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알코어의 냉동 수면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사람을 얼렸다 녹이는데 도전하는 독특한 기업




'인체 냉동 보존'을 지칭 하는 별도의 용어가 있는 줄 몰랐네요. 그리스어로 '차다'라는 의미를 가진 '크라이오닉스' (cryonics)가 냉동 보존기술을 부르는 용어로 사용 되고 있었습니다.



냉동 보존이라고 함은, 우리가 자주 먹는 참치처럼 그냥 얼렸다 녹이는 수준의 기술이 아니라, 녹였을 때 신체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이 완벽히 되살려 내는 수준을 일컫습니다. 



죽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냉동수면'이라는 단어로 쓰이기도 하는데, 당장 고칠 수 없는 병을 가진 사람을, 먼 미래에 해동 시켜 치료 하겠다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en.wikipedia.org




이미 미국에서는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알코어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 기업이 1972년 부터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냉동 예정자가 사망판정을 받으면, 그 즉시 신체의 모든 혈액을 빼 내고, 여기에 동결 보존액인 글리세롤을 주입한 뒤 영하 190도의 액체질소 탱크에 보관하게 되는데요. 



이미 약 150여명이 냉동 보존 처리를 받았으며, 앞으로 1600여명 가량의 대기자가 같은 처리를 받게 될 예정입니다. 



alcor.org




전신 보존에는 20만달러, 머리만 보존하는데는 8만 달러의 펀딩이 필요한 것으로 되어 있지요.



흠, 비용도 비싸고, 뭔가 복잡한 처리를 받고 얼려졌으니, 나중에 녹이는데 큰 문제는 없겠군요!



일단 위키피디아에 올라와 있는 시술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신을 얼음통에 넣고, 심폐소생장치를 사용해 호흡과 혈액순환 기능을 복구 시킨다.


2. 피를 뽑아내고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의 부패를 지연시키고 


   환자를 애리조나주에 있는 알코어 본부에 이송한다.


3. 시신의 가슴을 절개하고 늑골을 분리한다.


4. 체액이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체액을 빼 내고 


   특수액체를 넣어 내부 기관이 손상되지 않게 한다.


5. 사체를 냉동보존실로 옮긴 다음 특수액체를 부동액으로 바꾼다.


6. 며칠 뒤 시체는 영하 196℃로 급속 냉각되어 질소 탱크에 보존된다.


위키백과 >> 인체 냉동 보존



거의 현대판 미라에 가까운 처리인데요. 근데 조금 아이러니 한 건, 얼리는 방법은 나와 있는데, 어떻게 녹여야 할 지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는 겁니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뤄져 있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물은 얼면 부피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는데요.



만약 신체를 냉동시키는 경우, 세포 내부의 수분이 팽창하면서 세포막을 모두 터트리는 크리가 터지게 되고, 



en.wikipedia.org




때문에 반드시 몸 내부의 물을 냉동 보존액으로 치환시켜야 합니다. 무독성이며 얼지 않고, 그러면서도 체액과 비슷한 성분의 글리세롤이 사용 되지요.



사망판정을 받은 신체이므로, 시간을 들여 몸에서 수분을 빼내고 글리세롤로 대체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이걸 다시 살려 낼 때는, 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빠른 시간에 몸의 글리세롤이 혈액으로 대체 되어야만, 장기의 파손 없이 온전한 해동이 가능할 테니까요. 



글리세롤이라면 단맛을 내는 일종의 알코올인데, 설탕물에 푹 절여진 신체가 정상적으로 작동 하려면, 정말 순식간에 두 액체가 치환되어야만 한 단 소리 거든요.



en.wikipedia.org




현재 과학기술로는 일부 냉동 난자정도가 해동에 성공해서 상업화 되어 있는 정도인데, 복잡한 다세포 생물이야 따로 언급할 필요가 있으려나요 -_-;;;



때문에 알코어에 보존되어 있는 150구의 냉동보존 신체들은, 해동기술이 개발될 때 까지 기약없이 보존 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en.wikipedia.org



 

하지만, 얼마 전 남극 과학기지에서, 해양미생물에서 획기적인 혈액 동결 보존제를 찾아 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 극지硏, 세계 최초 남극 미생물 이용 혈액보존제 개발 / 연합뉴스 2018.06.27



'얼음 성장 억제물질인 항동결 바이오폴리머 덕분에, 세포로부터 수분을 흡수해 얼음 성장을 억제하고 세포의 생존능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영하 수십도를 넘나드는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도 얼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있는 걸 보면, 냉동 보존 자체가 허황된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동결 보존액이 글리세롤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알코어의 보존 방식이 자칫 시쳇말로 '돈지랄'을 하고 있을 런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이런 선구적인(?) 시도가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있을 런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