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산업의 위기와 전화위복의 기회
조선업이 난리입니다. 비어있는 도크는 늘고, 골리앗 크레인이 헐값에 팔려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문을 닫은 중소 조선업체가 한들이 아니지요.
Konecranes.com
저유가에 한동안 이어진 세계경기 불황으로 수주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인데, 언론에서는 수주절벽 이라는 용어를 쓰며, 연일 조선업의 위기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2016년 말부터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2020년 적용될 새 환경 규제 덕분에 조만간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사였지요.
http://www.lemarin.fr
선박 건조에 보통 2년여가 걸리므로, 2018년 부터는 수주 물량이 늘어 난다는 내용입니다.
2020년부터 적용될 IMO의 연료규제
IMO는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국제해사기구입니다. 물 위에 떠다니는 녀석들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내는 국제기구이지요.
여기서 2016년 말, 사용 연료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현행 3.5%인 황 함유를 2020년 0.5%까지 낮추도록 강제하기로 공표하였습니다.
www.vesselfinder.com
연소시 발생하는 황산화물이 대기 오염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인데요.
전 세계의 선박이 내뿜는 황산화물이 전세계 자동차가 배출하는 양의 130배(!) 가까이 된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지요. 시기의 문제일 뿐 선박 연료 규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황산화물은 SOx로 표기되는, 간단히 말하면 산성비의 주범이 되는 오염물질입니다.)
http://www.cruiselawnews.com
현재 대부분의 선박이 벙커C유를 연료로 쓰고 있습니다. 강화된 연료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엔진의 교체가 필수라는 소리이지요.
그럼, 벙커C유가 대체 어떤 연료이길래 엔진을 바꿔야 하는 걸까요.
Buncker C유, 중유의 종류에 대해
선박에서 사용하는 연료인 중유는 위키의 정의에 따르면 ‘중유(重油)는 원유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뽑아낸 후 얻어지는 흑갈색의 점성유’ 입니다.
무거운 연료의 뜻으로 영어로는 Heavy oil이지요. 원유에서 30~50%를 차지하는 대표 연료 입니다.
http://www.pvn.vn
일본과 한국은 일본의 JIS K 2205 분류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유는 A/B/C 클래스로 나누는데, 벙커 C유의 C는 여기의 등급 기준입니다.
벙커는 항만의 연료 통을 부르는 애칭으로, 이 두 단어가 합처져 벙커 C유라는 용어가 탄생합니다.
화학적 정제를 하지 않아 가격이 싸지만, 불순물이 많은 특징이 있습니다.
http://blog.worldwidemetric.com
특히 황의 경우 최대 40%까지 함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료 자체가 어마어마한 양의 황화합물을 배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미 IMO에서는 황 함유를 3.5%로 관리해 오고 있었는데…. 이것도 많아서 2020년부터 0.5%로 줄이기로 한 것이지요.
참고로 일반 승용차의 경유는 황 함유율 0.1% 내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Bunker C유 사용 선박의 개조
2020년 적용될 0.5%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엔진의 개조가 필수입니다. 황 성분은 일종의 불순물이고, 엔진을 마모 시키는 스커핑 (scuffing)의 대표적 원인 물질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헤 엔진에는 합급 주철 소재가 적용 되고, 최적의 점도를 갖는 윤활제가 사용되어야 합니다.
http://www.cruisemapper.com
연료에 따라 엔진 소재 자체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연료가 변하면 이에 맞는 새 엔진이 필요하게 됩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선박이 개조를 하느니, 차라리 신규 선박을 뽑는게 더 싸게 먹힌다는 것.
중고차를 떠올려 보면 되겠네요. 300만원짜리 중고차에 500만원의 엔진을 단다고 보면 될까요. 그나마 차량 상태도 좋지 않아 연비가 나쁘게 나온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개조가 되어 버리겠지요.
www.maritimejournal.com
이런 논리로, 아래 기사에서는 2018년부터 신규선박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의 위기와 기회 – 연합뉴스 2016년
선박 수요가 한국 조선업의 회생과 연결될까
다만 변수라고 할까. 조금 주의해야 할 것이, 이미 선진국에서는 2015년 6월부터 0.1%의 황 규제를 적용 받아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http://www.egcsa.com
ECA(Emission Control Area)라는 특정 지역을 다니는 선박들이 여기에 해당 하는데요. 북미, 북해, 발틱해가 대표적인 ECA 지역입니다.
항구 입출항 시 배기가스규제 검사를 받아야 하지요. 따라서, 2020년 IMO 규제는 선진국이 아닌 주로 중진국이 대상이 될 전망입니다.
http://www.arabiansupplychain.com
한국 조선업계가 얼마나 많은 수주를 받을 수 있을지, 이들 물량이 값이 저렴한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을지는 조금 지켜봐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번 글의 결론을 내리자면,
IMO의 규제는 절대적입니다. 2020년부터 탈황 연료를 쓰지 않으면 항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향후 1-2년 내에 엔진의 개조, 신규 선박발주가 늘어날 것임은 거의 확실하지요.
http://www.rappler.com
국내 조선업계는 이미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이번 IMO 규제 강화는 가뭄의 단비를 넘어서는 큰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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