실제 일어났습니다!



index.hu




항덕들에게 가장 유명한 사고는 바로 '김리 글라이더' 사고입니다. 



1983년 에어 캐나다 143편이 김리 공군기지에 불시착한 사건인데요. 비행 중 연료가 떨어지면서 동력을 잃은게 원인이었습니다. 



비행기가 자동차도 아니고, 하늘을 날다 기름이 떨어지다니요! 



en.wikipedia.org




당시 캐나다는 무게 단위를 파운드에서 킬로그램으로 전환하던 시기였는데, 급유량의 계산이 잘못되면서 연료가 덜 들어간게 화근이었지요. 



(기체 계기판은 SI라 정상량이 주유된 것으로 나왔답니다;;;)



필요량의 45% 정도 탑재한 기체는 당연히 중간에 엔진이 꺼질 수 밖에 없었고, 두 기의 엔진 동력을 모두 상실한 보잉 767기는 활공으로 간신히 인근 공군기지에 착륙하게 됩니다.



말이 활공이지 거의 추락 수준의 긴급 착륙이었고, 파일럿의 기지가 아니었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사건이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 www.youtube.com/watch?v=jVvt7hP5a-0




기장의 취미가 글라이더 비행이였던 탓에 임기응변으로 '사이드 슬립'이란 활공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후 시뮬레이터에서 재현된 같은 조건에서는 비상착륙에 성공한 파일럿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사이드 슬립은 러더와 에일러론을 반대로 쳐서 고도를 낮추는 활강 기술입니다. 정면을 향한 비행기가 대각선으로 활강하게 됩니다.)



thestar.com




아.... 사고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니었는데 너무 길어졌네요.



비행기가 엔진이 꺼졌나보다. 기장의 능력이 출중해서 큰 사고가 나지 않았구나. 정도의 사건인데, 



여기서 살펴볼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엔진이 꺼졌다 함은 기체의 모든 동력이 손실 되었다는 소리인데, 유압시스템을 사용하는 방향타, 플랩, 조정간은 대체 어떻게 작동시킨 걸까요.



airliners.net




모든 기체에는 APU라는 보조 엔진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엔진이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보조 동력원이지요. 



주 엔진에 시동을 걸기 위해 사용되고, 주기 상태에서 캐빈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하지만 에어캐나다 143편은 APU도 쓸 수 없었습니다. 연료가 있어야 보조 엔진이라도 돌리든지 하겠죠. 



http://aviationnepal.com




비밀은 바로 RAT 램 에어 터빈이라는 장치였습니다. 



비상 전원공급용 발전 장치인데, 간단히 말하면 하면 풍력 발전기입니다. 활공하는 기체의 바람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성하는 장치이지요.



en.wikipedia.org




RAT는 원래는 군용기체에 장착되던 장치였습니다. 



2차대전을 거치면서 기체들이 고속화 대형화 전자화 되는데요. 



단순 케이블로는 더 이상 조종간을 제어하기 힘들어지자 유압 시스템이 도입되고, 조작의 편의를 위해, 적을 미리 탐지하기 위해 레이더와 같은 각종 전자 장비들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성능과 편의를 위해 '전기'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피탄으로 갑작스럽게 동력을 잃게 되면 일순간에 기체의 통제권을 잃게 되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게 바로 RAT입니다. 어차피 고속으로 나는 항공기이니, 풍력발전기를 달면 비상시 최소한의 동력을 공급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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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장착 기체는 1942년 Me 613 코멧으로, 노즈에 달린 작은 프로펠러가 RAT 입니다. 엔진이 없는 로켓 방식의 전투기라 별도의 발전기가 꼭 필요했었습니다. 



en.wikipedia.org




민항기 최초 장착 기체는 영국의 VC-10입니다. 1962년 개발된 여객기로 동체 하부에 2기의 RAT를 장착하고 있지요. 숨어 있다가 비상시에 튀어나와 전력을 생산해 줍니다.



노출되어 있지 않아 보이지 않을 뿐, 대부분의 여객기에 필수 비상장치로 달려 있는데요. 



전자전기나, 공중급유기 같은 특수 군용기에서는 RAT와 유사한 발전장치가 외부에 달려 있어, 쉽게 눈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forum.valka.cz


youtube.com/watch?v=A0MiVqKSfuE




김리 글라이더 사건은 램 에어 터빈의 득을 본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2001년 에어 트란셋 236편도 비행 중 연료부족(!) 의 유사한 사고를 겪으며 RAT의 도움을 톡톡히 보았으니, 여객기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장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절대 경험하지 말아야 겠지만요. ^^



http://www.wings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