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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유로파이터 타이푼 가동률과 나토 방위비의 역학관계


유로파이터 전투기의 나비효과, 미국이 나토를 탈퇴 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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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이터 타이푼이라고, 프랑스를 뺀 나머지 유럽의 국가들이 공동으로 제작한 전투기가 있습니다.



저도고 근접 공중전에서는 F-22 랩터와 호각을 다툴 정도의 워낙 뛰어난 기동성을 가졌기도 하고, 미국제 전투기에서 볼 수 없는 매력적인 형상 때문인지,



예전 F-15K 선정 당시,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강력한 경쟁자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었지요.



(제한된 훈련 상황에서의 독파이팅입니다. 실전 상황에서는..... 아시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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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이터 타이푼은 1980년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요격용 전투기, 뛰어난 기동성, 빠른 가속력으로 나토영공의 방어를 책임질 핵심 기체로 개발되었는데요.



그런데 2010년대 접어들면서 유로파이터에 대한 이상한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했던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유로파이터의 가동률이 채 50%도 넘지 못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애시당초 시간당 유지 비용이 F-22와 맞먹는 수준인 시간당 1억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던 걸로 유명했는데,



리먼사태 이후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결국 상당수의 기체가 지상에 발이 묶이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독일의 유력지 슈피겔에서는, 2014년 당시 루프트바페가 보유한 109대의 타이푼 중 단 8대 만이 작전이 가능하다는 화끈한(?) 폭로가 터져나오기도 했었지요.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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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너무 말이 안되는 황당한 수치라 100% 믿기 힘든 수준인데요.



리비아 공습 당시 실제 영국공군 소속 유로파이터가 약 50%의 가동률을 보였다는 소식도 있고 하니까. 독일의 심각한 가동률 문제는 상당한 근거를 가진 이야기일 겁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아얘,



최대 운용시간이 6천 시간이었던 내구성이, 4천 시간으로 뚝 떨어졌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동체에 제조결함으로 균열이 발견 되면서 2천 시간, 설계 당시 운용 수명의 무려 30%를 써먹지 못하게 되었단 내용이 전해졌지요.



약 8천 시간을 운용 할 수 있는 타 기체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내구성이었는데, 이마저도 2천 시간이 줄어들면서 F-15, F-22 대비 약 절반 정도의 비행수명을 갖게 되어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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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또 고르고 심사숙고 해서 지른 자가용이 알고 보니 6년 밖에 못쓰고, 이마저도 결함이 발견되어 4년으로 줄었다고 상상을 해 보세요. 



분노의 화이어가 폭발하지 않겠습니까. -_-;;;



(실제 주력기의 연간 비행시간은 약 300시간 안팎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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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심각한 관리 문제를 겪던 유로파이터는 2017년 9월부터 10월까지 한 달간 무려 3대가 추락하는 사고를 터트립니다.



9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체가 추락한 뒤, 9월 24일에는 이탈리아의 기체가, 10월 12일에는 스페인의 기체가 연이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터지게 되지요. 



정확한 추락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기체의 유지보수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으리라 쉽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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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시점에서 의문이 하나 생기게 되지요.



유파 개발의 중추를 맡은 영국과 독일은 분명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에 돈도 많을 텐데, 유지비가 비싸서 고성능 전투기를 쓰지 못한다고?



우선 영국을 좀 보면, 현재 영국은 타이푼 120여기에 토네이도 30여기를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theaviationist.com




여기에 F-35B를 신규로 도입하고 있는 중인데요. 



얘들은 항공모함에 오고갈 수직이착륙용 기체라 순수 공군력 자체로 보면 총 주력기로 160여기 안팎의 기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가 F-16계열만 무려 160여대에 F-15K와 FA-50을 합치면 무려 280여대의 전술기를 보유하고 있으니



G7의 강대국 치고는 초라한 수준의 공군력입니다.



assets.publishing.service.gov.uk




하지만 영국은 전통적으로 해양국가입니다.



2026년까지 장기 국방비 지출 계획을 보면, 잠수함 및 함정 건조등의 해군력 강화 계획에 630억 파운드가 배정되어 있어



향후 약 10여 년간 공군 주력기 및 지원기 도입 예산의 무려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해군에 쏟아 부을 예정입니다.



ukdefencejournal.org.uk




나토 내에서도 영국은 러시아의 북대서양 진출을 막는 중요한 교두보 (GIUK / Greenland-Iceland-United Kingdom 방어선)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국방예산 470억 달러의 상당부분이 해군에 쏠려있는 편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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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독일은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타이푼과 토네이도를 합쳐, 220여기의 주력기를 보유한 공군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달리 독일은 전통적으로 대륙국가인 관계로 해군의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전체 상비군 수가 약 17만명으로, 영국보다 2만명이 더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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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연간 국방예산은 영국보다 작은 443억 달러입니다. 



우리나라 국방비보다 약간 더 큰 수준으로 GDP대비 1.2% 정도만을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6%를 지줄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아래는 2016년 영국 국방성에서 발행한 군사비 관련 자료 인데요. 나토회원국들 중에 크로아티아보다 못한 GDP %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링크)



경제력과 덩치는 어마어마한데 GDP 대비 국방비가 소국 크로아티아만 못한 수준이라니요;;;






흠...독일 국방비가 이렇게까지 줄어든데는 사실 독일도 할 말이 있습니다.



독일은 리먼사태전부터 이미 자국의 경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1990년대 독일이 통일 되면서 예상치 못한 많은 비용이 필요했었고, 20여년 만에 이걸 겨우 정상화 시켰더니, 2008년에 덜컥 세계 경제위기가 터져 버리지요.



그냥 겪어도 힘든 경제상황이었는데, 통일비용을 막 메꾸어 가던 와중에 세계 경제가 휘청였으니.... 



실제 임금 동결, 임대료 동결 등 독일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기간은 상당이 긴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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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경제적으로 휘청이며 군사적인 위협이 줄어들자보유중인 130대 가량의 레오파르트2를 폴란드에게 염가에 넘겨, 



자국의 대 러시아 방어 임무를 폴란드에게 맡기는 포지션을 취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여튼 이러다 보니 독일 연방군의 장비 가동률은 정말 심각한 상황으로, 처음 언급된 유로파이터는 물론이요.



주력전차 레오파르트2 역시 작전에 당장 투입될 수 있는 전차수가 채 100여대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기까지 했습니다.




잠수함의 경우 아얘 가동률이 0% 라는 충격적인 소식까지 전해지기도 했지요.





독일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변명거리가 있긴 하지만, 어디 국가간 관계가 우리 사정 봐주고 니네 사정 봐주는 그런 관계겠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당시부터, 특히 독일을 가리키며 경제력 대비 너무 낮은 국방비, 불공평한 동맹방위비 분담에 이의를 제기해 왔고,



결국 얼마전 있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서 분담금 비율이 조종되지 않으면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정상회의 폐막을 앞두고 던저진 청천벽력의 발언이라, 유럽 정상들이 대책을 마련한다고 폐막 직전에 별도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소식도 있었거든요.



www.nato.int




글쎄요. 군사력을 갖춘다는게 1,2년의 단기간에 이뤄지는 성질의 것이 아닌지라, 미국이 나토를 탈퇴하겠다고 해서, 유럽 국가들이 당장 미국의 탈퇴를 용인할까 싶습니다.



어떻게든 비용을 조정해서 미국의 나토 탈퇴를 막으려 하겠지요. 



미국 역시 나토에서 나가겠다는 의도가 아닌, 분담금의 재조정을 목적으로 카드를 던졌을 테고요.



하지만 지금의 사태가 유로파이터와 같이 상상을 뛰어넘는 비효율적인 국방비 운영에서 나왔음은 분명하고,



그래서인지 독일은 당장 파나비아 토네이도의 후속기로 F/A-18의 구매를, 타이푼의 후계기로 F-35를 고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http://www.itv.com




영국 역시 2018년 판보로 에어쇼를 통해 유로파이터 후속기로 '템페스트라'는 스텔스 기술 실증기를 개발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지요.



서유럽의 무기체계 개발이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또 방만하게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놀라운데요.



덕분에 탄탄해 보였던 나토도 휘청거리고 있으니, 유럽 각국의 국방비가 다시 GDP 대비 2%로 후반대로 올라가는 날이 다시 찾아올까 모르겠습니다.



이래저래 미국 군산복합 업체만 함박웃음을 짓는 상황이 다가오려는 걸까요.



오늘의 한 줄 결론


나토가 저리니, 록마와 보잉 주식 매입을 장기적으로 심각하게 고려해 보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