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제조기로 불린 F-104 스타파이터의 짧은 글
젓가락 비행기니, 몽당연필 전투기니,
F-104 스타파이터에 다양한 수식어가 달리는 건 알고 있지만, 정말 이 정도로 길고 가느다랄 줄은 몰랐습니다.
F-104의 이런 저런 사진을 찾아 봤더니, 아니 이런 형태로 어떻게 하늘을 날지? 라는 경외감 마저 들더라고요;;;
긴 동체에 짧은 날개. 이건 뭐 미사일에 조종석을 올려놓은 듯한 형상입니다. 이러니 경이적인 비전투 손실율을 보일 수 밖에요.
F-104의 첫 비행이 1954년이고, 이때는 지금처럼 FBW (Fly by Wire)가 있던 시절도 아닌, 오로지 파일럿의 능력으로만 전투기를 컨트롤 하던 시대였습니다.
실속에 빠졌다가는 속된말로 그냥 꼬라 박을 수 밖에 없어요.
F-104를 가장 많이 운용한 독일이 총 292대를 손실했는데, 이게 무슨 교전으로 전투기를 잃은 게 아닙니다. 모두 비전투 손실입니다.
이륙하다 추락하고, 훈련하다 추락하고, 귀환하다 추락하고, 비율로 치면 무려 32%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가 정말 평균적인 손실율이라는 사실.
캐나다군의 경우 무려 110대를 비 전투 손실로 잃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합니다. 독일에 비해 절반이 조금 안되지만 얘들은 도입수량이 238대에요.
그냥 깔끔하게 절반을 날려먹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_-;;;;
만약 KF-16이나 F-15K 이 정도로 추락했다면 정말 난리가 났을 겁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눈에 뭐가 씌었는지, 서방 국가에 총 2,300대의 어마어마한 수량이 판매되었고, 이중 30%인 900여대가 미국외 단일 국가, 독일에서 운용되는 기록을 달성합니다.
사실 F-104G의 입장에서도 약간 억울한 면은 있습니다. 기체가 요격기로 설계 되었었거든요.
다른 능력은 다 버리고 오로지 빠른 가속과 높은 상승률만을 추구했던 기체였습니다, 강력한 엔진에 최대한 가벼운 동체와 짧은 주익 외에는 다른 건 다 필요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험용 기체인 더글러스 X-3, 노스아메리칸의 X-15와 흡사한 형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지요.
(두 기체 모두 극초음속을 시험하기 위해 개발된 1950년대의 기체입니다.)
이걸 F-104에 G라는 알파벳을 붙여 멀티롤 전투기로 사용했으니 손실률이 적을래야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운용국 모두 살인적인 손실에 골머리를 썩여야 했지만, 문제는 딱히 이를 대체할 만한 기체가 없었다는 것.
극단적인 설계 덕택인지, 1978년 당시 1백 4십만 달러, 우리 돈으로 대당 15억원, 지금 물가로 환산해도 불과 100억원이 안 되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T-50의 대당 가격이 약 200억원 - 300억원 사이 정도로 추정됩니다.)
반면 동시대 명 전투기인 F-4는 초기 양산 당시인 1965년 이미 대당 2백 5십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F-4 한 대 값으로 거의 2대 이상을 살 수 있는 셈이었습니다.
저렴하게 대량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아닌 장점 때문에, F-104은 개발된 지 50년 뒤인 2004년이 되어야 전량 퇴역 하게 되는데요.
개발국인 미국 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운용되었다는 점, 그리고 속도를 위해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F-5 프리덤 파이터와 유사점이 많은 기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 F-5은 상황이 나은지 노인학대 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말이지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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