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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고래가 한 시간 동안 잠수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베일에 감춰져 있던 지구 최대종 고래의 신비로운 생태




아시는 대로 고래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 입니다.



en.wikipedia.org




공룡시대를 다 합쳐도 대왕고래 (Blue Whale)보다 큰 동물이 나타난 적은 없었거든요.



바다에 살다 보니 덩치가 커지게 되었는데, 관찰이 어려운 바다 깊숙히 생활하다 보니, 육지생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더딘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탐사기술의 발전하면서, 



고래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이 하나 둘 확인 되고 있습니다.



vijesti.me




가장 먼저 고래의 수면입니다.



고래는 수중 생물이지만 포유류인 관계로, 잠을 잘 때도 위로 올라와 호흡을 해야 하지요.



이를 위해 고래는 뇌의 좌반구, 우반구를 번갈아 가며, 반씩 쉬게 하는 '반구 수면'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요. (눈을 한 쪽만 감은 채 헤엄을 치며 잔다는 군요.)



반구 수면이 아닌 완전 수면을 취하는 향유고래가 영상에 포착 되었습니다.



유튜브 / 영상을 클릭하세요




향유고래가 수직으로 몸을 세운 뒤 미동도 없이 '완전 수면'을 취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호흡을 위해 수면 아래 10m 지점에서, 약 15분의 짧은 낮잠(?)을 여러 번 자는 것으로 확인 되었지요.



영상은 고래들이 '반구 수면'으로 부족한 잠을 '완전 수면'으로 채운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돌고래 역시, 짧지만 바닥에 가라 앉은 채 완전 수면을 취하는 장면도 볼 수 있는데요. 



우리에겐 질환인 '수면 무호흡증'이 얘네는 생존의 기술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_-;;;




en.wikipedia.org




15분 가량이라도 물 속에서 호흡 없이 버티기는 쉽지 않지요



향유고래는 무려 한 시간 반을 잠수한 채, 수심 2,000m 아래까지도 내려갈 수 있습니다. (군용 잠수함의 한계 잠항심도가 1,000m 안팎입니다.)



깊이야 워낙 큰 덩치 때문에 버틴다 하더라고, 한 시간 반 동안 숨을 참을 수 있는 비결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www.livescience.com



비밀은 바로 고래의 근육에 들어있는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에 있습니다.



미오글로빈은 대부분의 포유류가 가지고 있는 생화학 물질로,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과 비슷한 성질인데, 헤모글로빈이 공급해준 산소를 (주로 근육 속에서)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 합니다.



고래의 경우, 근육 속의 미오글로빈 농도가 육상생물에 비해 무척 높아, 오랫동한 잠수할 수 있습니다. 



(미오글로빈의 색은 붉은색인데, 고래의 근육은 붉다 못해 검은색을 띄기까지 합니다.)



http://slideplayer.com/slide/9419282/



하지만 미오글로빈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헤모글로빈은 Fe가 4개인 분자이고, 미오글로빈은 Fe가 1개인 분자라는 (Heme group) 구조적 차이점이 있는데요.



미오글로빈의 경우, 덜 복잡한 관계로 서로 더 잘 엉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너무 농도가 짙으면 정상적으로 산소를 저장하기 어려워 지는 것이지요.



잠시만요. 


고래가 오래 잠수하는 건, 미오글로빈의 농도가 높아서 라면서,


또 너무 농도가 높으면 문제가 된다고요? 이게 뭔 소리인가요!



뭔가 앞 뒤가 잘 안 맞지요. 



그래서 생화학자들이 고래의 미오글로빈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분석결과 고래의 미오글로빈은, 일반적인 미오글로빈 보다 더 많은 양전하를 가졌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양전하가 많아 지면서 분자간 밀어내는 힘이 더 강했던 거고, 고래의 미오글로빈은 높은 농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전문 용어로 분자간 정전기적 반발력(electrostatic repulsion)이 컸기 때문이다, 라는군요.



www.theadventurejunkies.com




정리하자면, 



고래는 특별하게 진화한 미오글로빈을 가지고 있고, 이 미오글로빈이 근육 속에 많이 들어 있어 오래 잠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군요.



이것만으로 부족한 일부 고래들은, 덩치를 키우는 쪽으로 진화해서 지금의 초대형 고래가 되었는데요.



돌고래가 15분 가량을 잠수하는 반면, 대왕고래의 잠수시간이 평균 40분이니, 충분히 근거있는 학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 포스팅 >> 사람을 얼마나 깊게 잠수할 수 있을까 (프리 다이빙편)

  



http://divermag.com/a-whale-of-a-dive/




돌고래가 15분이라.... 여전히 대단한 시간임에는 분명하지요.



만약 사람이 물속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몇 만년 뒤에는 고래의 미오글로빈을 갖게 진화하는 걸까요? ㅋ



오늘의 한 줄 결론


고래가 오래 잠수할 수 있는 이유는, 산소를 저장하는 근육 속 미오글로빈의 특별한 진화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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