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인고 끝에 만들어지는 전통 화살의 제작과정
화살을 만드는 장인,
궁시장의 작업을 보게 된 건 정말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인천 무형문화재 전수 교육관에 갔다가
'국가 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박호준 공개행사'
를 접하게 되었거든요.
원래 예매 후 볼 수 있는 행사였는데,
예매 취소로 현장에서 바로 신청하게 되었으니,
정말 우연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요;;;;
처음에는 '궁시' 란 단어에
뭔가 활과 관련 되었구나 싶었는데,
공방에 들어가 보니
'각궁'과 각양각색의 '화살'들이 관람객을 맞아줍니다.
헉......1년이라고요?
화살에 촉이랑 깃 정도만 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복잡한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동이 (東夷) 의 '夷' 자가
'대(大)'와 '궁(弓)'이 합쳐서 만들어졌다는 추측도 있을 정도였으니,
활의 민족이라는 소리가 그냥 나온건 아니었겠죠.
*현재 다소 논란이 있는 해석이라고 합니다.
곧 이어 이어진 공개행사.
'꿩깃따기', '꿩깃다듬기', '촉끼우기' 등의
시연이 진행 되었습니다.
화살의 몸통인
'대마디 다듬기' 부터 시작 되었는데요.
그냥 나무인 줄 알았는데,
가볍고 형태가 잘 변형 되지 않아서
2년생 신누대 가 사용 된다고 하는군요.
궁시장의 장남과 차남인
박주동, 박주봉 장인이
직접 대를 깎아가며,
전통 화살의 제작방법이 왜 어렵고 까다로운지를
자세히 설명해 주셨지요.
깎기만 하는게 아니라
쇠심줄같은 재료로 튼튼히 동여매야
촉을 삽입하고도 대가 잘 유지되는데,
화살을 만드는 재료가
대나무, 민어부레, 복숭아나무껍질, 꿩깃털 등등
생각보다 많은 편이었습니다.
박호준 궁시장의
꿩깃 따기 시연 역시,
한 눈에 봐도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는데요.
꿩 깃 자체가
살아있는 생물로 부터 얻은 재료이다 보니,
한 마리를 잡아도
살에 쓸만한 깃은
많아야 대 여섯 개가 나온다고 하는군요.
이걸 깃과 깃털이 분리되도록
칼로 한참을 다듬고,
말린 깃을 펴는 작업을 여러번 거쳐야
화살에 붙일 수 있는 깃으로 탄생 된다고 합니다.
깃 자체에 유분이 많은데다가
깃털이 습도에 많이 영향을 받는 탓에
다양한 재료가 첨가되어야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듯 하군요.
시연이 끝나고,
공방 내의 전시물을 다시 둘러보다가,
이런 저런 화살촉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넙적한 모양의 화살촉은
서울시청 재건축 때 발굴된 유물의 재현품으로
아직까지 정확한 용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흥미로운 설명을 들었습니다.
형상만 다양 했던 게 아니라서
화공용, 신호용 등등
용도별로 다양한 화살촉도 살펴볼 수 있었지요.
조선시대의 비밀병기였던 '편전'의 모습.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주인공 역의 박해일이,
편전을 통아에 넣어 살을 쏘는 장면을 보셨을 겁니다.
애깃살이라고도 불리는데,
각궁의 에너지가 짧은 살에 집중되다 보니
일반 활보다 더 빠른 비행속도를 가졌다고 하지요.
화살의 무게가 가벼워 충격량은 덜하지만,
날라오는 살이 눈에 잘 보이지까지 않아
실전에서 상당히 위력적인 무기로 대접 받았다고 합니다.
재미난 해설에 다양한 볼거리,
전통 화살을 직접 만저보는 체험,
전통 복장 체험 등등,
약 30분여의 짧지만 알찬
공개행사가 아니었던가 싶은데요.
전통 화살을 봤으니 다음으로,
전통 활인 각궁의 제작 시연도 보고 싶어진 건
너무 나간 욕심일까요? ^^;;;
'Others > 기타 재미난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과학기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뮌헨 과학박물관 (8) | 2018.09.05 |
---|---|
끝판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관상용 해마에 대해 (2) | 2018.08.24 |
자원을 둘러싼 남미의 격동적인 역사, 태평양 전쟁 이야기 (5) | 2018.08.14 |
방문드리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즐휴 되세요! ^^ (10) | 2018.07.29 |
조그마한 사치,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 앵커 '사운드코어'를 구매하다 (2) | 2018.07.16 |
조립이 힘들지만 결과물이 멋진 아카데미 '크리스탈 드럼 세트' (4) | 2018.06.27 |
근미래가 자연스럽게 묘사된 본격 SF 애니메이션들 (2) | 2018.06.18 |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영미 외신의 반응 (11) | 2018.06.13 |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범블비의 귀환 (4) | 2018.06.08 |
아케이드 게임의 천국 킨텍스 2018 플레이 X4에 가다 (6) | 2018.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