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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어떻게 개발 되었을까


유전공학에 혁신을 불러온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연이은 분자생물학 관련 글이네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2015년 개발된 3세대 유전자 가위인데, 이것 때문에 관련 학계가 난리가 났지요. 분자생물학이 퀀텀점프를 했거든요.



Phy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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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있던 유전자 가위는 정확성이 떨어져 염기서열을 뭉탱이로 잘라내야 했었는데, 



크리스퍼 가위를 쓰면 DNA에서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분리해 내고, 그자리에 원하는 염기서열을 다시 붙일 수 있습니다. 



생물의 최소단위인 DNA를 분자 레벨로 마음대로 만질 수 있게 되었으니 난리가 날 수 밖에요.



분자레벨이면 정말 작은 단위인데, 대체 어떤 원리로 가위가 작동하는 걸까요. 



개발된 대부분의 생화학 물질이 그랬듯 크리스퍼 가위 역시 특정 생물의 생화학 기술을 차용해 왔습니다. 바로 세균입니다.



thewire.in




세균이라면 병을 일으키는 나쁜놈 아님? 



뭐 대장균이나 유산균도 세균이니 꼭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튼 병원체로 지목되는 바로 그 세균 맞습니다.



이 세균이 바이러스에게 공격을 당해 끔살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는데요. 전염병의 병원체인 바이러스가 같은 병원체인 세균을 공격하다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훨씬 작은 분자 덩어리로, 복제를 위해서는 숙주의 단백질이 필요하지요. 



http://www.interactive-biology.com




단백질만 있으면 그게 세균이던 더 큰 덩치의 생물이던 상관이 없는데요. 네, 세균도 바이러스로 인해 죽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균 역시 그냥 죽으라는 법이 없습니다,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가 만들어 져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크리스퍼’라는 적응면역체계입니다.



바이러스가 자기 DNA를 세균의 세포에 주입하게 되면, 세균은 자기 자신이 아닌 바이러스의 DNA를 복제하면서 파괴되는데, 



전쟁에서 살아남는 일부 돌연변이 세균이 발생하고, 침입한 바이러스의 DNA를 자신의 DNA에 저장한 후 기억하여 후세대에 물려주는 메커니즘이 발생합니다. 




바이러스의 공격


바이러스가 세균에 침투한다


바이러스가 세균 내부에 자신의 DNA를 퍼트린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DNA가 섞인다.




세균의 대응


세균의 '크리스퍼 시스템'이 이를 인지한다.


자신의 DNA와 뒤섞인 바이러스의 DNA를 자른다.


정상적인 세균의 DNA에 이를 이식한다.




세균의 역공


'바이러스의 DNA가 이식'된 세균의 DNA가 RNA을 만들어 낸다.


RNA는 바이러스의 DNA만 골라 파괴한다.



equinechronicle.com




비유하자면 세균 스스로 DNA를 이용한 '예방접종을 백신'을 만든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이놈 봐라?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잘라서 자기 유전자에 갔다 붙인다고? 이걸 유전자 재조합기술에 응용하면 되겠는걸?



하고 연구한 결과, 크리스퍼 효소가 이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 효소를 대량생산 해서 유전자 가위에 응용한 게 바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입니다.



www.neb.com




더 구체적인 원리는 생화학 전공수준이므로, 저도 이해하긴 힘들지만, 세균이 가진 유전자 재조합 효소를 정밀한 유전공학용 가위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http://www.businessinsider.com





정밀도가 높으니 당연히 활용도가 높은데, 덤으로 가격까지 저렴하다고 합니다.



당장 유전공학쪽에 크리스퍼 가위를 활용한 연구결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무슨 유전자가 종이 퍼즐도 아니고, 대체 인간의 과학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