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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s/기타 재미난 이야기들

자원을 둘러싼 남미의 격동적인 역사, 태평양 전쟁 이야기



응가의 개발권을 둘러싸고 남미에서 전쟁까지 벌어 졌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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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구 정 반대에 자리하고 있는 남미는 우리에게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지역입니다.



북미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자리한 탓에 항상 관심을 받고 있지만, 



남미 국가들은 너무 멀기도 하고 세계 정세에 약간 거리가 있어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theatlantic.com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남미국가들 대부분은 서로 한 번씩 무력충돌이 겪었던 격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편의상 중앙아메리카도 남미로 묶어 부르겠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몇 가지 꼽으면 1969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별였던 축구전쟁이 있고,



1982년 아르헨티나의 경우 남미 국가가 아닌 영국과 포클랜드 전쟁을 벌이기도 했거든요.



southwalesargus.co.uk




포클랜드 전쟁이야, 워낙 잘 알려져서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정권이 (갈리에티 대통령) 자국 앞바다의 영국령 포클랜드를, 정권연장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침공했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만,



calcioparziale.it




희대의 병크라고 불리는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간의 축구 전쟁만 해도, 축구 시합의 승패가 전쟁의 주 원인이라고 알고 있을 뿐, 



어째서 두 나라간의 사이가 축구로 인해 틀어질 정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 넘어간 불법 이민자들이 온두라스에 불법 경작을 하면서, 이미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하거든요)



www.readlistenlearn.net




축구 전쟁 자체는 공식적으론 불과 100여시간의 전투였지만, 



전쟁 이후 선제공격을 당한 온두라스가 복수를 빌미로 국지전을 벌이면서, 양국 관계는 지금도 앙숙이라고 하지요.



농업산업의 가장 중요한 기반인 국토가 훼손되면서, 두 국가의 경제상황도 사이좋게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하고요.








아... 오늘 이야기는 축구전쟁이 아닌데...



위에 소개된 두 전쟁은 비교적 현대에 있었던 사건으로, 사실 남미에서의 국가간 무력충돌은 주로 1800년대 중반인 19세기에 많이 일어 났었습니다.



1800년대 초 남미의 각 국가들은 우후죽순 독립을 하면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혼란스러웠고, 혼란을 틈타 국가간 영토분쟁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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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만 봐도, 1814년 스페인에서 독립하자 마자 브라질 제국의 침략을 받아 다시 식민지가 되었다가, 1825년 500일 전쟁을 통해 브라질로 부터 재독립했는데, 



이후 친브라질파, 친아르헨티나파, 친파라과이파간 권력 투쟁이 일어나면서 



1843년 부터 1851년 까지 무려 8년간 내전에 돌입하는 막장(!)의 대혼란 시기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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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압권은 바로 오늘의 주제인 페루, 볼리비아, 칠레의 3국간에 있었던 태평양 전쟁이었습니다.



2차 대전에 있었던 일본과 미국간의 '태평양 전쟁'과 용어가 같지만, 영어 명칭은 조금 달라 'Pacific War' 가 아니라 'War of the Pacific'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태평양 해안의 아타카마 사막 인근 지역의 영유권을 두고, 칠레와 볼리비아-페루 동맹이 무려 4년간에 걸처 전면전을 벌인, 남미에서는 상당히 규모가 큰 전쟁이었습니다.



흠...사막이면 별로 효용 가치가 없는 땅인 것 같은데, 여기에 뭔가 있는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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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사막인데 희귀광물이 많이 묻혀있는 특이한 지역이었거든요.



화약 만드는데 반드시 필요했던 초석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었는데,



1800년대만 해도 인공으로 생산하지 못했고, 초석내에 풍부했전 질산칼륨을 추출해서 화약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인도, 칠레에서만 대량으로 채굴이 가능했으니, 남미, 아니 세계적으로도 아타카마 사막의 중요성이야 이루 말할데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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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석말도고 중요한 광물이 하나 더 있었는데 바로 구아노입니다.



우리말로는 인광석이라고 불리는데, 새나 박쥐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지역에서 이들의 배설물(!)이 오랫동안 쌓이게 되고, 



여기에 이들의 시체의 뼈가 섞이면서 굳어져 인산염이 풍부한 광석으로 바뀌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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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그러니까 페루랑 볼리비아랑 칠레는 결국 동물의 똥을 놓고 싸웠단 말이군요.


똥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사생결단의 전쟁까지 벌였단 말인가요.




네, 배설물은 배설물인데 황금 배설물입니다. 유기물이 풍부한 탓에 정제해서 쓰면 세계 최강의 천연비료로 탈바꿈 시킬 수 있었지요.



질산을 이용한 화학비료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게 1920년대고, 대량생산하면서 상업화 된게 1950여년 즈음이었으니,



1800년대만 해도 구아노를 사용한 비료 생산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남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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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로, 섬 전체가 인광석으로 이루어졌던 남태평양의 작은 섬 나우루는, 



인광석의 직접 채굴하거나, 채굴권을 메이저 기업에게 넘기면서 얻은 소득으로, 1인당 국민 소득이 무려 3만 달러를 넘기기까지 했습니다.



1만 3천명의 국민 대부분이 집에 가정부를 두었고, 주말이면 비행기로 인근 호주에 쇼핑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니, 



동물의 똥이 가져다준 부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일로, 지금 고갈크리를 맞았다가, 2006년에 더 깊은 지층에서 인산염을 발견해서 다시 부활하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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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 나우루



잠깐 이야기가 새어버렸네요.



값비싼 광물이 대량 매장되어 있던 아타카마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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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중에서도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 지역은 원래 볼리비아의 영토로, 볼리비아가 가진 유일한 태평양쪽 출구였는데,



개발을 위해 칠레 그리고 페루를 조약을 맺고 끌여들였다가, 



조약의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칠레보다는 페루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채굴권을 넘기게 되고, 동시에 칠레 소유 자산압류, 고율관세 부가 등의 마찰이 발생하면서, 



결국 칠레는 1879년 2월 14일 기습적으로 안토파가스타를 점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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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감정적이면서 막장이었던 건, 3국 모두 전쟁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무기를 살 금전적 여유도, 국민을 징병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라지요.



특히 보급의 경우 문제가 심각해서, 사막지역이었던 안토파가스타에 그 흔한(?) 철도 하나 존재하지 못해 모든 물자는 해상을 통해 보급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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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똭 칠레가 볼리비아-페루 연합군에 결정타를 날리게 됩니다.



1879년 10월 8일 벌어진 안가모스(Angamos) 해전이 벌어졌는데, 칠레가 6대의 주력함을 잡으면서 무려 페루의 해군사령관(!)을 전사시키는 전과를 얻게 되거든요. 






특히 침몰함 중에는 2대의 수송함이 포함되었고, 벌어진 내륙 전투에서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페루-볼리비아 연합군은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연전연패를 하게 됩니다.



위키피디아 >> 안가모스 전투



얼마나 맥없이 무너졌는지, 볼리비아가 안토파가스타로 진입하지 못했음은 물론이요. 심지어 페루는 1881년 1월 17일 칠레에게 수도 리마가 함락되는 수모를 겪게 되지요.



전쟁이 일어난지 불과 2년 만에, 수도를 포함한 남부 영토 대부분을 칠레에게 점령당하게 되고요;;;;







물론 수도가 함락 되었다고 해서 전쟁자체가 끝난 건 아니지만, 소규모 게릴라전으로 저항한다고 해서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2년간 산발적인 저항을 이어가다 1883년 3국은 종전협정에 서명을 하게 되고,



칠레는 볼리비아로의 안토파가스타 주, 페루의 타라파가·아리카·타크나(Tacna) 3주를 얻으면서,남미의 강대국으로 성장합니다.



이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건 역시 볼리비아로, 땅도 잃고 자원도 잃고 태평양 출구도 잃는 1타 3피의 손해을 입으면서,



지금까지 남미의 약소 내륙국으로 추락한 뒤 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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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경우 칠레가 3주를 반환하면서, 양국 관계가 그럭저럭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볼리비아의 안토파가스타는 여전히 칠레가 소유하고 있어, 칠레와 볼리비아는 남미에서도 손꼽히는 앙숙국가로 자리하고 있다는 군요.



언젠가 안토파가스타를 수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내륙국가임에도 여전히 해군을 창설해서 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습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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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내려가다 보니, 다소 횡설수설한 느낌이 드네요;;;



쉽게 접하기 힘든 남미의 이야기라서 이것저것 꺼내다 보니 더 정신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우리랑 먼, 조용한 듯한 남미이지만, 상당히 격동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륙이 또 남미가 아닌가 싶은데요.



거름으로 화끈하게 한판 승부를 벌인게, 자세히 살펴보니 거름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이권 문제였다니요.



인접국과 첨예한 마찰이 있는 건 비단 우리만 그런게 아닌가 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