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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왜 에어컨은 전기를 많이 쓰는 것일까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작동방식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는 에어컨




에어컨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건 맞습니다. 집 안의 에어컨을 틀면 집 밖의 전기 계량기가 미친 듯이 돌아가는 걸 볼 수 있어요. 



www.elprocus.com




예를 들어 일반적인 가정용 에어컨의 소비전력을 보면 보통 5,000 ~ 6,000 W로 되어 있습니다. 냉방표준 월간 소비전력량 표기만 봐도 약 300 kWh로 나와 있지요. 4인 가족 한 달 전력 사용량을 에어컨 한 대가 혼자서 빨아먹는 셈입니다.




www.rentfuerte.com




그런데 집에 있는 전자레인지를 한번 보세요. 소비전력이 1,000 W로 되어 있습니다. 최신형 전기밥솥은 1,500 W 안팎으로 되어 있어요. 고성능 컴퓨터들에는 500 W 에서 600 W의 파워 서플라이어가 장착 되어 있습니다. 




yonanac99.en.made-in-china.com




헤어드라이어, 진공청소기 등등, 이들의 전기량을 더하면 순간 최대 3,000 W를 찍습니다. 결코 에어컨에 뒤지지 않는 전력 사용량을 자랑합니다. 



에어컨이 마치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무한정 빨아먹는 기계와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다른 제품보다 다소 덩치가 큰 가전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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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바로 사용 시간에 있습니다. 가정의 전기 계량기를 보면 단위가 kWh 입니다. 시간당 사용전력을 표시 하는 단위입니다. (1 W=1 J/s 혹은 0.86 cal/h). 



전기밥솥에 나와 있는 사용전력 1,500 W 의 의미는 한 시간에 1,500 W, 1.5 kW를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www.gamersdecide.com




전기밥솥은 오래 써 봐야 한 시간을 넘지 않습니다. 오버와치를 풀옵으로 돌린다고 해도 2-3시간, 길어 봐야 대여섯 시간 정도입니다. 그것도 맨날 이렇게 하다 걸리면 아버지한테 작살 날 겁니다. 실제 컴퓨터 구동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어컨의 경우는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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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절정인 요즘 같은 경우 아침 해 뜨기 시작해서 지기 전까지, 보통 12시간, 열대야 때문에 24간 틀어넣는 경우도 왕왕 생깁니다. 1.4 kW짜리 에어컨을 하루 종일 돌리면 하루에 33.6 kWh를 사용하게 됩니다. 



한 달 내내 가동 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가뿐하게 1,000 kWh를 넘어버립니다. 4인 가구의 월 전력 소비량 400 kWh의 두 배가 훌쩍 넘습니다.



en.wikipedia.org




에어컨의 전기는 대부분 실내기가 아니라 실외기의 압축기에서 소모됩니다. 실내온도가 설정온도에 다다르면 압축기는 돌지 않습니다. 실내의 송풍기만 돌 뿐입니다. 



24 시간을 돌려도 아마 실제 압축기가 도는 시간은 12 시간도 되지 않습니다. 위의 계산 처럼 많이 나오지는 않겠지요. 그럼에도 12시간입니다.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en.wikipedia.org




어래? 냉장고도 에어컨처럼 냉매와 압축기를 사용하는데 냉장고는 월 소비전력이 50 kWh 던데요?




냉장고가 없는 집은 없겠죠. 김치 냉장고를 포함 하면 두 대를 사용하는 집도 많습니다. 합치면 100 kWh 정도인데, 냉장고는 단열이 잘된 좁은 공간을 냉각하는 장치입니다. 에어컨 보다 작은 압축기가 필요하고, 자주 돌 필요도 없습니다. 



www.allairconditioning.net




반면 집은 단열이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공간도 냉장고 보다 훨씬 넓습니다. 온도가 금방 올라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 돌아야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XmpS8_ro1Q



압축기의 작동 영상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고속으로 빨리 움직이는 일종의 기계장치입니다. 



이 녀석이 냉매를 압축시켜 고압으로 만들고, 팬이 달린 응축기를 통해 저온의 액체상태로 변환시켜줍니다. (액체의 냉매가 실내에서 기체로 바뀌면서 열을 빼앗아 가지요) 



buildingservicesnews.com




압축기가 크면 클수록 대용량의 모터가 필요해 지고 사용하는 에너지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에어컨쪽이 더 큰 압축기를 가지고, 10배에 가까운 전력을 소모하는 이유입니다.



(에어컨의 원리를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근 생산되는 에어컨들은 압축기의 효율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압축기가 단순 On/Off 타입으로 되어 있어 자주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 했는데요. 모터가 초기 기동시 가장 많은 전력이 소모되는 관계로 압축기의 효율이 좋지 않았습니다. 



www.so-cool.com.au




이걸 인버터 타입이라고 해서 압축기의 rpm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었지요. 회전속도를 온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여 압축기의 모터 효율을 높이는 제어방식이 사용 되었습니다. 



뭐랄까 자동차로 치면 고속도로 연비가 도심 연비보다 더 좋다는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듯. 가다 서다를 반복 하면 효율이 떨어지니 속도를 스무스하게 조절해 준다고 보면 되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JXmpS8_ro1Q



모터 자체도 개선되었습니다.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변환해주면서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는데, 아얘 직선운동을 하는 리니어모터를 개발해서 손실을 줄였습니다. 



엘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올린 느낌 입니다만, 꽤 흥미로우니 한 번 읽어보세요. 아래 기사에 따르면 기존 방식의 압축기는 에너지 손실이 20% 정도 였었다고 하는군요.






www.wikihow.com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았는데, 결론은 단순합니다. 에어컨은 애초에 집 전체의 공기를 오랫동안 냉각시켜야 하므로 전력소모가 클 수 밖에 없는 장치입니다. 



사용시간을 줄이거나 공간을 줄이거나 혹은 집안의 단열을 좋게 하면 에어컨을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데요. 



www.anytimeairinc.com



시간을 줄이기 어렵다면 냉방시 사용하지 않는 방의 문을 닫아 주고 (공간 축소), 커튼을 쳐서 햇빛을 막아 (단열) 전기를 효율적으로 쓰면 누진세 폭탄도 조금은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인버터 방식의 신형 에어컨도 도움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