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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원자력 위성이 우리 머리 위를 떠다닌다고요?


지구 궤도를 떠도는 원자력 위성들




원자력 에너지는 연료의 부피가 작음에도 큰 출력을 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덩치가 크지만, 방사능을 막기 위한 부속 장치들이 많을 뿐, 연료 자체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요



방사능 걱정이 덜한 우주에서, 그것도 무인의 인공위성에서의 원자력은 상당히 매력적인 에너지원이었습니다. 



덕분에 2차대전 종전이후 우주개발 시대에 접어들자, 냉전의 두 축인 미국과 러시아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연구가 시도 되었습니다.




en.wikipedia.org




인류 최초의 원자력 인공위성은 미국의 SNAP-10A입니다. 



1965년 발사된 과학위성인데요. 원자로가 우주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발사되었습니다.



http://etec.energy.gov




원자로는 큰 배낭만한 사이즈로, 길이는 약 40cm, 지름 22cm에 무게는 290kg 정도의 소형이었습니다. 



설계수명은 1년간이고, 최대 580W, 평균 500W의 출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데스크탑 컴퓨터 하나 돌릴 수 있는 전력량이었습니다.



http://sorendreier.com




하지만 발사 43일만에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원자로는 문제가 없었으나 컨트롤러의 전자장치가 문제를 일으킨 탓이었습니다.



이상이 감지된 위성은 자동 셧다운되고. 전력공급이 중단된 상태로 지구 중궤도, 지상 1,300km 상공을 떠도는 우주의 미아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추락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계산상으론 4천년간 당시의 궤도를 돌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과거형입니다…)



sattrackcam.blogspot.kr




SNAP-10A은 경사궤도각이 90도에 가까운 극궤도에 정상적으로 올려졌기에, 위성의 기능상실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극궤도가 선택 된 데에는 발사 실패시, 방사능 물질이 대륙이 아닌 해양에 떨어지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발사 후 한참 뒤인 1979년 문제가 발생합니다. 위성이 불명확한 원인으로 인해 50개의 파편으로 분리된 것이지요. 



Bolojawan.com




모두 추적이 가능한 크기의 대형 데브리 였는데, 이게 원자로가 분해 된건지, 아니면 단순이 차폐막이 벗겨진 건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방사능을 뿜을지도 모르는 우주 쓰레기가 우리 머리 위를 떠다니게 되었습니다. -_-;;;;



현 시점에 아직까지 이들 데브리의 대기권 재진입 소식은 없습니다만, 대기권에 진입하면, 궤도상에 있는 국가는 경-_-축 핵낙진 파티가 열리게 되겠지요.




http://abcnews.go.com




이처럼 지구 저궤도에서의 원자력 위성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아니 아얘 실제로 추락해서 문제가 된 사고들도 있어요. 바로 구소련의 첩보위성 코스모스 954추락 사건입니다.




HistoricWings.com




1977년 발사된 코스모스 954는 정밀 지형 레이더 가 장착되어 적국의 차량, 항공기를 감시하는 첩보위성이었습니다. 레이더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약 50kg의 소형 원자로가 탑재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발사 4 개월 만인 1977년 12월, 원인불명의 통제불능에 빠져버립니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고장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첨단 위성이잖아요. 소련이 들인 돈이 얼마인데요. 위성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졌음은 당연지사지만, 결국 1978년 1월, 소련을 복구하는데 실패하고 위성을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포기했으니 이제 어디에 떨어지나 재진입 루트를 계산해 봐야지요.



이게뭐야 헐. 적국 한 복판인 북미에 떨어지네? 



아무리 기밀이라지만, 숨겼다가는 세계대전이 일어날 판이었지요. 소련은 미국과 캐나다에 원자력 위성 추락 위험을 통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당연히 미 행정부와 캐나다 행정부는 발칵 뒤집혔고요.



http://gravitymovie.wikia.com




코스모스 954는 두 개의 큰 덩어리로 분리되어 1978년 1월 24일 과 1978년 10월 15일 캐나다 서부로 추락하고 마는데요.



소련에서 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락 궤도를 계산하고 대비 한 캐나다. 그러나 정작 파편은 엉뚱한 곳인, 캐나다 서부의 그레이트 슬래브 호수부터 베이커 호수의 600km에 걸쳐 떨어졌습니다.



http://ottawacitizen.com




사람이 살지 않던 지대라 특별한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만, 발견 당시 파편의 방사능수치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무려 시간당 1.1 시버트. 사람이 한 시간만 노출되어도 사망할 정도로 강력했지요.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불쌍한 캐나다는 오염지역을 처리하는데, 무려 6백만 캐나다달러를 써야 했습니다. (현재 가치로 약 200억원 수준)



너님 때문에 개고생했으니 모두 물어내셈. 



캐나다는 비용 전부를 러시아 한테 청구했고, 최종적으로는 절반 정도인 3백만 캐나다 달러를 소련으로부터 변상 받을 수 있었습니다. 



http://ancienty4.rssing.com




사실, 코스모스 954가 유명한 건 원자력 위성이 타국 영토에 추락한 첫 번째 사레였기 때문입니다. 그 이전, 그 이후에 유사한 사고는 계속 발생하였습니다. (1983년 Kosmos 1402 추락사고) 



위성의 신뢰성에 심각한 위험을 느낀 소련은, 원자력 위성에 추가 안전장치를 달아야만 했습니다. 



이상발생시, 원자로를 대기권에서 타버릴 수 있는 궤도로 분리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idw-online.de



이 시스템은 1988년 Kosmos 1900호의 발사 실패 때 성공적으로 작동되어, 성능을 입증하였습니다.  



그리곤 이후, 더 이상의 큰 방사능 노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http://www.standaard.be





2010년 기준 지구 궤도에는 약 30개의 소형 원자로가, 약 40개의 원자력 전지 (RTG 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가 떠다닌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실로 놀랄만한 수량이 아닐 수 없는데요



대부분 비밀리에 발사된 첩보위성이라, 70개가 넘을 가능성도 있는다는군요. 



이 다수의 원자력 위성에, 모두 추락을 대비한 안전장치가 달려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자다가 핵낙진을 맞기는 싫지 않겠습니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