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철(?)에 맞짱 뜨는 일본의 민영철도 '사철' 노선들



게이힌 급행전철 주식회사 / ja.wikipedia.org




일본에는 사철이라는 독특한 기업집단이 있습니다. 



공공재로 관리되는 우리나라의 철도와 달리 일본은 철도 부설 초기부터 사기업에 운영되는 철도 노선이 많았는데요.



이들을 모두 묶어 일본에서 '사유철도' 의 '사철' 혹은 '민영철도'의 '민철' 기업 집단이란 용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JR 다음의 긴 노선을 보유한 긴키 닛폰 철도 / ja.wikipedia.org



광대한 국토를 가졌지만, 대부분이 산악지형인 탓에 도로교통이 발달되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덕분에 철도망이 발달한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버스 운수회사 만큼 다양한 사철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1987년대 국가 소유의 JR이 민영화 되면서, 표면상 정부가 관리하는 철도 노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게다가 JR의 민영화 이후 철도교통의 운임이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편이라, 막말로 돈만 있으면 누구나 철도를 깔 수 있는 수준입니다.



www.kyotostation.com




일본 전역 어디서든, 황금노선을 병주하는 여러 사철노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일례로, 교토와 오사카를 잇는 노선에는 



JR 니시니혼, 게이한, 한큐의 세 기업이 각각 자사의 철도를 부설한 후 속도 경쟁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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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경쟁이 치열하다 차량 배치에서 눈에 띄는 독보적인 운행 기법도 등장해서,



일본 철덕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도쿄-요코하마의 케이큐 전철의 경우, 



약빨고 세팅했다고 여겨질 정도의 독특한 다이아 (다이아그램, 운행 계획표)를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zh.wikipedia.org




대피선이 하나인 역에서 완행-일반-특급의 순으로 들어온 열차를, 역순인 특급-일반-완행의 순으로 발차시키는 스킬을 선보이기도 했거든요.



아니 한술 더떠, 대피선이 없는 복선역에서 특급을 통과시키는 기막힌 다이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혹시나 연착에 통제실의 열차 제어가 삐끗하기라도 하면 대형사고(?)로 일어날 수 있는 대담한 다이아였지요.



나무위키의 글이 상당히 재미있으니 한 번 읽어보세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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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닙니다. 케이오 전철이라고, 신주쿠/시부야를 기점으로 도쿄 서부 교외를 잇는 대형사철이 있는데, 여기는 '경단운행'이라 불리는 다이아로 유명합니다.



철도는 선로용량이라는 게 있어서, 한 철로에 최대로 투입할 수 있는 편성에 한계가 있습니다만,



케이오선은 '선로용량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린다'를 시전하면서, 



노선이 포화상태가 될 때까지 열차를 구겨 넣은채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이 밀렸어요' 라는 말도 안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거지요.



toyokeizai.net




케이오선에 있는 '메이다이마에' 역이 경단운행으로 유명하며,



앞차가 역을 떠나지 못해 뒤에서 기다리는 열차가 부지기수로, 러시아워 시간에는 2편성 이상 밀릴 정도로 복잡 하다는군요.







언제나 줄줄이 비엔나 처럼 열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고 해서, 일본 철덕에게 '경단운행'의 대가라는 칭호를 받은 바 있습니다.



뭐, 말은 밀린다고 했으나, 지연 시간이 이미 열차 시간표에 포함되어 있는 의도된 다이아라는게 함정 이지만요.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초강수를 두는 사철의 스케쥴에 그저 경의(?)를 표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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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철끼리 경쟁 하는 노선이 많다 보니, 일부 노선에서는 넘처나는 열차 통행량 때문에 열리지 않는 건널목도 있을 정도입니다. 



10분 20분은 애교 수준으로 심하면 한 시간 동안 건널목이 열리지 않는 곳도 부지기수라고 하지요.



일본 위키피디아에 '열리지 않는 건널목 (開かずの踏切)' 항목이 별도로 있을 정도이니까요.



유튜브 / 京急品川−北品川間 (사진을 클릭하세요)




위 사진과, 아래 영상 링크는 '시나가와'역 인근 열리지 않는 건널목인데요. 



여긴 저도 한 번 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어휴... 말이 안나옵니다. 



전철이 밀려서 건널목이 열리지 않는 진풍경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2호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긴 하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일본의 사철은 거의 넘사벽 수준인 듯 합니다.



Wikimedia Commons




하지만 사철이 서로 경쟁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서로 협력해서 노선을 공유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지요.



자신의 철도와 상대방의 철도를 직접 잇는 '직결' 노선을 운행하기도 하는데....



잠깐만요. 철도라면 당연히 서로 연결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벗뜨, 철도 연결이 쉽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일본입니다. 궤간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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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부분의 철도는 우리나라의 표준궤(1,435mm)보다 작은 협궤(1,067mm)가 일반적입니다.



사이즈가 작다 보니까, 속도가 중요한 JR 신간센이나 수송량이 중요한 일부 사철는 표준궤로 돌아선 상태인데요.



네, 협궤의 한계를 극복하려다 보니, 표준궤를 써야했고, 두 궤간이 뒤섞여 있다 보니 노선간 직통 연결이 상당히 어렵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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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술 더떠, 표준궤와 협궤 중간쯤 되는 1,372mm 사이즈의 특수 궤간을 쓰는 녀석도 있어, 사실상 일본에는 총 세 가지의 궤간이 사용 중에 있습니다.



직결따윈 쿨하게 씹어버리는 철도부설계의 본격 상남자.



대체 왜이런 삽질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어렵긴 합니다만, 



일본의 철도개발이, 지금으로 부터 무려 150년이 넘은 1860년대에 우후죽순으로 시작되다 보니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dailyinfographics.eu




궤간을 통일 하자는 논의가 여러 번 있어 왔고, 정리 된 게 이 정도라고 하니까, 얼마나 많은 궤간이 사용 되었을지 쉽게 짐작조차 어렵지만요.



여튼 일본은 현재 총 3개의 궤간을 사용하며, 사철마다 각자 고유의 운영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철로를 연결하는 일은 일본에서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기술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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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부족한지, 현재 일본의 사철은 노선의 편의성 뿐만 아니라 고속화를 추구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JR은 우리의 경부선 전철 혹은 경인선 전철의 포지션이다 보니, 역간 거리가 긴 특징이 있는데요. 



지역 거점간 연결 노선에서는, 사철이 도무지 JR의 소요시간을 따라잡기 힘든 환경입니다만,



최근 경쟁을 위해 선형개선, 신형열차 투입등의 초강수를 두어, JR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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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근형 열차 최초로 JR이 아닌 사철 츠쿠바 익스프레스'가 최고시속 130km/h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에이 뭐 그정도 가지고... 할 수도 있지만, 



표준궤가 아니라 협궤로 돌파한 속도가 이 정도입니다. 궤간이 좁으면 어지간해서는 커브에서 고속을 낼 수 없거든요.



덕분에 JR니시니혼도 깜놀하며 오사카 - 교토 사이에 130km/h 신쾌속 노선이 투입했다고 하지요. 그것도 추가요금 없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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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선이 '각자'의 철로로 '각자'의 차량이 투입되어 경쟁이 이뤄진다니요. 



KTX의 경쟁자인 SRT가 첫 걸음을 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정말 독특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2027년이면 시속 600km를 돌파할 리니어 신칸센인 추오신칸센이 완공될 테니, 역시 사철 전쟁의 최후 승자는 JR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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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저드아이언 wizard_I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