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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 차로 보는 경제와 문화

왜 스토닉은 코나보다 조용한 공개행사를 가져야만 했을까


스토닉으로 바라본 현대자동차 그룹 내의 기아의 입지



기아의 소형 SUV인 스토닉이 공개 되었습니다. 



carwow.co.uk




지난 6월 27일 국내 공개 행사가 있었는데요. 차량에 대한 느낌을 간략히 말씀 드린다면,



디자인은 개인적 취향에, 이런 저런 매체에서 다뤄 줄 테니 제가 평가할 영역은 아닌 듯 합니다만, 생각보다는 얌전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더군요. 



carwow.co.uk



여기에, 최근 현대 기아야 워낙 차를 잘 뽑아내는 관계로, 상품성 자체는 전혀 문제 될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전후가 확실하지 않은 GDI 이슈는, 조금 논외로 하시지요.)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인데요. 생각보다 싼 1800만원대 후반으로 책정 되었습니다. 상당히 공격적인 가격인데요. B 세그먼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전략 가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http://www.kia.com



이미 유사차량인 니로가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B 보다는 C 세그먼트에 가까운 크로스 오버이거든요.



현대의 코나가 그랬듯 디자인 + 괜찮은 상품성 + 적당한 가격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평타는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www.autocar.co.uk




사실 이번에 다루고 싶었던 내용은 스토닉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스토닉 공개 행사로 본 현대와 기아의 전략적 관계입니다. 



일반적인 신차 공개가 함은, 먼저 일부 정보를 배포해서 대중의 주의를 환기 시키고, 티저를 흘려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차량 공개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방식으로 진행 됩니다. 



http://newatlas.com



그런데 스토닉의 경우 아시는 대로 일주일 전 유럽에서 공개행사가 이미 열렸습니다. 밥이 익기도 전에 김을 빼버린 격이 되어 버렸죠. 



발표 시기도 코나가 한 달 정도 빨랐고, 스토닉은 뒤를 따랐습니다. 코나는 발표 행사가 후끈 달아 올랐지만, 스토닉은 상대적으로 차분 했습니다. 



http://www.carmagazine.co.uk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코나가 시장을 리드하고 스토닉은 서포트 한다. 



현대기아는 B세그먼트의 SUV에서 스토닉을 전면에 내세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간판 모델은 코나라는 걸 명확히 하고 있어요.



http://www.motortrend.com




아이오닉과 니로 때도 그랬지요. 아이오닉은 시끌벅적했는데, 니로는 상대적으로 차분했습니다. PHEV 시장 공략에 아이오닉을 앞세우고 니로를 뒤에 놓는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룹 내에서 현대와 기아와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새로운 시장 진입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두 회사인데, 현재 판매중인 차량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특별한 몇 개 차종을 빼면 현대를 압도하는 기아차량은 거의 없습니다.



http://www.themotorreport.com.au




아무리 플랫폼을 공유하고, 같은 연구소에서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별도 독립법인입니다. 


그룹 내에서 기아의 위치는 현대 아래입니다. 전체 차량 판매에 시너지를 불러오는 역할을 부여할 뿐 결코 현대를 뛰어넘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hyundaimotorgroup.com




당연하겠지요. 정통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아는 배다른 형제인데요. 



'누가 적통이던 간에 더 많이 벌든 오너 입장에서는 이윤을 많이 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라고 반박하실 수 있겠지만, 현대건설 인수전을 보세요. 



현정은 회장의 현대 그룹과 정몽구 회장의 현대자동차 그룹이 무엇을 얻으려고 그렇게 치열하게 치고 박고 싸웠을까요.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의외로 오너 일가에서 정통성을 엄청나게 따질 거라는게 쉽게 예측이 가능하고, 왜 기아가 현대를 앞서지 못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http://www.kia.com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아마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다만, 막연히 알고 있는 내용이 실제 신차 공개 전략에서도 빤히 보인다는 게 흥미로운 뿐이지요.



http://www.kia.com




현 시점,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기아자동차를 제외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통성, 그룹 내에 퍼져 있는 '언제든 기아는 다시 팔 수 있다는 암묵적인 분위기'  때문에,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기아는, 현대를 서포트하는 임무만을 부여 받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