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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신경과학에 큰 발전과 큰 파문을 불러왔던 fMRI


정확도를 의심 받았던 fMRI의 뇌영상 이미지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대중에 널리 퍼지기 시작한지 약 3년 정도 흐른 느낌이군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때 거의 정점을 찍었던 것 같은데요.



지능형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스피커가 현실화 되면서 더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



인공지능이 이렇게 빠르게 생활에 자리 잡아가게 될 줄이야....



en.wikipedia.org




사실 인공지능이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게 된 데에는 뇌과학의 역할이 컸지요.



fMRI이라는 장비가 개발된 후 뇌과학 분야가 활발해 졌고, 인간 신경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자



뇌과학의 상위분야인 인지-신경과학이 꽃을 피우게 되었거든요.



NBIC 라는 용어를 들어 보셨을 텐데, 인지-신경과학은 나노기술·생명공학·정보통신과 함께 미래를 이끌어갈 4대 학문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상황입니다.



*NBIC : Nano·Bio·Information technology and Cognitive science




en.wikipedia.org




이번에 다룰 내용은 인지-신경과학 자체는 아니고, 뇌과학에서 사용된 fMRI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fMRI는 예전에 소개드렸던 MRI에 뇌의 내부를 들여다 보기 위해 약간(?)의 소프트웨어적 수정을 가한 장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MRI가 자기장으로 몸안의 수소 원자핵의 분포를 보는 것이라면,


fMRI는 자기장으로 통해 뇌속 혈류량의 변화를 살펴보는 장비로,




계산을 시켰더니 뇌의 여기에 피가 많이 흐르더라


영어를 시켰더니 뇌의 여기에 피가 많이 흐르더라 



하는 식의 연구를 통해 뇌의 비밀이 밝혀지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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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지금까지 많은 과학적 성과를 얻는데 큰 일조를 한 fMRI 입니다만,



2016년에 fMRI의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당시 뇌과학계가 혼란에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응? 그냥 혈류의 영상을 찍어서 보여 주는거 아닌가? 무슨 오류가 있다는거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fMRI가 촬영하는 건 혈류의 변화량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혈액 속의 산소 포화도의 변화량을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slideplayer.com




‘볼드 대비’(BOLD contrast, Blood-Oxygen-Level Dependent contrast, 혈중 산소치에 의한 대비) 라는 녀석인데,



활성화 상태의 산소포화도와, 비활성화 상태의 산소포화도 차이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던 거죠.



뇌세포가 아무리 활발하게 활동 한다 하더라도, 산소 소모량의 변화량 자체는 상당히 작어서 측정이 까다로울 테고,



때문에 여러 번의 촬영 후 얻은 테이터를 통계적으로 처리 라 부르고 '데이터 가공'이라 읽는다 하여,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수일 수 밖에 없습니다.



Wikimedia Commons




즉, fMRI의 이미지는 일종의 통계 소프트웨어를 거친 가공된 이미지이고,



높은 신뢰도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장시간 많은 양의 데이터를 축척해서 통계를 내는게 중요하단 소리인데요.



이 말은, 정확한 이미지를 위해 피촬영자를 몇 시간 동안 fMRI에 넣고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그래서 통계적 추론에서 사용하는 '모수통계 (母數統計, parametric statistics)' 기법이 fMRI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신뢰도가 높은 모수집단의 데이터를 백업으로 활용하여, 짧은 시간에 정확한 fMRI이미지를 얻고자 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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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6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모수 데이터 자체는 이런저런 문제로 약 10%가량의 정확도 하락이 확인되었고,



덕분에 데이터 처리를 두번, 세 번, 네 번 반복할 수록 신뢰도가 낮아져, 심한 경우 최대 70%의 오류가 발생할 것이란 내용이 실렸습니다.



fMRI의 이미지를 보면 뇌가 활성화 된 부분이 빨간색으로 보이는데, 이게 데이터 처리 오류로 인해 잘못된 이미지일 수 있다는 설명이지요.



헐.....




wired.com




이걸 뒷받침 하는 유명한 실험 하나가 알려져있는데, 바로 ‘죽은 연어 스캔 사건’입니다.



2009년에 있었던 일로, 죽은 연어를 fMRI로 스캔했더니, 뇌에 활성화 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영상이 찍힌 사건입니다.



죽은 연어의 뇌가 살아있을 리는 만무하고, fMRI가 오류가 있음을 확인 시켜준 실험이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별로 관심받지 못하다가, 2016년 해당 논문이 발표되면서 재조명되었다고 하는군요.




www.healthcare.siemens.com




사실 논란이 된 논문이 발표된 이후에도, fMRI는 뇌과학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 장비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양전자단층촬영인 PET가 등장했지만, 방사성 동위원소으로 인해, 장기간 추적 관찰이 불가능하단 명백한 단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현재 fMRI는 소프트웨어적(?) 오류를 개선하면서 정확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하고,



정확도가 요구되는 시험에서는 '비모수통계 (非母數統計, non-parametric statistics)'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까,



fMRI가 별로 안좋은 거구나 라고 바라보기 보단, 



개선을 통해 진화 중이구나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게 더 맞는 시각일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