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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무려 180여 km를 날아가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비밀


암람은 어째서 그렇게 긴 사거리를 가질 수 있었을까




Military.com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사이드와인더' AIM-9의 사거리는 과연 얼마일까요?


단거리니까 그리 길지 않을 거라고 쉽게 예상이 가능한데요.


마하 2.5의 속도로 대략 35km 안팎의 사거리를 갖습니다.





35km이면 대략 강남에서 동탄까지의 거리이니, 


단거리라고 해도 생각보다는 먼 거리를 날아가는 셈입니다.



en.wikipedia.org




그럼 비슷한 사이즈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의 사정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최대' 사거리가 무려 180km에 육박합니다.


서울에서 미사일을 쏘면 강릉에 있는 적 전투기까지 날아가는 셈이지요.




두 미사일을 대충 보면 그냥 비슷비슷한 모양이더니, 


암람이 사이드와인더 보다 무려 5배 이상을 더 날아 간다고요?



* 일반인 기준입니다. 혹시 밀리터리 매니아분들이 보신다면, 조금은 진정해 주세요 ㅋ




위 사이드와인더 / 아래 암람 desuarchive.org




암람의 사정거리가 왜 이렇게 긴지 살펴보기 전에,


미사일 사거리라는 개념을 조금 다시 정리해 보시지요.


제가 재미난 자료를 하나를 찾았거든요.



forum.keypublishing.com




러시아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R-77 (수출명 RVV-AE)의 유효 사거리를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뭔가 복잡한 곡선이 그려져 있어 어지러워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미사일의 사거리는 


'고도'에 따라, 적기가 향한 '방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소리입니다.



autoevolution.com




하긴 그렇겠죠. 사거리라면 결국 일반 자동차의 최대 주행거리와 비슷할 텐데,


당연히 운전 조건에 따라 주행거리가 달라질 수 있겠지요.


슈마허가 빙의한 운전자의 연비와 일반 운전자의 연비가 같지 않은 것 처럼요.




en.wikipedia.org




하지만 전투기의 경우 자동차의 연비와 달리 미사일 사거리의 차이가 조건에 따라 매우 커서,


스팩상 100km가 넘는 사거리의 R-77라도 


만약 저고도에서 적기의 뒤를 쫓는 상황에는 채 10km도 안되는 사거리를 갖게 됩니다.




su-27flanker.com




게다가 위 차트는 기동 중이지 않은 표적, Non-Manoeuring Target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피기동에 들아간 대상으로는, 더 짧은 사거리를 가지게 됨을 짐작할 수 있을테고요.



(그래서 No-escape Zone이라는 회피불능 지역에 대한 개념도 도입되어 있답니다.)



www.quora.com








제조사에서 공개된 스팩이나, 위키피디아에 언급된 미사일 사거리는


이상적인 조건에서 얼마나 멀리 날아갈 수 있는지를 표시했을 뿐,


실제 조건에서의 스팩과는 전혀 다른 사거리를 갖게 된다는 점. 





글 서두에 언급 되었던 암람의 180km의 사거리는 


페이퍼상 수치이지 실제 성능 수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Hdfondos.eu




그럼, 단거리 미사일의 사거리가 정상으로, 


공개된 중거리 미사일의 사거리는 모두 뻥튀기 된 수치란 이야기인가요?



에이 그건 아니겠지요. 


두 미사일 모두 '이상적인 최대 사거리'가 명기 되었으니


같은 조건이라면 암람이 사이드와인더 보다 훨씬 멀리 날라가는 건 사실 일테니까요.



www.donhollway.com




비슷한 사이즈임에도 월등한 사거리 차이가 나는 원인은 바로 


추력을 제공하는 로켓모터에 있었습니다.





일단 현생 공대공 미사일은 대부분 산화제와 추진제가 혼합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데요.


비추력이 크고 보관의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미사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ainonline.com





문제는 추력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점인데...


(불꽃분수에 불을 붙이면 다시 끄기가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만약 단거리 미사일처럼 비추력을 세게 셋팅한다면, 멀리 날라가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고 긴 사거리를 위해 비추력을 약하게 셋팅했다면, 


단거리에서 급기동하는 적기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겠지요.




slideplayer.com




그래서 도입된 기술이 2중 추진제 방식입니다.


추진제를 내피와 외피로 2등분 해서 


초반에는 고속연소, 후반에는 지속연소를 확보하는 기술인데,





덕분에 2초 안팎의 연소시간을 가졌던 초창기 공대공 미사일에 비해


현생 최신예 공대공 미사일들은 약 8초 가량의 연소시간을 확보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dual pulse rocket motor / www.hollilla.com





이것도 모자란지 여기에 2단 추진 기술을 도입하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로켓의 단 분리 기술이 아닙니다.


추진제를 칸막이로 막아 놓았다가, 종말 유도단계에 돌입했을 때


꺼졌던 모터를 재점화(!) 하는 기술입니다.


엑체연료 로켓에서의 퓨얼컷을 고체연료 로켓에서도 구현하게 된 것이지요.




en.wikipedia.org




글 서두에 나왔던 질문에 대한 답이 슬슬 나왔군요.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긴 사거리는 


발사 직후 강한 연소로 추진력을 얻은 뒤


고고도로 올라간 뒤 관성비행으로 적기를 추적하다가, 





최종 단계에 이르러 한 번 더 추진력을 얻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적용되면서


최초 55km-75km 였던 사거리가 


지금의 180km까지 늘어 늘어나게 되었음.




으로 정리하면 대략적인 답이 될 듯 합니다. ^^






조금 횡설수설 한 감이 있지만;;;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어째서 긴 사거리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쓸만한 공대공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국가가 


영,미,일, 유럽 이외에 이스라엘과 대만 정도가 있는 걸 봐서는


미사일이라는게 첨단 기술의 결정체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군요.






우리나라도 KEPD 350 타우러스 한국형 버전을 개발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슬슬 정밀유도 무기쪽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양인데요.


언젠가 한국제 공대공 미사일을 만나는 날이 오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