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계획 중인 대륙 간선 고속철도망에 대하여
미국은 이외로 철도 여객수송이 시원 찮은 나라입니다. 근거리 이동에는 주로 자동차가, 장거리 이동에 주로 항공기가 사용되지요.
http://thehobbyheroes.blogspot.com
서부 개척시대엔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있었고, 2차 대전 직후에는 기차에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만,
자동차의 보급과 제트 여객기의 등장의 그림자에 가리워, 별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포스팅 >> 기관차에 비행기 엔진이 달린 사연
http://www.brownpoliticalreview.org
현재는 일부 대도시의 지하철, 암트랙이 운용하는 중서부, 동부지역의 여객철도를 제외하면, 미국에서 철도교통은 거의 존재감이 없는 편입니다.
(AMTRAK은 우리로 치면 코레일과 비슷한 기업입니다.)
그러던 것이 오바마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미국 대륙 전역의 간선 철도망을 고속화 하는 계획이 세워집니다.
en.wikipedia.org
고속도로의 건설 만으로는 대도시의 차량 정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고, 항공의 경우 공항과 일부 노선이 포화상태에 이르러서 더 이상 늘리기 어려웠는데요.
무엇보다도 철도교통의 탄소 발생량이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었기에,
간선 고속철도망 구축은 교통문제도 해결하고, 지구 온난화 방지도 도모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불러 온다는 판단이었습니다.
media.amtrak.com
실제 보스톤에서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거쳐 워싱턴 DC까지 가는, 총연장 735km 아셀라 익스프레스의 경우,
최고 영업운전 속도 240km/h인 준 고속철도가 투입되어 운영 중인데요.
뉴욕-워싱턴 DC 여객 수요의 75%를 점유중이며, 암트랙 전체 수익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시장성을 가진 구간입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선로 용량으로 120km/h 정도 밖에 못 내는 데도 낸 실적입니다. 철덕들이 '빗자루질 수송 구간'이라고 부르더군요;;;;)
거점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객수요가 상당하며, 중거리에서는 항공편과 비교해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jdasolutions.aero
그래서 등장한 미국 고속간선철도망 구축 계획입니다.
2009년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국책사업으로 2015년 부터 2030년까지 총 4단계의 고속철 사업에 착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0gpaVwcKyI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으니...
일단 비용문제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미국 대륙 전역의 철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인데, 문제는 이게 고속철에 거의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거에요.
미국 최악의 선로라며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으로, 아무리 막장이라고 하지만 과연 기차가 다닐 수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결국 광활한 대륙에 고속철 전용 신선을 깔아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럼 예산편성에서 부터 삐걱거릴 수 밖에 없거든요.
commons.wikimedia.org
우리나라야 땅도 작은 편에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밀어 붙이기라도 하지만, 미국은 연방국가입니다.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예산에서는 사실상 남남에,
거대 토목공사에 주정부의 예산을 잘못 쏟아 부었다가는 주지사 재선은 물론이요, 잘못하면 주 정부가 파산하는 일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고속선이 건설되는 주는 연방정부와 짝짝궁이 잘 맞아야 완공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그것이 정말로 일어났습니다! 플로리다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취소 크리를 맞이합니다.
la.curbed.com
원래 플로리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고속철도 계획과는 별도로, 1980년대 중반부터 논의가 시작된 구간이었습니다. 2003년 쯤이면 착공이 시작될 예정이었지요.
하지만 예산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노선문제, 환경문제 등이 겹치면서,
결국 2011년 당선된 공화당 소속의 릭 스콧 주지사가, 사실상 계획 백지화를 선언하며 주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합니다.
주정부의 예산 삭감은 연방정부의 예산삭감을 불러왔고, 결국 고속철 사업이 폭망 테크를 타게 됩니다.
www.orlandoweekly.com
상업성은 있었는지, 브라이트 라인이라는 민간철도업체가 해당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고속선으로 건설했고,
올란도 - 마이애미간 390km 구간의 공사가 완료되어 2018년 1월부터 시운전이 시작 되었지요.
하지만 최고속도 200km를 조금 넘는 속도로, 반쪽짜리 고속철도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플로리다는 양반입니다. 대부분의 노선이 착공도 못한 채 붕 떠있는 상태거든요.
크게 보면 현재까지 두 개의 고속선 만이 살아 남은 상황입니다.
transitmap.net
가장 현실적인 계획은 위에서 소개한 아셀라 익스프레스의 개량사업입니다.
신형 차량 투입 및 선형 개량에 총 24억달러 (약 2조 8천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최대 350km/h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가지지요.
http://fortune.com
아셀라의 후속 차량으로 2016년에 '알스톰'사의 '아벨리아 리버티'가 선정되었고, 2017년 제작에 착수해서 2019년에 시운전에 투입한다고 하는군요.
2021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하게 될 예정입니다.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고, 워낙 사업성이 높은 구간이라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
laweekly.com
또 다른 노선은 서부 캘리포니아의 CHSRA (California High-Speed Rail Association) 고속선입니다.
여기도 플로리다와 비슷하게, 1990년대 중반부터 고속철도를 깔겠다는 논의가 있어 왔습니다만,
총 15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8조원에 달하는 재원이 걸림돌이 되어, 2015년이 되어서야 신선 건설을 착공하게 되지요.
http://www.canyon-news.com
샌프란시스코에서 LA간 약 700km의 노선을, 최대시속 350km로 3시간 내에 주파하는 계획을 가지며,
최종적으로는 2028년까지 LA - 샌프란시스코, LA - 새크라멘토, LA - 샌디에고를 잇는 고속 철도망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http://slideplayer.com
항간에는 중국 컨소시엄이 프로젝트를 수주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확인해 보니 2017년 10월에 독일의 DB (Deutsche Bahn) 컨소시엄이 최종적으로 수주 되었다고 나오네요.
미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DB 인터내셔널의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commons.wikimedia.org
현재까지 살아 남은 노선만 봐서는, 미국이 2030년대까지 고속간선철도망 깔기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이는데요.
화물을 주력으로 하는 민간철도사가 강세인 지역적인 특성에, 연방국가의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초음속 여객기가 개발되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게 될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시기와 정권에 따라 정책이 들쭉날쭉한 건 미국도 우리와 비슷한가 봅니다. ^^;;;;
관련 포스팅 >> 길어야 진짜 기차다! 다양한 마일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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