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와 자동차 회사/시승,방문기,리뷰

메이커들이 북미 픽업트럭의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려운 북미의 픽업트럭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생소했던 아웃도어, 캠핑 같은 단어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자동차에서도 SUV가 보편화 된지 오래 되었지요. 





이들 차량은 공간 활용이 뛰어나면서도 오프로드에서의 활용도가 높아,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SUV를 뛰어넘어 아얘 한국시장에 미국식 픽업트럭을 들여오자는 이야기들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의 야외활동이 잦아져 아웃도어용 차량의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라는 것이지요. 험지 주파능력에 대형 화물 수송이 가능해, 들어만 온다면 충분히 팔릴 거라는 분석들이 많습니다.


arthillfords.com



'픽업트럭' 하니 왠 트럭이지? 할 수 있는데, 최근 북미시장의 픽업트럭은, 이름만 트럭이지 고급 SUV를 뺨칠 정도로 차량 완성도가 높습니다. 



쌍용의 코란도 스포츠가 SUV를 베이스로 한 일종의 부분 변경모델이라면, 북미의 트럭들은 샤시 플랫폼만 공유된 트럭 전용 모델이 주를 이룹니다. 



주행성능, 외관, 내장 모두 높은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더블캡은 4인 가족용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간지도 작살입니다.



www.simplemotoring.co.uk




단순 계산으로는, 코란도 스포츠가 연 2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환될 일부 SUV의 수요가 더하면, 틈새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현대기아는 픽업트럭이 없지만, 쉐보레는 미국에 실버라도랑 콜로라도가 있잖아. 조금 들여와서 팔아보고, 잘 팔리면 여기서 생산하면 되지 않을까?



http://www.chevrolet.ca



사실 이런 시장의 요구는 어제오늘 있었던 게 아닙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지요. 당연히 한국 지엠에서도 검토해 봤을 테고요. 



하지만 현재까지의 움직임을 보면 북미의 픽업트럭을 들여와 한국에 풀 조짐은 전혀 없습니다. 차도 멋지고 잘 팔려 보이는데 왜 주저할까요? 예측되는 몇 가지 이유를 나열해 봤습니다.




예상보다 보수적인 한국 자동차 시장



자동차 시장은 보수적입니다. 아시아, 특히 한국은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그 증거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어요. 한국 내수시장에서 선호되는 차량 색은 무채색이 압도적입니다. 흰색을 제외 하면 밝은색 차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http://www.coatingsworld.com




튀기를 싫어하고, 되팔 때의 잔존가치를 고려해 가장 무난한, 대중적인 색의 차량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자동차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한몫 거들고요.)



http://www.coatingsworld.com




보수적인 특성 때문에 온라인에서 차량 수요가 실세 수요로 이어지기 힘든 환경입니다. 그나마 덜 이질적인 소형 SUV조차 시장이 성장하는데 2-3년이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물며 이질적인 픽업 트럭이라니요. 가족용 차량 선택하는데, 난 남자다운 픽업트럭이 좋아! 라며 일방적으로 차를 지를 수 있는 가장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한국 시장에 맞지 않은 차량의 특성



픽업트럭을 직접 본 사람이라면 예상 외의 덩치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http://www.chevrolet.ca




포드 F-150의 크기를 보면 캡 높이가 2m, 휠베이스만 거의 4m에 최대 차량 길이가 6.2m 입니다. 이는 코란도 스포츠 보다 20% 가량 큰 덩치입니다. 



길이야 트럭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차폭을 한 번 보세요. 사이드미러 포함 2.46m, 접어도 2.12m (83.5 in)입니다. 



http://www.motortrend.com




현대의 제네시스의 기함 EQ900의 전폭이 1.9m로 이니 무려 20cm나 더 폭이 넓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의 도심 주차장에서 문제가 될 수준의 덩치이지요. 



시장 수요가 확 줄어드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생각외로 큰 폭으로 올라갈 차량 가격



가격도 걸림돌입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포드의 F-150 시작가는 2만7천 달러입니다. 와 3천만원이 안되는군요. 생각보다 싸요. 



http://www.ford.com




근데 여기에 차량에 붙는 부가세, 운송비를 계산해야 합니다. 대충 20%만 더해도 3만 4천달러입니다. 



기타 비용들, AS 정비망 구축, 차량 홍보비, 일반 관리비등을 더하면 대당 차량 가격이 4천만원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http://www.thetruthaboutcars.com



게다가 이건 깡통 버전입니다. 한국인 취향에 맞는 중간 이상의 트림, 4인용 더블캡(Supercrew)이라도 선택하게 되면 5천-6천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럭 한 대에 5천만원이 넘는다고요? 



쉐비 실버라도는 2만 1천달러라 조금저렴하고, 한국지엠 판매망이 있으니 조금은 낫겠지만, 그래봐야 천만원 안팎의 차이입니다.




재주는 곰이 넘고 꿀은



설령 위의 고충을 알고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차를 들여왔다고 가정해 봐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겁니다. 스타트를 끊는 첫 주자가 모든 몸빵을 맞아야 해요. 



http://www.chicagoautoshow.com



픽업트럭의 판매를 시작하면 왜 이 차량이 필요한지 홍보를 위해 행사, 광고, 협찬을 열심히 해야지요. 쏟아 부은 돈 만큼 판매가 늘어날 겁니다. 



빠르진 않아도 언젠가 손익 분기점을 맞출 판매량에 도달하게 되고, 한숨을 돌릴 시기가 오게 될 겁니다. 



http://newatlas.com



하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시장을 독점하는 걸 경쟁자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습니다. 선두주자가 자리를 잡기 전에 공격을 시작합니다. 싱싱한 새 픽업 트럭을 투입하겠지요. 



신차효과가 사라져 식상해졌을 시점이라 속절없이 점유율이 줄어 들 겁니다. 후발 주자는 비용에도 여유가 있어 보다 더 공격적인 홍보가 가능합니다. 



http://media.gm.com



힘들게 시장을 개척 했다가 남 좋은 일만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대에서 아이템을 못먹을 수도 있는 탱커가 되고 싶어 하는, 공격적인 차량 메이커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결론을 내려보면,



아무리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해도, 자동차 시장은 보수적입니다. 수입차 가격은 쌀 수가 없습니다. 수요가 적어 현지화를 위한 별도 개발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픽업트럭의 직도입은 국내 메이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모험임이 분명 합니다. 



오늘의 한 줄 결론 이렇습니다.




한국에서 당분간


거리에 넘치는 포드 F-150와 쉐보레 실버라도를 만날 일은 


거의 없어 보임.





P.S.



댓글에 많은 분들이 풀사이즈를 가지고 와서 비교하느냐 말이 되지 않는다라는 지적이 있어, 보강 내용을 추가합니다. 



글에서 언급한 ‘메이커’라 함은 일반 수입사가 아닌 쉐보레와 르노삼성, 더 정확히는 쉐보레의 케이스였습니다. 따라서 포드 F-150를 가지고 와서 비교하면 충분히 혼란이 있을 수 있고, 콜로라도와 실버라도의 사이즈만 확인 해야 했어요. 그럼에도 F-150의 크기로 비교한 건 가장 많이 팔리고 대중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글이 이미 나갔으니 본문을 수정하긴 좀 그렇고, 콜로라도의 크기를 추가한다면, 차량길이 213in / 5.4m, 휠베이스 128in / 3.3m, 차폭 74in / 1.9m 정도로 국내 대형 세단 정도의 크기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Q900 차량길이 5.2m / 휠베이스 3.2m / 차폭 1.9m) 미드 사이즈 이니 F-150보다 작은 건 맞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전히 작지 않은 덩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수요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생각이에요.



도입을 위한 시장성 검토에서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면, 브랜드에게는 큰 도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그런 내용으로 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