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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선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어뢰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침묵의 결전병기 어뢰 - 추진기술의 비밀



MK48 / en.wikipedia.org




어뢰가 잠수함에서 가장 중요한 공격 무기인건 다들 아실 겁니다.


비단 잠수함 뿐만 아니라 함정, 항공기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용되는, 없어서는 안되는 해상 무기인데요.


폭약에 모터만 달아 쉽게 만들 수 있어 보이는 어뢰가, 아무나 쉽게 만들지 못하는 하이테크놀러지의 정수라는 사실.



청상어 / en.wikipedia.org




어뢰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국가는 일부 강대국을 포함한 전 세계 11개국 정도이며,


우리나라가 최초의 독자개발 어뢰인 백상어 어뢰는, 1998년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8번째로 일구어낸 쾌거로 잘 알려져 있지요.



1차대전 유보트 / 출처미상




아시는대로 어뢰의 역사는 꽤 오래되어, 이미 1차 대전 당시에는 독일의 유보트에 의해 대량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해상봉쇄에 맞서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라는 전술을 들고 나와, 연합군의 상선과 전함 상당수를 어뢰로 침몰시키는 전과를 얻을 수 있었지요.


(덕분에 중립국의 참전이 이루어져, 독일의 패망이 앞당 겨졌다는 아이러니가 있지만요 -_-;;;)



러일전쟁 당시 어뢰에 격침 당한 러시아의 수보로프 전함 / en.wikipedia.org




당시만 해도 어뢰는 직진으로만 움직일 수 있었고, 적함을 격침하기 위해서는 여러각도로 다량의 어뢰를 발사해 화망을 구성해야만 했습니다.


혹시 격침시키지 못했을 경우, 어뢰의 진입 각도로 인해 잠수함의 위치가 드러나기 쉽상이라, 결전병기로서는 뭔가 다소 부족하단 느낌이었습니다. 


위력적인 녀석이지만 목숨을 내어놓고 쏜다.... 정도 려나요.



MU90 추진부 / en.wikipedia.org




그래서 2차 대전 부터는 어뢰의 두 가지 핵심 기술이 진화 합니다.


'구동부'는 빠르면서도 긴 사정거리를 갖는 쪽으로 발전했고,


여기에 직진만 가능했던 어뢰에 특이 주항 패턴을 넣고, 나중에는 어뢰 스스로 적함을 추적하는 '유도기능'이 탑재 되는 쪽으로 발전하지요.


2차 대전 유보트 어뢰 탑재 / sl.wikipedia.org




구동부의 경우 특수 기관추진 vs 전기추진 의 양자 구도로 정리됩니다.

원래 1차 대전 전만해도 내장된 압축공기로 프로펠러를 돌려 전진하는 방식,

프로펠러 축에 와이어를 감았다가 힘차게 풀어주어 추진을 얻는 방식 등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는데요.



wet-heater 방식 / 출처미상


2차대전 독일 G7a / commons.wikimedia.org





하지만 대부분 기관 추진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에, 소형 엔진의 방식이 대세가 됩니다. (더 정확히는 Wet-heater 방식,  '증기추진' 으로 번역 되기도 합니다.)


기관 추진의 경우, 물 속에는 연료를 태울 산소가 없어 로켓과 마찬가지로 연료와 별도의 산화제가 반드시 필요한데, 


산화제의 종류에 따라 압축공기, 과산화수소 방식 등으로 구분될 뿐이었지요.


일반적으론 압축공기 방식이 많이 사용되고, 과산화수소 방식은 높은 반응성 때문에 유폭의 위험이 커서 널리 사용 되진 못했습니다.


일본 93식 산소어뢰 / en.wikipedia.org




흠...독특하게 순산소를 이용하는 어뢰는 양산에 성공했군요.


일본의 93식 산소어뢰인데요. 시속 50노트에 사정거리 20km의 괴물급 스팩을 가졌습니다.


순산소로 인해 엔진의 출력이 높아지자 500kg에 달하는 거대한 탄두도 장착이 가능했지요.


압축공기에는 불활성 질소가 많이 포함되어 항적이 많이 남았던 반면,


산소어뢰는 질소가 없는 순산소를 이용하면서 배기가스의 양이 많지 않아, 항적이 별로 남지 않은 장점도 얻었습니다.


97식 함상폭격기에 장착된 산소어뢰 /world-war-2.wikia.com



여튼 93식 어뢰는, 잘 보이지도 않는 녀석이 원샷 원킬이라는 말도 안되는 공격력을 선사했던, 미군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어뢰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다만, 산소 누출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운영하는 당사자인 일본 해군에게도 충격과 공포를 안겨 주었다는게 함정이군요;;;;


항공모함이 해전 중 소모하지 못한 산소어뢰를, 살아남기 위해 바다에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니까요.


MK48 / en.wikipedia.org




훗날 압축공기를 산화제로 쓰던 기관 방식은 미해군에 의해 진화하여, 현재는 내연기관의 'Otto II'  연료방식의 어뢰가 활약 중인데요.


폭발물에 들어가는 화합물이 적당히 조합되어,  내연기관 연소에 가능한 수준의 적당한 폭발로 제어하는 독특한 방식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수직축 내연기관 / domolov.ru



산화제 탱크가 필요 없기 때문에 강력한 탄두를 달고도 긴 사정거리를 가질 수 있으며, 배출가스의 양이 적어 항적이 거의 없는 


어뢰 추진체계의 완소 아이템으로 등극했지요.


MK50 / en.wikipedia.org





이것도 부족하다 싶었는지,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폐회로 연료 추진 기술까지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SCEPS (Stored Chemical Energy Propulsion System)라는 녀석으로


리튬에 육불화황을 분사하면 두 물질이 고온을 내며 폭발적으로 반응하는데, 여기서 얻어지는 열에너지를 스팀 엔진 활용하는 신박한 기술입니다. 


팽창된 증기가 스크류를 돌리고 난뒤 해수에 의해 냉각되는 메카니즘이라, 외부 배출 가스가 전혀 없고,


심해에서 배출 가스의 압력 부족으로 해수가 역류하는 문제가 있었던, OTTO의 단점을 단 번에 해결한 어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알파급 (아쿨라급) / en.wikipedia.org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겠죠. SCEPS의 문제는 바로 가격입니다.


냉전시절 세계 최대의 수중속도와 잠항심도를 가진 알파급을 잡기 위해' 돈은 걱정하지 말고 물건만 만드셈'을 외쳤지만, 


지금 러시아가 저런 상황에서 굳이 고가의 무기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지요.


결국 SCEPS가 처음 적용된 첨단 경어뢰 MK50는 소량만 생산하고, 현재는 후속모델인 MK54에서 다시 OTTOII 타입을 채용하여 사용 중에 있습니다. 


(먼저 나온 MK50의 가격이 나중에 나온 MK54의 세 배에 달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MU90 / commons.wikimedia.org




흠, 우리나라도 어뢰 독자개발 국가이니까 최소한 OTTOII 방식의 추진을 사용하고 있겠군요?


OTTOII가 너무 하이 테크놀러지다 보니, 미국과 영국만 개발 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TORPEDO 2000) 이나 러시아는 위험하다는 과산화수소 산화제를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기타 독일(SUT) 이나 프랑스(MU90) 국가들은 배터리를 탑재한 모터 주항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어뢰 역시 배터리 방식이 적용되어 있지요.


(여담입니다만, 2000년에 있었던 러시아의 원잠 '쿠르스크'호의 침몰사고가 어뢰의 과산화수소 누출로 일어난 유폭이 원인 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었습니다.)



해수은전지 모듈 / trends.directindustry.com




어뢰에는 주로 해수 은전지가 사용됩니다.


양극물질에 산화은, 염화은이 사용되고 충전된 전해질에 해수를 주입해서 활성화 시키는 방식의 전지인데요.


초기에 음극물질에 아연이 사용되던 것이, 현재는 에너지 밀도가 높은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이 사용되는 쪽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네, 음극물질에 따라 아연-산화'은'전지, 마그네슘-염화'은'전지, 알루미늄-산화'은'전지으로 분류되지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에 성공해서 경어뢰 청상어에 적용했다는 알루미늄 산화은전지가 바로 이 녀석이기도 합니다.


잠수함 어뢰발사관 / commons.wikimedia.org





특징이라면,


고형 전해 물질과 물을 분리해서 사용 하기에 저장이 용이하고, 보관기간이 길어지는 장점을 갖지만, 주입된 해수의 염도와 온도에 따라 전지의 성능이 달라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수의 조건에 따라 전해질의 농도를 조절하는 기술들이 도입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아, 또 다른 단점이 하나 더 있군요. 


급격한 에너지 방출로 배터리의 열을 관리하는 열교환기에, 배터리에서 나오는 가스를 배출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해서 생각보다 구조가 간단하지 않답니다.


(핸드폰 배터리가 뜨거워지고 빵빵해지는 현상을 떠올리시면 될 듯 합니다.)



프랑스-이탈리아 MU90 / www.copybook.com





일단, 배터리 방식의 '청상어'가 스팩상 45노트로 19km의 사거리를 갖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처음에 소개드렸던 유사한 사이즈의 미해군 MK5O (SCEPS)이 40노트에 15km의 사거리를 가져, 스팩상으로는 내연기관 방식에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낫다는 평도 있고 그렇습니다.


(소음, 레벨과 유도 체계 등등, 어뢰의 성능이 속도와 사거리가 전부가 아니지만요 ^^:;;)



중어뢰 MK48에 의해 격침되는 표적함 /www.wearethemighty.com





하지만 사이즈가 2배에 달하는 중어뢰로 가면 이야기가 다른데, OTTOII를 사용중인 미국의 중어뢰 MK48의 경우 55노트에서 38km의 사거리를 갖는 반면,


알루미늄 염화은 전지를 사용 중인 한국의 중어뢰 '백상어'의 경우 35노트에서 30km의 사거리를 갖는 걸로 알려져,


에너지 밀도에서는 배터리가 아직 내연기관을 따라 잡지 못한다는 평이 대부분 입니다.



MK46 / ommons.wikimedia.org





하지만, 미국이 MK48 이전 세대 중어뢰인 MK37에 배터리 방식을 사용 하기도 했고, (그래서 MK37을 기반으로 개발된 백상어가 배터리 추진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차세대 중어뢰인 범상어에 리튬 염화티오닐 이라는 새로운 배터리 장착을 고려중인 걸 보면,


OTTOII를 넘지는 못해도 최소 OTTOII에 준하는 성능의 구동체계가 등장 할지도 모르겠네요.




....................



원래 추진부와 유도부를 다 묶어서 한편으로 발행하려 했는데, 분량 조절 미스로 부득이 두 편으로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어뢰의 눈인 '유도 체계의 진화' 대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P.S.1. 어뢰는 324mm의 경어뢰, 533mm의 중어뢰로 나뉩니다.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한 어뢰는 주로 경어뢰로, 잠수함에 구멍을 내는 수준의 위력만 가지면 되기 때문입니다.  항공기에서 대잠전에 사용되는 어뢰가 거의 경어뢰입니다. (우리나라의 청상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함정을 공격하기 위한 어뢰는 탄두의 위력이 일정 이상이 되어야 하므로, 더 덩치가 큰 중어뢰가 사용되는데, 주로 잠수함에 탑재되는 어뢰입니다. (우리나라의 백상어, 그리고 차세대 범상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P.S.2. 대잠로켓인 홍상어는 청상어 경어뢰에 로켓을 장착해서 미사일처럼 발사하는 어뢰라고 보시면 됩니다.


P.S.3. 현재 청상어는 알루미늄 산화은전지가 아닌 리튬 폴리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로켓 발사와 착수 과정에서 예민한 산화은 전지가 문제를 일으켜서라고 하는군요.

청상어와 홍상어가 리튬 폴리머로 교체된 후, 배터리의 충전으로 재활용이 간편해지면서 개발비를 절감했다는 일화도 있다고 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