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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 차로 보는 경제와 문화

수세에 몰린 현대차의 다음 카드 - 고성능 브랜드화 전략


늦었지만 매우 중요한 현대차 그룹의 고성능화 전략



 현대 자동차의 판매실적이 매우 부진합니다. 수출은 중국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우려스러운 정도이고, 내수 역시 좀처럼 기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indianautosblog.com




 수출의 경우 현대/기아 자동차는 주로 이머징 마켓에서 수익을 얻고 있었는데요. 브라질 시장이 가장 먼저 어려워 졌고, 그 다음으로는 러시아 시장. 이번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까지 상황이 안 좋아 졌습니다. 


이제는 브릭스중 유일하게 인도만이 현재 수준으로 현상유지 중입니다. 





www.cnn.com





 내수시장도 마찬가지인데요. 국내 자동차 4사만 놓고 보면 큰 하락이 없어 보이지만, 수입차가 포진해 있는 대형 세단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녹녹치 않습니다. 상당한 수요가 독일 3사에게 잠식당한 상태입니다. 이는 제 블로그 뿐만 아니라 많은 미디어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합니다.





www.hyundai-blog.com






수출 시장과 고급 내수시장에서 동반 부진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이들 시장에서의 현대의 전략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성능과 브랜드 가치로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라 바로 적당한 성능과 적당한 가격으로 경쟁해 왔다는 점이지요. 





www.themalaysianinsider.com






수출 시장에서 현대가 판매한 세그먼트는 주로 중소형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매우 낮고 저렴한 다른 대체 브랜드가 등장하면 주저 없이 갈아탑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산 자동차들의 가격이 떨어지자 소비자들은 주저없이 일본차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머징마켓의 경기가 매우 좋지 않아 단돈 몇 만원의 가격차이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www.lragir.am






내수 고급시장은 환경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이 세그먼트의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매우 높으나 대체재가 없었습니다. 만약 고급 수입차를 사려면 거의 두 배의 웃돈을 엊어야 했었지요. 차량 정비 서비스에 대한 혹평은 단골 수입차를 ‘까는’ 단골 멘트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가격이 엇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국산차량은 너무 빠르게 가격이 인상되었고, 수입차량은 가파르게 가격이 인하되었습니다. 대체차량이 등장했는데, 성능은 더 뛰어났고 브랜드 가치는 천지차이였습니다. 현대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파이가 점차 쪼그라 들고 있습니다.



 중소형 차를 더 싸게 만들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대형 고급차량의 성능을 더 뛰어나게 만들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결국 가격으로 승부하던 전략이 먹히지 않게 되었습니다. 




flipboard.com




 사실 현대의 점유율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었습니다.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경고를 해 왔고, 현대 역시 이를 인지하고는 기업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 왔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리 브랜드의 런치였습니다. 




www.netcarshow.com




 2007년 제네시스가 처음 등장 했을 때, 랙서스나 인피니티 처럼 별도 브랜드로의 런칭이 검토되었었습니다. 저가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제네시스만의 성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네시스-에쿠스를 엮는 독립 브랜드 신설을 시도했었지요. 


 그리고 다들 아시는 대로 아직 ‘시기상조’임을 들어 계획은 폐지되고 말았습니다. 


 내구성이 무척 뛰어났던 렉서스와 달리 현대는 내세울만 한 세일즈 포인트까 따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기 직후 중소형차의 수요가 늘면서 굳이 모험을 하지 않아도 여유로운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prospect.org





 하지만 우호적인 시장 환경은 불과 5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불황극복을 위해 풀었던 돈들이 속속 회수되기 시작했고, 이머징 마켓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원화약세를 유지했던 수출 환경역시 원화 강세로 돌아서면서 모든 조건들이 나빠지기 시작했지요.




blog.cyberlogitec.com





 그러자 2014년 부터 현대는 3대 모터스포츠 경기 중 하나인 WRC에 i20을 출전시키기 시작했습니다. WRC는 월드 랠리 챔피온쉽의 약자로 유수의 메이커들이 기술력을 다투는 유명 레이스입니다.


 예전에 베르나로 WRC에 출전하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영국의 스포츠 매니지먼트사를 끼고 출전했기 때문에 진정한 컨스트럭터라 보기 어려웠었지요. 그러나 2014년 시즌 부터는 현대가 상당부분 개발에 참여하여, 기술력에 대한 기업 이미지제고에 노력했습니다.




www.wrc.com




 그럼에도 그 직후 중국 시장이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중국 주가지수가 몇달만에 고점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중국의 실제 성장률이 5% 아래일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도 있었습니다. 


 소비대국 중국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현대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수익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했는데, 현대는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점유율 하락이 다른 업체보다 가팔랐습니다.


 내수도 FTA로 인해 고가 자동차 시장이 잠식되지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비슷해지고, 성능이 약간 떨어지는 '이미지' 덕분에 회심의 일격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www.thecarconnection.com





 이에 2015년인 현재 제네시스에서 잠시 보류해 두었던, 고성능 브랜드를 런치 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알음알음 브랜드 N에 대해 소식이 들려왔었는데, 이번 프랑크푸르트에서 공식적으로 대중에 공개한다고 합니다. i30 과 벨로스터가 N 브랜드의 첫 출시 모델이 될 것이라고 하지요

 



forum.xcitefun.net




 브랜드가 직접 튜팅해서 차량을 판매하는 AMG와 같은 컨셉으로 가는 듯 합니다. 만약 전략이 성공한다면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한 단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시장은 기로에 서 있는 현대차에게 더 강력한 처방을 요구하게 될 겁니다.

 



www.eurocarnews.com





 대중적인 자동차 회사로 더 저렴한 차량을 생산할 것이냐, 도약에 성공하여 고급차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강자로 탈바꿈 할 것이냐.

 

 아픔이 있더라도 현대는 후자를 택해야 하고, 이 방향이 우리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의 세 줄 요약

 

 중국에서 실적악화로 현대의 위기가 대두되고, 이는 브랜드 기술력 부재가 원인임


 상황을 간파하고 있는 현대는 10여년간 꾸준히 기술개발에 매진. 기술력이 럭셔리 브랜드 근처까지 도달.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고성능 N 브랜드의 런칭이 있을 것이며, 이를 발판으로 도약을 준비 중임

 

 

 P.S. 참고로 약간 논조가 다르지만 모터스포츠의 참가를 종용하는 재미난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아래 문구가 유달리 눈에 띕니다.

 


[스포츠 돋보기슈퍼레이스 흥행국산차 업체가 시동 걸어라


'만일 국내 업체가 모터스포츠에 뛰어들어 일정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면 국산차에 대한 이미지가 반전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