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라인, 망간 전지의 차이에 대한 과학적 고찰
얼마 전 아이의 장난감용 배터리를 사려다 우연히 망간전지를 발견했습니다.
응? 일반 건전지라면 원래 알카라인전지 아닌가? 망간전지는 뭐지?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봤더니, 헐 가격이 말도 안되게 저렴 하더라고요.
제가 필요했던 건 가장 큰 D형으로, 알카라인은 개당 4천원에 육박하는데, 망간전지는 여섯개 묶음이 4천원이었습니다.
같은 크기에 반에 반값도 안되는 가격이라면, 당연히 싼걸 사야지요.ㅋ
룰루랄라 집에 들고와서 장난감에 장착하고 잘 쓰나 싶었는데 OTL. 반나절도 안가 배터리가 달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싼게 비지떡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금방 달아버리는 배터리를 왜 버젓이 마트에서 파는걸까요. ㅜ_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망간전지는 사용 중 꾸준히 전압이 떨어지지만, 휴지기에 전압이 회복되는 특성이 있어,
연속동작이 필요 없는 리모콘이나 작은 시계, 한 번씩 사용하는 소형 손전등에 적합하다고 합니다.
반대로 알카라인전지는 큰 전압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장난감,
혹은 일정전압이 지속적으로 유지 되어야 하는 디카와 같은 정밀 전자기기에 사용해야 한다고 하고요.
흠, 망간 건전지가 있는 건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망간 이란 물질이 값이 싸고 제작이 쉬워서 그런 모양이네요.
사실 다 맞는 소린 아니었습니다. 알카라인 전지와 망간 전지는 같은 망간-아연전지의 일종입니다.
두 전지 모두 양극 물질로는 이산화망간, 음극 물질로 아연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두 전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배터리의 구조입니다.
망간전지의 경우 음극인 아연통 내부에 이산화망간이 들어가 있는 구조를 갖습니다. 아연통에 탄소봉이 들어간 이산화망간을 눌러찍는 방식으로 제조되지요.
반면, 알카라인의 경우 음극인 아연은 내부에 있고, 양극인 이산화망간이 외부를 둘러싼 구조를 갖습니다.
아연분말을 덩어리로 만든 뒤 외부에 이산화망간을 고압으로 성형하는 방식으로 제조되지요.
네, 딱 봐도 음극에 사용되는 아연의 양이 알카라인쪽이 월등함을 알 수 있습니다.
건전지라는 것 자체가 양극과 음극의 물질이 이온화 되면서 전자를 배출하는 녀석이니, 두 극의 소재가 많으면 많을수록 오래 쓸 수 있거든요.
제조의 복잡성으로만 보자면, 통에 눌러찍는 망간방식이 분말 외부에 이산화망간을 성형하는 알카라인에 비해 훨씬 간단합니다.
들어가는 양 자체가 틀린데 당연히 만들기도 더 쉬워야지요.
결국 망간전지의 가격이 싸지만 오래 쓰지 못하고, 알카라인이 비싸지만 오래 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많은 양을 복잡하게 만들다 보니 오래 쓰고, 적은 양을 간단하게 만들다 보니 오래 못쓰는 거였어요.
원소재의 밀도가 더 높다 보니 전해액도 더 센 녀석이 들어가야 했고,
이온화가 잘되는 강염기, '수산화칼륨'을 쓰다 보니, 영어로 염기를 뜻하는 알카라인이라는 단어가 붙게 되었을 뿐,
망간과 알카라인은 같은 소재의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가공했기에, 구조적으로 서로 다른 배터리 였다는 사실.
아직 대형의 C나 D형의 경우 아직 일부 망간전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들 전지에도 리튬이온 방식의 배터리가 있다는 걸 떠올려 보면,
앞으로 건전지를 살 때, 사이즈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종류가 어떤 건지도 유심히 살펴보셔야 하겠어요.
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말이지요 ㅋ
P.S.1 배터리에는 사이즈 코드 외에 추가로 종류에 대한 코드가 붙습니다.
AA 배터리의 경우 알카라인은 LR6, 망간은 R6, 리튬이온의 경우 FR6의 코드가 붙지요.
자세한 표는 아래 위키피디아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P.S.2 알카라인에 대해 조금 덧붙이자면,
단점으로 가격 말고도 강염기인 수산화칼륨을 사용하는 바람에,
누출시 피부에 닿으면 화상의 위험이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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