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로도 호흡이 가능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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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심해 잠수'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포화 잠수'라는 기법으로 인간이 들어가기 힘든 깊은곳에 잠수하는 이야기를 다루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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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 잠수라는게 결국 압력이 높은 깊은 심해에 몸을 적용시키는 기술이라, 고통스럽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편인데요. 



인간이 공기로 호흡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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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강력한 수압이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부피를 축소 시키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아얘 처음부터 부피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 물질로 숨을 쉬면 어떨까요?



역시나, 인간의 과학기술은 우리의 예상을 쉽게 뛰어 넘습니다.



공기 대신 액체로 호흡하는 퍼플루오로데칼린(PerFluorodecalin / PFC)이라는 물질이 벌써 개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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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루오로데칼린은 불소인 플루오린이 탄소에 주렁주렁 매달린 (C10F18) 액상 고분자화합물인데요. 



산소가 매우 잘 녹아 들어가 공기와 비슷한 21%의 산소를 가질 수 있다는 군요. 



0도씨 1기압(STP) 의 PFC 1L 에 최대 490mg의 산소가 용해됩니다. (원문은 PFC 49mL/ 물 100mL 입니다.)



1급수의 용존산소량 9ppm, 9mg/L 안팎인걸 감안하면 PFC의 산소 캐리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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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은 기체로 호흡하는 거 아닌가요? 액체가 폐에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닌가요?



지구상 모든 생물은 액체를 매개로 산소교환이 일어납니다. 



폐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폐포 내의 점액을 통해 산소 교환 일어나지요. 한 번씩 목이 간질해지면서 나오는 가래가 쌓인 점액이 나오는 과정입니다.



영화 아바타 / cinemathon.wordpress.com



 

네 몸에 무해하고, 산소 포화도가 높은 두 가지 조건만 만족하면, 충분히 액체 호흡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PFC가 딱 여기에 해당되고요.



보셨을 지 모르겠는데, PFC 속에 들어간 생쥐가 호흡을 하는 영상도 있고 그렇습니다.;;;



영화 어비스 / Vector News




여튼 이 FPC를 심해 잠수에 사용하려는 연구가 있어왔는데요.



일단 장점으론, 고압의 질소를 마실 필요가 없기에 잠수병(감압병)의 우려가 적고, 1기압 특수 잠수복을 입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작업이 자유롭지요.



하지만 문제가 좀 있습니다. PFC에 산소는 잘 녹지만, 이산화탄소가 잘 녹질 못해요. 



호흡이라는게 결국 체내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배출하는 일도 포함되는데, 산소는 잘 들어오지만 이산화탄소가 잘 나가지 못한다니요.



PFC 자체가 액체라 태생상 점성이 있어, 기체 교환이라는 것 자체가 잘 이루어 질 수 없었던 셈입니다.



완전폐쇄식 rebreathing diving / en.wikipedia.org




여기에 PFC 장비 개발도 걸림돌이 많았습니다. 



쓰고 나서 배출하면 되는 트리믹스나 헬리옥스와 달리, PFC의 경우 폐쇄순환 방식이기 때문에 



쓰고 난 PFC에 산소를 채워주고,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키는 'liquid ventilation' 장비가 별도로 필요했거든요. 



고가이기도 하고, 부가장비였던 관계로 움직임에 방해가 되었답니다.



결국 포화잠수에 비해 효율이 현격히 떨어졌던게 확인 되고 나서는, 더이상 PFC를 이용한 액체 잠수 연구는 종료 되고 말았습니다.



애니 에반게리온




아쉽지만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LCL'이나 영화 '어비스' 의 심해 잠수복, '퍼시픽 림'의 예거 조종복은 단순히 상상 속의 물건 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래서 의학과 생물학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 중입니다.



퍼플루오로데칼린이 세포조직에 들어갈 경우 더 많은 산소를 더 오랫동안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세포배양액으로 쓰이거나, 치료용 인공혈액으로 개발이 시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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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혈액의 경우 일본 녹십자에서 Fluosol DA-20이란 이름의 치료용 인공혈액 개발에 성공했는데, 



높은 산소포화도를 이용해서 환자의 빠른 치유를 돕는데 사용되었습니다.



혈압상승, 복부통증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1994년 부터 쓰이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FDA의 승인을 받았던 유일한 비헤모글로빈 방식 인공혈액으로 남아있습니다.



흠.....이밖에도 미숙아의 호흡을 돕는 특수 인큐베이터에 PFC가 사용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는데요.



pedsinreview.aappublications.org




중구난방으로 늘어놓은 PFC에 대한 오늘의 세 줄 결론을 내려 본다면,



마셔도 숨쉴 수 있는 신기한 액체 퍼플루오로데칼린이라는 물질이 있음.


단점이 많아 심해잠수에는 쓰이지 않지만, 의학과 생물학쪽에서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음.


언젠가는 에반게리온의 LCL을 만나볼 수 있을런지도 모름.



<참고 링크>


위키피디아 >> Perfluorodecalin


나무위키 >> 퍼플루오로데칼린






Posted by 위저드아이언 wizard_I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