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러시아 헬리콥터들에 대하여
대부분의 러시아의 무기들을 보면, 투박하지만 강인한 남성다움을 뿜어냅니다.
하늘, 땅, 바다를 가리지 않고 기계적인 느낌을 물씬 뿜어내곤 하는데,
여기에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헬리콥터 분야입니다.
투박한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회전익 분야 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우스꽝스러운 형상이 많습니다.
Mi-1만 해도 그래요.
뭐라고 표현하기 참 힘든데, 만들다만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형상입니다.
조종사 1명에 승객 2명을 태우고 최대 185km/h 나는 스팩이라, 군용 기체 라기 보다는 민간 기체에 가깝습니다.
뭐 좋습니다. 이건 1948년에 개발된 밀 설계국의 첫 작품이니 그렇다고 해두죠.
Mi-4는 뭐….. 이건 그냥 만화에 나오는 대두 캐릭터 입니다.
당시만 해도 헬리콥터라는 물건이 개발 된지 얼마 안된 때라, 엔진을 동체 뒤에 붙였다, 동체 위에 붙였다, 동체 앞에 붙였다 하는 여러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Mi-4의 경우 엔진이 동체 앞 기수에 달리다 보니, 디자인이 우스꽝스러워졌는데요. 반면 성능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 16명의 병력을 싣고 최대 500km를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최대 속도가 여전히 185km/h에 머물러 있는건 함정이네요.
흥미로운 건 Mi-4가 미국의 시콜스키 H-34와 상당히 비슷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
Mi-4가 H-34를 카피했다는 소리도 있고, 등장 시기가 각각 1953년, 1954년 이라 우연히 맞아 떨어졌단 소리도 있습니다.
흡사 Tu-144가 먼저냐 콩코드가 먼저냐 하는 논쟁과 비슷해 보이는데,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서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군요.
하지만 Mi-2 부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지금도 잘 굴려먹고 있는 기체거든요.
설계는 러시아가, 생산은 폴란드가 한 기체로, 현재 북한에서도 약 100여대가 남아있는 헬리콥터로 유명합니다.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동체에 큰 엔진이 올라가다 보니 가분수도 이런 가분수가 없습니다.
생긴 것과 달리 최대 속도는 시속 200km, 8명을 태우고 480km의 작전 반경을 갖습니다.
수리온이 한때 대형 인테이크 덕트 디자인으로 조롱 받았었는데, Mi-2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Mi-8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기라 함은 공기저항을 고려하다 보니 날렵한 형상을 가지게 마련인데, 항력 따위는 쿨하게 씹어버리는 패기 때문인지, 무슨 동그란 계란 같은 디자인이 나와버렸습니다.
여기에 동체 하부에 레이더가 달린 Mi-14의 경우 안 그래도 웃긴 형상이 더 웃겨져 버렸지요.
하지만 반전은 현재 러시아도 잘 쓰고 있고, 이 기체가 제 3세계 국가의 주력 헬기 라는 것.
1967년부터 1만7천대가 생산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헬리콥터의 왕좌에 올라 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이 성공의 비결이지요.
사실 러시아 헬리콥터들이 다 못생긴 건 아닙니다.
초큼 멋진 카모프의 KA-32는 생긴건 Mi-14와 비슷해 보이지만, 동축반전 로터에서 나오는 강한 출력 덕분에 여러 국가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군, 산림청 소속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고요.
지상군의 악몽 Mi-24 하인드나 공격 헬기로 유명한 Mi-28 해보크, KA-50 블랙샤크 등등 걸출한 헬리콥터들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 개발된 Mi-38은 서방제 빰칠 정도로 세련미가 넘칩니다.
재미 삼아 못생긴 러시아 헬리콥터라고 주제를 정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고, 디자인과 성능이 꼭 비례하지만은 않는 것 만큼은.......... 확실해 보이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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