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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일본의 지하 1,000m 에 대형 수조 시험실이 있다고요?


중성미자 관측 실험실, 일본의 슈퍼 카미오칸데에 대해




일본 기후현 히다시의 카미오카 광산에는, 지하 1,000m 깊이에 대형 수조가 위치 하고 있습니다. 깊이 40m, 지름 40m의 큰 물탱크 인데, 약 5만톤의 물이 저장 되어 있습니다. 



en.wikipedia.org




일본이 아무리 생선회에 미쳤다고 해도, 저렇게 깊은 곳에 생선 보관용 수조를 만들리는 없을 테고, 그럼 재난에 대비한 물탱크일까요?



농담이 과했군요. 당연히 그럴리는 없겠죠. -_-;;;; 



카미오카 중성미자 관측실험(Kamioka Neutrino Detection Experiment)라 불리는 일본 최대의 미립자 관측 시설입니다. 줄여서 슈퍼-카미오칸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home.cern




이름에서 짐작 하듯, 중성미자를 관측하기 위해 설치된 측정소입니다. 1991년 승인 부터 1996년 완공까지 6년간 약 1,000억원의 비용이 투자된 대형 프로젝트였지요.



흠. 중성미자라.... 일본이 왜 이런데 돈을 쏟아붓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중성미자라는 녀석이 뭔지 알아야 겠군요.



쉽게 말해 중성미자는 전자의 사촌쯤 되는 녀석들 입니다. 물질의 기본 성분인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전자는 극성을 띄고 있어 원자핵 근처를 맴돌고 있지요.



http://www.quantumdiaries.org




하지만 원자핵 근처를 돌지 않는 전자인, 중성 미자는 극성을 띄지 않고 있어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습니다. 어떤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아요. 



더 간단히 이야기하면, 이 녀석들은 모든 물체를 그냥 통과해 버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물질의 기본 구성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은 분은, 이전에 쓴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뭐든지 통과해 버린다고요? 그럼 어떤 장비로도 관측이 불가능 하겠네요. 그렇다면, 이 녀석의 존재 자체를 어떻게 확인하게 된거죠?


맞는 말입니다. 애시당초 관측이 안되는,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는 녀석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등장도 특정 현상의 앞 뒤를 억지로 끼워 맞추기 위해 도입된, 일종의 가상물질이었습니다.


en.wikipedia.org



원자핵이 스스로 붕괴했네 (베타붕괴). 붕괴 후 에너지를 측정해 보니 붕괴 전에 비해 미세하게 감소했네? 에너지가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뭔진 모르지만 일단 빠져나간 건 분명한데... 


일단 중성미자라고 부르고 이 녀석에게 질량을 부여하자.


이렇게 앞 뒤를 맞추기 위해 도입했으니, 실제로 있는지 열심히 찾아봐야지요. 


http://simplepimple.com


사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얘 안하는 건 아닙니다. 그 빈도가 너무 낮아 거의 0에 수렴하는 수준일 뿐이지요.


게다가 체렌코프 현상이라고, 중성미자가 물을 지나가면, 물이 미세하게 빛을 내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빛이 투명한 물체를 통과하면 속도가 느려지는데, 일부 입자의 경우 속도가 빛의 위상속도를 넘게 되고, 이때 투명한 물체(매질)의 분자가 반응하면서 특별한 빛을 내게 됩니다



nuclear-power.net



(원자력 발전소의 코어에서 나는 빛이 이 현상입니다.)



중성미자 관측 수조에 다량의 광센서를 박아놓고, 푸른 빛이 나오는지만을 기다리는 겁니다 .미약하지만 이 빛을 잡아내기만 한다면, 중성미자의 질량을 계산할 수 있겠지요.



다만, 이 발광이 중성미자에 의한 것임을 확실하게 하려면, 다른 전자기파와 교란되지 않는 장소여야 하지요. 



sciencesprings.wordpress.com



지하 1,000m의 깊이는 어떤 다른 입자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중성미자만을 검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카미오카 폐광은 1,000m 지하에 있고, 양성자 가속기 연구소가 직선거리로 250km 떨어진 곳(츠쿠바 KEK) 에 위치해 있어 중성미자 검출에 최적의 장소였던 것이지요. 



http://t2k-experiment.org







그리고 결국 슈퍼-카미오칸데는 가동후 불과 2년만인 1998년, 중성미자에 미세하지만 질량이 있다는 실험적 증거를 제시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2014년, 2015년 2년 연속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쾌거도 달성하지요.




www-sk.icrr.u-tokyo.ac.jp




사실 일본은 슈퍼 카미오칸데 이후 하이퍼 카미오칸데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무모하기까지 여겨지는 규모인데요. 이런 연구를 계속하는 일본을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자연과학 연구 라는게 밑빠진 독에 물 붓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발견들이 계속되어 특이점을 넘어서면, 인간의 생활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요. 



근대의 전자기학 발전이 그랬듯,  혹시 중성미자 발견이 타임머신 실용화를 앞당길런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공상이 떠오릅니다.




P.S.1


카미오칸데를 직접 방문한 블로거가 있는데,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http://solarguy.tistory.com/1474




P.S.2


일본 이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중성미자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남극대륙에 설치한 '아이스큐브'라는 대규모 중성미자 검측소를 가지고 있는데요. 



csdmx.blogspot.com



매질이 물이 아닌 얼음이라는 점, 우주에서 날라오는 중성미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슈퍼-카미오칸데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iv-Rz3-s4BM



직경 1km의 빙하에 2.5km짜리 길이의 관측기 86기가 중성미자를 검측하고 있습니다. 천조국의 스케일은 확실히 남다른 면이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