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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선박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어뢰는 어떻게 적을 탐지하는 것일까


은밀하게 조용히 적을 추격하라 - 어뢰 유도기술의 역사




중국 Yu-1 어뢰추진부 / commons.wikimedia.org




지난 포스팅에서는 에너지 스토리지 쪽을 중심으로 한 어뢰의 추진 체계의 진화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분량이 길어 다 담지 못했던 어뢰의 눈, 유도체계에 대해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드립이 별로 없어 블로그 전체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지지 않았나 싶은데,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계속 진중하게 가야 할 것 같아요. ㅋ




어뢰의 표적함 격침 / Scribol.com




표적함을 명중시키는 어뢰 사격장면을 볼 때마다, 그 폭발력에 깜짝 놀라곤 하지요.



이러다 보니, 수상함이나 잠수함을 가리지 않고, 먼저 상대방을 탐지하고 공격하려는 기술이 놀랍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뢰의 경우 공격에 실패했을 때의 역탐지를 막기 위한 시도들 조차 들어가 있을 정도니까요.




MK14 항주 테스트 / en.wikipedia.org




지금과 같이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는 어뢰는 무조건 직진만 할 수 있었습니다.



닥치고 직진만 외치는 무기는 역공을 당할 확률이 높지요.



첫 공격에 적함을 격침시키기 위해서, 두 발 심지어 세 발 이상의 어뢰를 동시에 발사해 탄막을 만들어야 했고,



잠수함의 경우 이게 실패하면, 그 때부터는 구축함의 추적을 피해 도망다니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차 대전 당시의 유보트 영화들을 보면, 수중속도가 느렸던 유보트들의 숨막히는 숨바꼭질이 잘 묘사되어 있지요.




1945년 4월 어뢰를 회피하는 미해군 함정 / forums.ubi.com




잠깐만, 똑바로 나아가서 역탐지가 된다면 그럼 시네루, 아니 회전을 줘서 어뢰를 발사시키면 되는거 아닌가?



적이 찾지 못하게, 특이 커브를 그리는 '주항 패턴'을 입력해서 적함을 격침한다.



(참고로 어뢰는 롤 회전을 하지 않습니다. 회전하면 위 아래가 뒤바뀌기 때문에 유도 제어가 까다로워 진답니다.)



G7e / en.wikipedia.org




그래서 등장한 게 2차대전 독일의 G7e/T3 FAT 어뢰입니다. 



G7e는 1936년 부터 사용된 전기추진방식의 어뢰인데, 특성상 기포 항적이 적고, 소음이 적은 장점이 있었습니다.



보이지도 않고, 조용하면 어뢰 발사 후 적함에게 발견 되기가 쉽지 않지요. 



배터리의 한계로 속도와 사거리가 좋지 못했고, 기술적인 문제로 자기감응, 접촉신관의 기폭장치의 신뢰도가 낮았지만, 가능성을 본 독일은 G7e를 본격 개량하기 시작하기 시작합니다.



은밀성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G7e/T2에 패턴주행을 입력한 G7e/T3 FAT를 개발하게 됩니다.



(시간차가 있었지만, 뒤이어 일반 추진의 G7a 어뢰에도 패턴주행 방식이 도입됩니다.)




commons.wikimedia.org




헐, 저 주항경로 좀 보세요. 신박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적이 찾지 못할 정도의 복잡한 항로라니요. 이건 동시에 우리가 적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발사해도 못맞추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격침에 실패하면 적함들이 '유보트가 나타났다' 라면서 지그재그로 항해를 할 텐데,



예상 경로를 파악하기 힘든 '패턴 어뢰'의 명중율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2차 대전 미해군 요크타운의 어뢰 격침 순간 / Fromthedepthsgame.com




흠, 제가 지적할 정돈데요. 이를 모를리 없는 개발자들입니다.



명중률을 위해, 어뢰에 귀를 달아준다. 소나를 장착하여 스스로 추적하게 만들어 준다.



G7e/T3가 등장한지 불과 1년 뒤인 1943년에 그 유명한 '소나 장착 방식'의 G7e/T4 '팔케' 어뢰가 등장합니다. 



세계 최초의 유도 어뢰의 탄생이었지요.



잠망경으로 적함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야 하는 직진 어뢰에 비한다면,  수면에 부상하지 않고도 대략적인 위치로 발사할 수 있는 유도어뢰의 등장은 가히 혁명이었습니다.



노출되지 않으니 은밀성은 더욱 높아졌고, 스스로 찾아가니 명중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zastavki.com




하지만 OTL 뭐든지 너무 복잡하면 대략 '좃치' 않습니다.



단순히 소리만 듣고 추적하는 패시브 방식이었는지, 스스로 소리를 내어 반향음을 탐지하는 액티브 방식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함 추적을 위해서는 자신이 소음을 내지 않는 저속 항주를 해야 했고,



추진기에서 가장 거리가 먼 노즈에 소나가 장착되다 보니,  접촉신관을 못쓰고 자기신관을 어뢰 몸체에 장착하는 구조를 지녀야 했습니다.




forums.ubi.com




속도가 느린 바람에, 전투함과의 교전에서는 거의 사용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데다가, 수송함에 발사했다 한들, 신관의 문제로 인해 불발되는 경우가 많았지요.



발사했다가 터지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결국 G7e/T4 팔케는 후속 개량형인 G7es/T5로 대체되었다가, 발사 후 U턴하여 자신을 쏜 잠수함을 격침시키는 희대의 병크를 터트린 뒤, 유보트에게 조금씩 외면 받게 됩니다.



1942년 찍힌 독일의 유보트 / 24matins.fr





그래도 첨단 무기인데 계속 발사해서 개량하는게 낫지 않을까요?



흠...독일이 대전 중 무유도 어뢰를 계속 사용한 게, 사실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는데, 



훨씬 나중에 있었던 포클랜드전에서,



영국의 원잠 콩커러호가 아르헨의 순양함 헤네랄 렐그라노 (ARA General Belgrano)를 무유도 어뢰 3발 (MK8)로 격침시키면서,



무유도 어뢰라고 해도 잘만 사용하면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이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렐그라노의 침몰 / en.wikipedia.org




하지만 2차 대전 당시의 일입니다. 



미국 조차 비슷한 시기에 Mark 24 음향 유도어뢰를 개발했으니, 기술적으로 성숙하지 않았을 뿐이지 유도 어뢰의 컨셉 자체는 매우 매력적 이었음은 확실 했습니다.



딱 봐도 소나가 선두부가 아닌 몸체에 장착되어, 성능이 떨어질 것 같은 예상이 드는 디자인이지만,



미국도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Mark 24 어뢰의 이름을 'Mine', '기뢰'로 붙여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을 정도이니까요.



mk24 / commons.wikimedia.org



mk24 / commons.wikimedia.org




여튼, 음향유도 어뢰는 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 독일등에 의해 적극적으로 개선 되면서, 



현재는 스스로 소리를 내어 거리를 측정하는 액티브 소나, 적함의 소리를 들어 거리를 측정하는 패시브 소나가 모두 장착된 유도 방식이 탑재되고 있습니다.



사거리가 길어지면서, 어뢰에 케이블을 달아 '유선'으로 유도하는 방식도 같이 사용되고 있지요.




러시아 킬로급의 어뢰탑재 / full.hohmodrom.ru




유선유도라.... 잠수함에 실리는 대부분의 중어뢰들은 '유선유도' 방식의 복합 음향 추적기술이 적용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바닷속 환경이 복잡하고, 어뢰를 속이기 위한 기만기의 발전 하면서, 유선으로 보다 정교하게 유도가 필요해 졌기 때문인데요,



어뢰 자체가 여기에 수십 km의 사거리를 갖게 되면서, 어뢰 자체의 신호처리 프로세스만으로는 어느 이상으로 정확도를 올리는게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멀면 멀수록 적함을 탐지하기 힘드니, 모함에서 어뢰를 제어하는 유선유도의 도입은 어떻게 보면 필연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잠수함 소나실 / www.af.mil




처음에는 지정된 특정 항로로 주행하다가, 일정 위치가 되면 수동 음파탐지기가 작동하면서 적함의 위치를 특정하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능동 음파탐지기로 정확한 거리를 확인한 후, 케이블을 끊어 속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적함을 공격한다고 알려져 있지요.



정확성에 은밀성까지, 어뢰의 탐지가 어렵게 하는 모든 기술이 총 동원된 셈입니다.




영국 스팅레이 경어뢰 / navaltoday.com




참고로 경어뢰의 경우, 케이블 유도 방식이 아닌 무유도 음향추적 어뢰가 주를 이루는데,



케이블을 달고 있기 힘든 항공기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Fire and Forget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다만 장거리에 사용되기 힘들고, 기만기에 속을 가능성이 높아 주로 단거리에서, 여러 발을 사용하여 대량의 화력을 투사하는 방법으로 운용한다고 하는군요.



en.wikipedia.org





여기에 어뢰 차제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도 진화하고 있는데요.



정지 표적과 이동 표적의 음향 반사 신호가 차이가 있어 (도플러 효과) 표적의 상태에 따라 주파수를 변조 하는 신호처리 기술이 탑재되고,



아얘 소형 소나 여러개를 빔 방식으로 장착해, 적함의 속도 거리 뿐만 아니라 형체까지 스캐닝 하는 수준의 발전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나 스캔 이미지 / en.wikipedia.org




청상어의 경우 선두부에 37개의 빔 소나가 스캔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마치 F-22의 위상배열 레이더의 느낌마져 드는군요.




차세대 중어뢰인 범상어의 경우 이것도 모자란지, 웨이크 호밍 기술 까지 탑재될 예정입니다.




선박의 항적 / en.wikipedia.org



웨이크 호밍이라, 또 새로운 게 등장 했네요. 웨이크호밍은 웨이크를 추적하는, 말 그대로 선박의 항적을 추적하는 방식인데요.



배의 스크류가 바닷물을 밀어낼 때 나오는 하얀 기포인 항적이 만드는 난류를 어뢰의 소나가 분석, 추적해서 따라가는 기술이지요.



이게 최신 어뢰들은 수상함의 항적을 추적하는게 주를 이루는데, 



차기 중어뢰인 범상어는 한단계 더 나아가 잠수함의 항적을 추적하는 능력을 갖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회수중인 영국 스팅레이 경어뢰 / en.wikipedia.org




2018년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으로



조만간 독자개발 어뢰인 백상어, 청상어, 홍상어에 이은 세계 최강의 중어뢰 탄생을 볼 수 있는 걸까요.



개발을 주도하는 국방과학연구소, 최신 병기를 운용할 해군 만만쉐이 화이팅 입니다!




MK48 중어뢰 발사 순간 / en.wikipedia.org




드디어 어뢰의 유도부의 정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난 추진부에 이어 2편으로 나눈 어뢰의 첨단 기술을 살펴 보았는데요.  단순해 보이지만 어뢰에는 실제 복잡한 기술 개발의 시도가 있어왔다는 사실.



보이지 않은 바닷속에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간다니요.



새삼스럽지만 첨단 무기인 '어뢰'가 신기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