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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멋있어 보이지만 귀환이 상당히 까다로운 스페이스 셔틀


항공기 방식의 우주선을 더이상 만나 볼 수 없는 이유 - 조종의 어려움




요새 KSP라는 로켓 시뮬레이션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http://knowyourmeme.com



한 번 시작해서 로켓을 만들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여가 훌쩍 지나가 있어요. 



로켓을 한단 한단 쌓아 올리는 게 흡사 레고를 만들어 올리는 느낌이고, 이게 발사까지 되니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꽤나 쏠쏠합니다.



최근에는 포럼을 뒤져보며 스페이스셔틀 방식의 발사체를 만들어 보고 있는 중입니다. 비행기 형식이라 간지가 좔좔 흐르는데, 대신 조립 난이도가 높고, 조종이 힘들었습니다.



sandwich-anomaly.deviantart.com



뭐여. 비행기니까 날개도 있고 조종이 쉬워야 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 했는데요. 이게, 저궤도에는 어찌어찌 올라가 지는데, 재진입과 착륙이 거의 헬급 난이도였습니다.



연이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니 내가 뭐하려 KSP를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더군요. 슬슬 때려 치울까 생각하던 즈음, 재미난 영상 하나를 발견 했습니다. 



스페이스셔틀의 파일럿이, 오비터의 조종에 대해 설명하는 강의였지요. 





무슨 학교 공개 강연인 것 같은데, 꽤나 재미있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왜 항공기 방식의 발사체의 컨트롤이 까다로운지 다음의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더군요. (영어의 압박이 있었지만 대충 맞을 겁니다 -_-a)




대기권 진입에서 오히려 방해가 되는 날개 



스페이스 셔틀의 '멋' 하면 바로 대형 델타윙이지요. 대기권 진입 이후 활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날개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날개가 대기권 진입시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의도치 않은 양력을 만들어 내어 다시 우주로 튕겨나가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지요. 



en.wikipedia.org



이를 막기 위해 반드시 기체의 진입 각도를 '40도'로 고정 해주어야 한다는군요. 만약 각도가 이보다 낮으면 대기 밖으로 날라가는 ,우주의 물수제비뜨기 돌이 되어 버린다는 설명입니다.



http://www.orbiterwiki.org




최적의 감속률을 유지하는 방법



기체의 각도가 고정되다 보니 문제가 생깁니다. 항력을 이용한 속도조절이 불가능 한 것이지요. 



속도를 줄이겠다고 기수각을 높이면, 과도한 항력으로 인해 마찰온도가 높아지는 또 다른 불상사가 생깁니다. (원인은 다르지만, 컬럼비아호가 이 마찰열을 견디지 못해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www.gapengineeringusa.com



그래서 나온 조종 방식이 바로 기체를 회전시키는 방법입니다. 뱅크각을 바꿔가면서 기체의 감속비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기체의 돌입 각도를 '40도'로 고정시킨 상태 (마찰 단면적의 고정) 에서의 유일한 속도 제어 방법입니다. (비탈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자전거와 비슷하군요.)




How to Land the Space Shuttle... from Space / youtube by Bret Copeland





원샷원킬이 필요한 오비터의 조종



하지만 이러다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오비터를 좌우로 흔들다 보니 하강 코스가 직선이 아닙니다. 완만한 S자 형태로 진입해야만 하지요. 


How to Land the Space Shuttle... from Space / youtube by Bret Copeland




아시는대로 오비터는 항공기 엔진이 없습니다. 진입코스를 잘못 잡으면 다시 수정할 길이 없습니다. 직선으로 내려오지도 못하는데다가 루트도 수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속도조절을 포기하면, 원하는 장소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속도가 너무 빠르면 지나치게 되고, 너무 느리면 기지에 다다르지 못하게 되겠지요.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귀환입니다.




내팽겨쳐지는 수준의 무지막지한 착륙속도



활주로에 성공적으로 접근하면, 마지막 고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마어머한 진입 속도 입니다. 여객기의 거의 2배의 속도로 접근하는 주제에, 진입 각도는 거의 7배나 높습니다. 



영상에서는 스카이 다이버의 종단속도에 가까운 속도라고 표현 하더군요.



How to Land the Space Shuttle... from Space / youtube by Bret Copeland



비행기를 타보면, 착륙 때 쿵 하는 소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오비터가 터치다운 하면 얼마나 큰 충격이 전해질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거의 패대기쳐지는 수준의 착륙인셈 입니다. -_-;;;



https://www.nasa.gov



거대 연료탱크를 등에 지고, 똑바로 올라가지도 못하며, 부스터 분리때 기스라도 나면 지구에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왕복선 자체가 불안정한 구조물이라 발사와 제어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요. 어려운 발사에 귀환마저 쉽지 않다니요.



musingsmmst.blogspot.com



차세대 유인 발사체가 모두 일반 로켓 방식을 채용한 게 다 이유가 있는 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들기도 어렵고 조종도 어렵고, 까딱 잘못하면 대형 참사가 나는데, 굳이 셔틀처럼 만들 이유가 없겠지요. 아마 제가 죽기 전에는 비행기 방식의 우주선은 만날 일이 없을 것 같군요. 




https://www.nasa.gov




같은 논리로 확장 한다면 건담도 나올 수 없는 디자인이란 소린데... 간지작살의 메카닉들을 볼 수 없다니 섭섭할 뿐입니다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