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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머니볼에서 본 미국계 회사에서의 책임문화


영화에서 보이는 미국계 기업의 흥미로운 문화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영화 ‘머니볼’을 봤습니다.



healthyoptions.com.ph




2011년 상영작으로,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팀 리빌딩을 하는 과정의 '실화'를 담은 영화인데요. 



캐릭터간 개성이 뚜렷하고, 잘등의 전개와 해소가 확실한 데다가,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훌륭해서 흡입력이 상당했습니다. 



굳이 야구 팬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왜 이제야 접했는지가 의아할 뿐이라니까요.






정신 없이 보고 있는데, 중간에 눈에 확 들어오는 씬이 있었습니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빈 (브래드피트)가 팀 스카우터들과 회의를 가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주전이 FA로 다 빠져나간 상태였고, 팀은 적은 예산으로 주전 대체요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스카우터 팀이 추천 선수 목록을 정하고, 단장에게 보고하는 중이었는데요. 



여기서 단장인 빌리빈이 스카우터들의 선택을 무시하고, 야구계의 상식(?) 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선수들을 뽑겠다고 선언합니다.



오로지 출루율 통계를 보고 선수를 선택하는 초 강수를 둡니다.







일방적인 결정에 당연히 스카우터들이 난리가 났지요. 이렇게 고를 거면 우리가 왜 여기 필요하냐, 경력에서 오는 경험 무시하지 마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이 이어집니다. 



드마마틱한 토론 상황이 전개 됩니다. 



그때, 단장인 빌리빈이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집니다.






‘이건 토론이 아닙니다.

'This is not a discussion.'




그리고 이어지는 고참 스카우터의 대사.





'구단주와 신 말고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어.'

'This is the man, he answers to no one except ownership and God.'





아, 이거야 말로 미국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면이다!




자유로운 토론문화와 뒤따르는 책임




흔히 외국계, 특히 미국계는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회의에 참석해서 (한국식처럼) 의견을 내어놓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다면, 저 사람은 대체 회의에 왜 들어온 거야. 라는 소리까지 듣습니다.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당하기까지 합니다.



azjewishpost.com




하지만 분위기는 분위기 일 뿐.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는 어느 누구도 지시를 어기지 않습니다. 스포츠라는 환경적인 차이와 영화를 위한 과장이 있어서이지, 리더의 결정에 토를 다는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철저히 책임위주의 업무를 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지요. 직급별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정해져 있고. (문서화 되어 있음) 결정에 따른 실적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집니다. 어떻게 보면 소름까지 끼칠 정도에요.




역주행을 원하는 자 회사를 나가라




다들 아시는대로, 미국계는 해고가 자유롭습니다. 적자가 누적되고, 노조와의 협의 후 정리해고가 진행되는 한국에 비해, 상당히 손쉽게 인원감축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리더의 지시 불이행은, 대놓고 나를 해고 하십시요 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덕분에 미국계 회사에서는 되도록이면 리더와의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풍조가 만연합니다. 



(영화에서도 스카우터 팀의 팀장인 듯한 그래디는, 마찰끝에 결국 해고 당하고 맙니다.)





당신을 해고하진 않을 겁니다, 그래디.

I'm not gonna fire you Grady





엿먹어 빌리.

F--- you, Billy.


이젠 해고로군요.

Now I will.



조금 다른 사례였지만, 옆 담당 임원의 책상이 보안요원에 의해 치워졌다는 소리를 직접 들었습니다. 문제가 확인된 순간 모든 권한이 정지되고 사무실 내 물건에 손도 못 대게 했다는군요. 



나중에 회사의 정책을 위반이 발각되어 해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지침, 방침을 어기고 역주행 하는 자, 어느 누구건 간에 결코 무사할 수 없습니다.




결과와 책임과의 관계




미국계 기업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도 등장합니다. 단장이 밀어붙인 일방적인 선수 구성의 조합의 결과가 시즌 초반 연패로 나타나게 됩니다. 감독과의 불화가 계속 이어지지요. 



단장과 감독은 팀의 승리라 공동목표를 가진 리더이지만, 끝없이 대립합니다.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출전시키라는 단장의 지시에 다음과 같은 감독의 대사가 등장합니다.





'더 싸우기 싫소, 라인업은 내 권한이요.'

'I don't wanna 15 rounds Billy, The lineup card is mine, and that's all.'



야구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이 상황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일이 실제 기업에서도 일어납니다. 특히 경험이 중요시 되는 엔지니어링에서 많이 관찰되는데, 인사 결정권자인 연구소 임원이, 경력이 많은 엔지니어의 결정을 쉽게 뒤엎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원가절감을 위해 이 부품의 소재를 변경해 보시오. 라는 지시에, 안전과 관련된 부품인데 죽어도 안됩니다. 라고 반대하는 걸 정말 자주 보고 있습니다.



sourceable.net




흥미롭지요? 리더의 지시를 무조건 따른다면서 또 반대한다니요. 책임의 소재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선수 구성은 단장의 몫입니다. 구성된 선수로 경기를 운영하는 건 감독의 몫입니다. 엔진 전체의 개발을 관리 감독하는 건 임원의 일입니다. 하지만 부품 하나하나의 개발책임은 담당 엔지니어에게 있지요. 



주어진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 하지만, 권한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칼로 무자르듯 할 순 없는 노릇이지요. 결국 사람사는 세상입니다. 일방적으로 깔아 뭉개는 일은 없습니다. 좋은 말로 둥글게 둥글게, 경청을 하고, 조언을 주고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당신이 해고 당할 수도 있어요.'

'This is the kind of decision that gets you fired.'





'그래 맞어, 해고 당할 수도 있겠지.'

'Yes it is. I may lose my job.'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권한과 책임은 명확합니다. 결과의 여부에 따라 승진할 수도, 회사를 떠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스포츠 구단이라 극적인 부분들도 있습니다. 영화이기 때문에 과장된 내용도 있을 겁니다. 미국계 회사들을 여럿 거쳐본 적도 없고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지금의 회사에서 보였던 부분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점이고. 겉으로는 자유로운 문화를 가진 걸로 보이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결국 기업은 어디나 다 비슷하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가방 싸 피터, 내가 방금 자넬 클리블랜드에서 산거야'

'Pack your bags Pete. I just bought you from Cleveland Indians'




사족으로, 영화를 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빌리빈을 볼 수 있어요. 경영진이니까 야근수당도 없을 텐데 -_-;;;;



한국인들이 일을 많이 한다지만, 워커홀릭은 미국쪽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의 한 줄 결론


미국계 회사 경영에서의 두 개의 특징적인 키워드는 결과위주의 경영, 책임위주의 경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