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 변속기는 정녕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원래 유럽은 자동 변속기 보다는 수동 변속기를 선호하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동이 자동에 비해 차량 가격이 저렴하고, 연비가 좋고,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는데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인의 특성 덕분에 수동 변속기가 더 선호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추이를 보면, 유럽 역시 수동은 줄고 자동 변속기의 비율이 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2004년 90%에 육박했던 수동 비율이 비교적 최근인 2014년에는 75% 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10년만에 15%가 감소했고, 이 추세라면 다음 10년 주기인 2024년에는 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변화입니다.
Death Manual Gearbox - www.autocar.co.uk
여전히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자동변속기의 가격 자체도 많이 싸졌고, 수동과 자동간의 연비차이도 많이 줄었으며,
유지보수에서는..... 자동 변속기의 기계적 신뢰도가 높아짐에 따라 오히려 수동보다 유지보수가 더 편한 쪽으로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주기적으로 삼발이라 불리는 클러치 디스크를 갈아 줘야 하는 수동에 비해 자동은 폐차할 때 까지 별도의 정비가 필요 없는 변속기까지 등장해 있거든요.
자동변속기 자체도 진화해서 수동과 자동의 장점만을 결합한 기술들이 쏟아졌습니다.
듀얼클러치 방식, 자동화 수동 변속기 등등, 수동의 효율성과 자동의 편리함이 결합된 변속기들이 탑재되어 가고 있습니다. 자동과 수동의 경계마저 애매모호해질 지경이지요.
이런 추세에 발맞춰 특히 일부 슈퍼카 메이커들은 이미 수동모델을 단종시켰습니다.
최근 다시 수동 모델을 출시한 911입니다만, 2000년대 초반에는 911의 전 모델에 수동 변속기를 출시하지 않겠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아얘 페라리는 2011년, 람보르기니는 2014년 이후로 자동모델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경우, 일반인이 수동변속기 모델의 성능을 100%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조금은 궁색한 이유가 붙긴 합니다만.
어찌됐건 선두주자의 변화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의 일종의 바로미터입니다.
편리함에 한 번 맛들이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죠. 이미 자동변속기의 단점이 거의 희석되어 가는 마당이라, 굳이 수동으로 돌아갈 명분마저 약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점유율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 마당에, 내연기관에서도 수동이 사라진다니요.
수동의 천국, 본고장인 유럽에서의 변화를 보면, 조만간 수동변속기 오너가 화석취급을 받게 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수동 매니아의 한 사람으로,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쉬울 뿐 입니다.
P.S. 자동이든 수동이든 자동의 탈을 쓴 수동이라도 좋으니 슈퍼카를 마음껏 타 볼 수나 있으면 좋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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