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 - 높은 파도가 위험한 이유
황천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대략 다음의 세 가지의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1) 망자가 가는 곳 2) 넓은 하늘 3) 비바람이 심한 날씨.
세 가지 단어 모두 다른 한자를 쓸 뿐 같은 발음으로, 주로 첫 번째 뜻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왠 ‘황천’ 이냐구요? 비 바람의 세기를 나타내는 용어 중에 하나가 바로 황천 이기 때문입니다.
해군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 레벨이 올라갈수록 헬리콥터 이 착륙도 금지되고….등급별 대응이 달라지고 그럴 겁니다.
민간 선박들은 기상 특보가 떨어지면, 해당 구역을 우회하거나, 항구로 피신이 가능하지만,
영해를 방어하는 군의 특성상 악천후 에서의 작전도 필요하므로 기상 상황을 세부등급으로 분류하여 대응하는 거지요.
출처 : de.flash-screen.com 및 사진 내 기재
황천 상황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파고 입니다.
기상예보를 보면 6-7m 의 높은 파고가 예상된다라는 소리가 있는데, 수치로만 표현되어 얼마나 높은 파도인지 감이 잘 오지 않지요. 아래 사진을 먼저 보시죠.
출처 : www.awi.de
출처 : www.nicewalpaper.com
저 높이가 보이십니까...... 크기도 크기지만, 저기서 발생된 에너지의 크기를 생각하면, 저 정도 파도가 가질 엄청난 파괴력이 쉽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대형 선박이라도 이런 파도 앞에서는 하찮은 돗단배에 불과하게 되는데, 말씀드렸 듯 특별한 환경에 놓여있는 군함을 제외하고는 대개 이런 해역을 피하는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피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선박은 방향과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 이 파도를 넘는 조향을 하게 됩니다.
출처 : www.dailymail.co.uk
우선 파도를 안고(?) 가는 방법으로 조향을 하는데....'안고'라는 표현 보다는 '뚫고'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겠군요. 앞 뒤로 긴 배의 형태를 최대한 활용하여 파도를 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배는 앞뒤 흔들림 (pitching)이 좌우 흔들림 (rolling) 보다 강한 특성이 있는데, 때문에 파도를 옆에서 맞는 것 보다는 앞에서 맞는 편이 전복의 위험이 덜합니다.
출처 : tutorgigpedia.com
물론 좌우 전복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장비가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배 바닥에 날개를 다는 방법이나 (stabilizer), 물을 실어 배가 항상 서있게 하는 등의 (Water Ballast) 방법이 있는데, 모두 배가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시켜주는 장비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보신 거대한 파도 앞에선 여전히 무용지물이 됩니다.
출처 : nauticexpo.com
출처 : westboundtransatlantic.webs.com
게다가 높은 파도를 넘는 조파 자체도 위험하긴 매한가지입니다.
호깅, 새깅 (Hogging, Sagging)이라 불리는 현상이 발생해서 인데.
배가 파도의 산 꼭대기에 걸릴 때 받는 인장력, 파도의 골에 걸릴 때 받는 압축력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피로 파괴가 오게 됩니다.
긴 철사 양 끝을 잡고 마구 흔들면 중간 지점이 뚝 끊어지게 되는 현상. 이 문제가 배에서도 발생하게 됩니다.
출처 : forum-aktiv.com
출처 : cargotec.com
출처 : .hoy.es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아니더라도 선박 기골 수명이 확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잘 넘겨도 문제 잘못 넘겨도 문제가 되는 게 바로 높은 파도의 위험입니다.
뒤집혀지지 않게 조타 하는 것만 해도 고도의 난이도가 요구 되는 데다가, 이런 추운 날씨에 사고는 정말 치명적인 거죠. (조난 당하면 거의 생존이 어려울겁니다.)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근무하시는 해군, 대한민국 물류의 핵심 상선 관계자 분들 대단해 보입니다. 바다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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