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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선박

원자력 상선? 건조가 시도되었던 민간 원자력 선박들


세계에서 단 네 척 뿐이었던 원자력 추진 상선



원자력 추진은 보급이 중요한 군사분야, 특히 대형 군함에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연료봉을 탑재하면 보통 20년간 교체가 필요 없다고 하지요. 연료가 차지할 부피만큼 더 많은 무기를 실을 수 있어, 대형 항공모함과 잠수함의 주 추진기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http://navylive.dodlive.mil



이런 장점 덕분에, 원자력 추진을 민간 함선에 도입하려던 시도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사실 말도 안되지만, 당시에 원자력 에너지는 차세대 청정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딱 네 대의 화물선에 원자로 탑재가 추진 되었습니다. 



1962년 미국의 NS 사바나호, 1964년 독일의 오토한호, 1972년 일본의 무츠호, 그리고 마지막으로 1988년 러시아의 NS 세브모르푸트호 입니다.




1. NS Savannah



가장 처음에 만들어진건, 1962년 취역한 미국의 NS 사바나호 입니다.



en.wikipedia.org



민간용으로 건조된 세계 최초 원자력선 입니다. Babcock & Wilcox 사의 74MW 가압수형 원자로 탑재되어, 2만마력의 출력에 최대 24노트 (44km/h)의 속력을 자랑했습니다. 



http://atomicinsights.com



1959년 당시 총 4천7백만 달러, 당시 환율로는 47억원이 건조에 들었습니다. 



이중 절반이 원자로 제작 비용이었지요. 1960년대 우리나라 정부 1년 예산이 700억원 안팎이었니. 한 국가 예산의 7% 가량을 배 한 대 만드는데 쓴 셈입니다. 



http://www.irishships.com



건조비용이 천문햑적일 수 밖에 없던 게, 사바나호는 화물선이면서 동시에 여객선이었는데요. 8천 5백톤의 화물칸과 약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30개의 객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승객을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호 장비가 반드시 '대규모'로 장착되어야 했습니다.



http://ansnuclearcafe.org



반면 비싼 제조비에 비해 사이즈가 너무 작았습니다. 디자인도 어정쩡 해서 화물선이나 여객선 어느 쪽으로도 효용성이 낮았습니다. 



같은 규모의 선박과 비교하면 연간 2백만 달러의 추가 운영비가 소요되었지요. 



https://exploratorius.us



결국 원자력도 일반 상선에 적용될 수 있다는 ‘상징성’만 확인한 채, 사바나호는 1972년 스크랩 처리되어 박물관 신세가 되고 맙니다.



사족으로 사바나호는 당시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큰 자랑이었다고 하는군요. 원자력을 평화에 사용한다는 의미로 손수 '피스쉽'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고 합니다.




2. Otto Hahn (ship)



뒤를 이어 만들어진 독일의 오토한호 입니다.



ShipSpotting.com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건조된 원자력 화물선입니다. 



Babcock & Wilcox 사의 38MW 가압수형 원자로가 탑재 되었는데요. 원자로 제작사가 사바나호와 동일합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독일 법인이니, 건조 당시 미국의 지원이 있었음을 쉽게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지요.



AtomInfo.Ru



최대출력 1만1천마력, 최대 17노트 (31 Km/h)의 스팩으로, 1979년까지 약 10년간 120만 Km를 항해하였습니다.



1968년 본격 항해 시작 4년 뒤인 1972년 연료봉을 교체하였고, 당시 기록으로는 불과 22Kg의 우라늄으로 총 항해거리 46만 Km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ShipSpotting.com



NS 사바나와 마찬가지로 운용비가 너무 비쌌던 단점이 지적되어서, 1979년 원자로 해체 이후 일반 상선으로 전환됩니다. 2009년까지 운영되고 폐기처리 되지요.



commons.wikimedia.org



제조업의 강국 독일답게, 큰 기술적 결함 없이 11년을 활동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원자력을 사용하는 기간에는 독일과 아프리카, 혹은 독일과 남미의 항로에서, 주로 광석운반에 투입 되었다고 하는군요.




3. Mutsu (nuclear ship)



의외 입니다만, 일본 역시 원자력 상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matome.naver.jp



무츠호는 1968년 진수 되었고, 이후 4년간의 개장을 거처 미쓰비시 제작의 36MW 가압수형 (PWR) 원자로를 탑재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50여년 전 일이로군요. 



최대출력 1만마력, 최대속도 17노트 (32Km/h)의 화물선이었지요. 말이 화물선이지 형상만 보면 원자력 추진을 시험하기 위한 일종의 시험함에 가깝습니다. 



미국의 묵인이 없었다면 결코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겁니다. 



michee-n-blog.cocolog-nifty.com



미쓰비시의 반응로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었는데, 시험운항 직후부터 미세한 감마선 누출사고가 있었습니다. 



yashoojapan.blog114.fc2.com



취역 전부터 디자인 제작사인 웨스팅하우스에서 차폐로 균열에 대해 경고해 왔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내용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취항 자체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저항에 부딪쳐야 했었지요. 



japaneseclass.jp



결국 모항을 오미나토에서 세키네하마로 옮기는 해프닝을 겪게 됩니다. 



기밀 내용이 많은 만큼 무츠호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시스템 개량을 통해 시험 운항을 계속 한 뒤. 1992년에 해체되었다고만 알려져 있습니다. 누적 항해거리는 8만2천km.



Aysor.am



사실, 기항시 지역주민과의 마찰은 무츠 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다른 두 선박 모두 비슷한 문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원자력선이 민간에서 쓰이기 힘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들어 놔도 투입할 노선이 마땅치 않습니다. 방사능 누출을 우려해 공해에 진입을 자체를 반대하는 국가도 있으니 말이지요.




4. Sevmorput, Russia (1988–present)



마지막으로는 러시아의 NS 세브모르푸트호 입니다.



www.rosatomflot.ru



뭘 하더라도 화끈한 불곰국이 만든 원자력 상선입니다. 



경제성? 그건 뭐 씹어먹는 건가요? 우물우물.



1988년 세계 최대의 원자력 상선 세브모르푸트호를 건조하지요. 최대 21노트, 39km/h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www.korabli.eu



다른 선박의 세 배 출력을 가지는 135 MW급 KLT-40 가압수형 원자로 덕분입니다. 



사용 연료조차, 10% 미만의 저농도 우라늄도 부들부들 떨면서 사용하는 타국에 비해, 러시아는 무려 90%의 농축 우라늄 235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http://sudostroy.com


http://defenceforumindia.com/



덕분에 유일부무이한 원자력 상선에, 크기도 가장 큰 1,328 TEU 4만톤급(GT) 입니다. 지금까지 퇴역하지 않고 북극해를 안방 삼아 잘 굴러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http://www.panoramio.com



세브모르푸트호로 부터 건조, 운영 노하우를 습득한 러시아는 이를 북극해 쇄빙선에 활용하는데요. 



유빙에 갇혔다가는 몇 개월을 꼼작 없이 갇혀야 하므로, 불모지에서의 마초 기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였던 겁니다. 세브모르푸트호는 나름 성공한 케이스인 셈이지요.



http://www.arctic-lio.com




글을 마무리 하면서....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활동중인 원자력 상선은 NS 세브모르푸트호가 유일합니다. 건조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유지비용도 상당히 비싼데요.



장기간 연료 없이 항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매 10년 연료봉 교환을 위해 관련 설비도 필요합니다. 다 쓰고 나서 폐기하기도 마땅치 않습니다. 주기적으로 안전검사를 해 주어야 하므로 중간중간 상당한 추기비용 지출이 불가피합니다. 



효율이 미덕인 상선에서 온통 바람직하지 않은 비용 투성입니다. 



Barentsphoto.com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에너지가 결코 값싸지 않음이 증명 되었는데요. 



군함이나 일부 특수목적 함정을 제외 한다면, 앞으로 원자력 추진 선박을 볼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Nuclear marine propulsion -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