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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다른 공학들

2차 대전에서 미국은 어째서 가공할 생산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세계대전 중 연합군 전쟁물자의 대부분을 생산해 낸 미국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놀라운 생산력을 보여 주는 몇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stolly.org.uk



땅에서는 탱크로 도배질을 시전하고,


the-submarine.ru


하늘에서는 폭격기도 화끈하게 생산해 보고,


forum.worldofwarships.com



전함과 항공모함은, 


그냥 많이 만들었습니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www.armytimes.com



장갑차량 정도 쯤이야 가볍게 만들어 주고,



www.axiomimages.com



남들이 주력기로 쓰는 기체를 퇴역시켜, 


전시물자로 보관하기도 하고,



blogs.mprnews.org



비싸서 한 척 갖기도 힘든 항공모함을 


10여 척이나 굴리고 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이 뽑아낸 무기들을 대충 나열해 보면,




http://www.navy.mil




전쟁 중 3만 톤 급 정규항모 에식스급을 24 척이나 뽑아냈고,


1만 톤 급 호위항모 카사블랑카급은 20 개월 동안 50여 척을,


2천 톤 급 중형 구축함 정도야 가뿐히 330척을 만들었는데, 


(플레처급, 알렌.M.섬너급, 기어링급) 



en.wikipedia.org



유럽전선, 태평양전선 양쪽에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했던


1만 톤 급 리버티급 수송선은 


무려 2,000여 척을 찍어 냅니다. 


(최단 진수기간 4일 15시간, 하루에 한 척 꼴)



spiegel.de




이보다 사이즈가 작은 항공기야 말할 것도 없어서,


유명한 4발 중폭격기 B-17 플라잉 포트리스는 12,000여 대를


비슷한 4발 중폭격기 B-24 리버레이터는 


한 시간에 한 대 수준으로 총 19,000대를 만들었지요.



the.shadock.free.fr




더 작은 M4 셔먼이 약 5만대가 만들어졌으니, 


천조국의 위엄이라는게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닙니다.



defencyclopedia.com




아무리 땅이 넓고 인구가 많았다지만, 가공할 생산력이 쉽게 이해되지 않지요. 


대체 미국의 물량빨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요.



ewabattlefield.blogspot.com




당연히 미국이라고 처음 부터 많이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과학기술로는 유럽에 꽤나 뒤쳐진 상태였고, 


군 역시 해군을 제외하면, 장비나 제식이 뒤떨어 진다는 평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우방(?)인 영국을 견제하기 위해 


영연방을 상대로 '워 플랜 레드'라는 가상 전쟁 시나리오를 짜기도 했거든요.



위키피디아 >> War Plan Red 시나리오 (영문)



위상이 높아졌다 해도 정치적으로 세계의 축은 미국이 아닌 유럽이었고,


당시 슈퍼파워였던 영국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런지도...



http://theoldmotor.com




하지만 미국은 광대한 토지에서 나오는 풍족한 자원이 있었습니다.


특히 석유 생산량은 연간 8억 톤 (약 54억 배럴) 이었는데요,


2위인 소련을 무려 10배 차이로 따돌리며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었지요.


연간 3,340만 톤이었던 독일의 원유 생산 능력과는 비교 조차 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www.cornellcollege.edu




덕분에 주 수출품목도 식량이나 원자재 같은 1차 산업품이 대부분이었음에도 


미국은 전 세계 GDP 1위 국가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www.archives.gov



2차 대전을 촉발한 세계 대공황이, 미국의 생산과잉에서 시작 되었다는 걸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듯.



기술이 뒤쳐졌을 뿐, 대전 전에 이미 미국은 어마어마한 물량을 뽑아낼 충분한 경제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ja.wikipedia.org




여기에 지리적인 위치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



아시는대로 미국은 1,2차 대전을 통틀어 본토가 전쟁에 휩쓸리지 않은 유일한 강대국입니다.



1차 대전 후 복구에 온 힘을 쏟은 유럽과 달리,  미국은 일반 생산 설비가 고스란히 보존 되어 발전을 거듭하는데요.



2차 대전이 발발 하면서 이 설비들의 상당수가 전쟁 관련 생산 설비로 전환이 됩니다.



http://www.historynet.com



진주만 폭격으로 2차대전 참전이 결정 된 후,



'국가총력전' 하의 '전시체제'로 전환되면서 인적, 물적자원을 고스란히 무기와 보급품을 생산하는 데 쏟아 부을 수 있었지요.



www.slate.com




그냥 쉽게 말해 1억 3천만 명의 인구 중, 상당수의 성인 남자는 군대로, 대부분의 성인 여자는 공장으로 투입 되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쟁 물자를 생산했다고 보면 될 듯.



그럼에도 군수산업으로 전환 된 비율이, 전체 산업의 40% 선이라는 소리도 있고 그렇습니다. (독일은 70% 안팎이었다고 하는군요.)



modernfarmer.com




하지만 부유한 미국이라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국채매입 운동이나, Victory Garden같은 운동을 실시 했는데,



우리로 치면 IMF 당시 금모으기 운동과 비슷한 , 미 전역의 식량 생산물을 끌어 올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위키피디아 >> Victory garden 운동 (영문)



bonnieplants.com




원래는 1차대전 때 시작된 운동이, 이게 진주만 기습 후 다시 시작되었고,



민간의 적극적인 호응에 빈 공토에 농작물들이 재배되면서, 1944년에는 무려 9백 만톤의 추가 농산물을 생산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미국 전체에서 생산된 채소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었지요.



newsweek.com




하긴, 민주주의 국가라도 동원령 같은게 뭔 문제 겠습니까. 전쟁에서 지면 국가가 사라지는데요. 



사람을 부리고,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 쯤이야, 전쟁 국채와 전후 보상비로 충당하면 된다는 계산이었겠죠.



http://www.images-hd.download




안 그래도 기초체력에서 추축군을 홀홀단신 압도하던 미국인데다가,


본토 생산 설비도 멀쩡해, 


전쟁도 제일 늦게 참전해서 물량도 제일 빵빵해, 


원유와 같은 천연 자원도 제일 많어, 


온 국민이 죽자사자 달려 들어,


이러니 독일을 위시한 추축국의 생산력과 물량이 딸릴 수 밖에요.



en.wikipedia.org




아무리 무기의 성능이 좋아도 물량앞에 장사 없습니다. 기술이 뛰어나고, 전쟁준비에 철저했다 하더라도 



중반 이후 대소전으로 극심한 물량소모에 시달리고, 국토마저 유린당할 운명의 독일이 애시당초 미국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던 겁니다.




http://www.cracked.com




여튼 차이가 결국 말도 안되는 보급력을 가져왔는데, 대전 말 생산설비가 날라간 독일군은, 항공기는 언감생심, 



병사들의 탄약마져 모자라는 보급 부족에 허덕였는데요.



미국은 전선에 아이스크림(!)을 공급할 정도로 원할한 보급, 아니 보급품이 남아돌 정도의 보급을 실시할 정도였습니다.




Navy Pilot Overseas - WordPress.com




미 공군 소령 조셉 C 클리프튼이 기지 기환 후 대형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입니다.



전장에 아이스크림을 보급하다니요.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보급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en.wikipedia.org




여기에 자국군만 보급하는 것도 모자라, 랜드리스(Lend-Lease) 라는 명목으로 영국에게 300억  달러, 소련에게 100억 달러 어치의 무기와 보급품을 공급 했는데요.



특히 추축군과 대륙에서 격전을 벌인 소련에는 


1만 2천 대의 장갑차량 (여기에는 M4 셔먼 4천 대가 포함 됩니다), 


1만 1천 대의 항공기, 40만 대의 수송차량의


실로 아득해지는 수치의 무기를 실어 나르기 했습니다.



en.reseauinternational.net



대형 함선으로 인해 랜드리스 금액이 가장 컸던 영국은, 2006년에서야 모든 빚을 청산 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고요.



(영국은 2%의 이자율로 얄짤 없이 갚았는데, 소련은 냉전 거치면서 그냥 떼어 먹었다는 썰이 있습니다;;;)





cadenaser.com




이런 보급의 힘은 전후 냉전시대에 일어났던 '베를린 봉쇄 사건'에서도 여지없이 힘을 발휘하는데요. 



서베를린을 봉쇄한 소련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준 미국의 공수작전인데, 이건 나무위키의 글이 재미나니 한 번 읽어보세요. ㅋ



나무위키 >> 베를린 봉쇄



군사력은 경제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지요. 



현재 미국의 군사력 역시 최강대국의 경제력이 있기에 유지가 가능한데요. 거대한 영토, 축복 받은 지정학적 위치가 국가 생존에 이렇게도 중요 한가 봅니다 ㅜ_ㅜ



sfchronicle.com




여담입니다만, 1938년 8천억 달러였던 미국의 GDP가, 대전 말인 1945년에는 무려 1조 5천억 달러를 찍게 됩니다. 



전시에 얼마나 많은 생산설비가 늘었는지, 세금인상이 있었는지, 전시국채가 뿌려 졌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인데요.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율 역시 30%에서 80%로 급속하게 뛰어 올라, 상승한 GDP의 대부분이 전쟁 자원으로 돌려 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을 준비 하다가 재미난 포스팅 하나를 발견 했습니다. 



일찌감치 전쟁 준비를 해온 독일이 어째서 미국보다 생산성이 낮았나 대한 의문에, 독일이 미국보다 전시체제 전환이 느렸기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는데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