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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 차로 보는 경제와 문화

상식이라고 여겼던 셀프 주유가 상식이 아니었던 사건


자동차 셀프주유에 관한 에피소드



제 와이프는 10년차 베테랑 드라이버입니다. 접촉사고 한번 내지 않은 모범(?) 운전자이지요. 



나름 운전을 잘 하는구나, 생각하고 지내는데 세상에, 얼마전 와이프로부터 운전하는 10년동안 상향등의 존재를 몰랐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g35driver.com



이럴수가 운전경력이 10년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지.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 깜놀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또 다른 깜놀 하는 소리를 듣고 말았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와이프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여보세요.


응, 여보 난데, 지금 통화할 수 있어?


조금 바쁜데… 뭣 때문에 그래?


셀프주유소에 왔는데, 기름 어떻게 넣는 거야?


헐…..



http://www.caboodleranch.com




놀랄 만한 소리였습니다.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게 셀프 주유소인데, 10년 동안 단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니요. 



세상에 제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서 일어나고 있을 줄이야. 상향등에 이은 두 번째 깜놀, 아…. 아직 셀프 주유를 못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었구나.



사실 조금만 인터넷을 뒤져봐도 셀프주유 방법에 대한 글은 무수히 찾아집니다. 







아니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고, 주유소 기기에 다가가면 친절한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설명이 붙어있지 않는 곳에서는 음성으로 설명해 줍니다. 



차근차근 따라 하면 될 뿐 주유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처음 하면 뭐든지 두려울 수도 있겠지.



잠깐의 탄식을 내뱉고는 속사포처럼 단숨에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거 쉬워. 시작 버튼을 눌려. 


카드를 긁고 승인이 되면, 주유기를 차에 꼽고 손잡이를 당기면 돼. 


완료되면 빼서 주유기에 걸고.



http://reachingutopia.com




어렵지 않겠거니 싶어 간단히, 최대한 빠르게 설명하고 상황을 마무리 하려 했으나 아뿔사. 수화기를 통해 당황하는 목소리 들려 왔습니다.



무슨 소리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대체 뭘 눌러야 하는 거야.



주유소 별로 주유기가 다르고, 주유기 별로 터치패널의 용어가 다른 탓이었습니다. 



노란색 호스도 있고 녹색 호스도 있고 뭘 꼽아야 돼?


호스 손잡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천원마감’이랑 ‘리터마감’은 또 뭐야


으악. 호스를 잡아 뺐는데, 기름이 줄줄 흘러.



뭐라고? 기름이 샌다고? 


다급해진 저는 바로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지요. 


움켜진 손에서 힘을 풀어!



www.meramalawi.mw




주유완료 후 손잡이를 풀고 주유기를 뺐어야 했는데, 천원마감을 눌린 직후 그냥 바로 주유기를 뺀 탓에 난 사고였습니다. 



차와 옷에 휘발유가 튀었다고 하더군요. 나름 빠른 대응에 흐른 휘발유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주변에 불씨라도 있으면 큰일 날 뻔 한 상황이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56lFhpByO2s




그리고는 그날 저녁. 니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옥신각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지요.



사실 모르겠습니다. 



설명을 잘 못해준 제 잘못이 큰 건지, 아니면 검색 한번 해 보지 않은 와이프의 잘못이 큰 건지, 아니 애초 에피소드가 ‘문제’라고 불릴 에피소드가 맞는지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일이, 실제 세상에서는 상식이 아닌 경우가 있다는 것. 의외로 도로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가까이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사고가 안 난 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당장 와이프의 셀프주유를 맨투맨으로 봐줘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