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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편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방법


영어의 사용 목적은 바로 의사소통




 담당하고 있는 업무 특성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영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메일은 절반 이상을 영어로 써야 하고, 해외 전화통화도 자주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손님과의 미팅도 월례행사처럼 잡혀 있습니다. 그야 말로 원치 않아도 영어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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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를 자주 쓴다니, 쉽게 대화가 가능하겠네요? 그건 또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매번 영어 대화가 신경 쓰입니다. 어떨 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한국에서 영어를 편하게 할 날은 영영 오지 않을 느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외국인 부사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어차피 업무와 관련 없는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미팅이니, 팀 막내인 제가 갔다 오라고 하더군요. 높은 직급의 사람을 만나는데 영어까지 써야 한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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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담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뭘 이야기 해야 할지 고민도 하고 어떻게 말할지 생각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업무 이외의 상황에서 편하게(?) 영어를 쓰는 상황이라니요. 매번 설득, 부탁, 강요 같은 강압적인 영어만 사용해야 했거든요. 업무 하면서 배운 서바이벌 잉글리쉬의 한계였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편한 질문들을 준비하자. 업무가 아닌 뭔가 시사적인, 재미난 질문들을 하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이 겁나지 않느냐, 바득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넘어섰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한국 날씨는 추운 편이냐 더운 편이냐 등등의 시시콜콜하시만 흥미가 당기는 주제들을 준비했습니다. 



 물론 머리 속에서 영어로도 미리 번역해 보았지요. 준비는 완벽해 보였습니다. 질문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말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간담회날 당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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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시간에 회의실에 들어갔습니다. 부사장과 간단한 인사를 했습니다. 사회자의 오프닝 멘트를 듣고 통상적인 순서가 흘러갔습니다. 여러분들이 힘써줘서 감사한다. 앞으로 더 잘해주길 바란다라는 일반적인 커멘트들이 흘러나왔습니다. 회사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앞으로 해야할 중점 과제들이 언급되었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러갔습니다. 예정된 간담회 시간이 넘어가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없냐는 질문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다들 시간도 다되었고, 질문없이 그냥 끝나겠구나 생각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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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부사장이 저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한국 정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물어보면 질문이 하나도 안 나오겠지요. 여기 있는 사람 전원 순서대로 한 명씩 이야기 해보세요. 앞에 앉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순서는 포카(?)치는 방향입니다.



 헉, 젠장. 제가 1등이라니요. 원탁 회의장이었는데 불운하게도 부사장 바로 정면에 앉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게다가 한국 문화를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지명도 한 데다가 고도리 순서대로 돌아간답니다. 순서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아시죠? 당황하면 모든 게 꼬이는거. 머리 속이 하얘졌습니다. 준비해온 멘트 들이 잘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가벼운 이야기를 하려고 무거운 주제를 준비했더니 설명조차 쉽지 않습니다. 북한 미사일 사태를 어떻게 멋지게 설명해야 하나요. 바둑이 뭐였지?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재빨리 옆 사람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저기 바둑이 영어로 뭐에요? 갑작스런 질문에 옆 상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런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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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바둑이라는 전통게임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겼다. 바둑은 체스에 비해 경우의 수가 더 복잡해서 10년간은 인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엎어졌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을 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될 턱이 있나요. 머리 속이 하얘지면 그냥 가는 겁니다. 임기응변입니다. 그냥 막 뱉어냈습니다. 두유노 알파고? 두유노 바둑? 두유노 알파고 원 휴먼 챔피언? 왓두유 씽크?



 그랬더니 부사장이 씨익 웃더군요. 오, 아이노 바둑. 잇츠 오리엔탈 체스 이즌잇? 자기는 인공지능이 곧 인간을 넘어설 거고 자동차의 무인운전 시스템에 큰 발전을 가져다 줄거다 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떡 같은 질문이지만 찰떡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경험 많은 업계 선배로서의 깊이 있는 고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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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자체도 유익했지만, 영어 대화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영어는 언어다.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미사여구는 필요치 않다. 가장 간결하고 쉬운 문법이 가장 좋은 대화 방법이다.



 저는 원어민이 아닙니다. 현지인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없습니다. 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영어의 목적이 의사소통이라면 가장 쉬운 영어, 초등학교 중학교 레벨의 문법 정도로 충분합니다. 



 만약 바둑에 대해 제가 조금 더 깊이 있게 질문을 해야 했다면 이렇게 말해야 했습니다. 바둑은 동양의 체스다. 까다로운 게임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람이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의 이름은 알파고다. 얼마 전에 바둑경기에서 인간챔피언을 이겼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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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법이 단순할 뿐 내용이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주제는 여전히 깊이가 있습니다. 쉬운 문법이 사용되었을 뿐입니다. 단순한 문법으로 질문하니,상대방도 쉬운 문법으로 대응해 줍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대부분은 또렷한 발음, 숙어사용 자제로 배려해 줍니다.) 대화에 문법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깨닳은 순간 이때까지 제 영어가 어땠는지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원어민과 비슷하게 말하려고 문장을 길게 만들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추임새들, Something like, You know 같은 의미 없는 단어를 붙여서 말했습니다. 한참 이야기 하고 나면 상대방이 못알아 들을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잘못된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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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습관으로 굳어져 버려 쉽진 않지만, 지금부터 바꾸어 볼 생각입니다. 제가 원어민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생각입니다. 단순함이 가장 강력하다는 사실을 실천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 영어 라이프가 부담 없이 좀더 쉽게 흘러갈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영어에 왕도는 없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런 방식의 접근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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