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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기술

[엔진] 한때 천하를 호령할 뻔 했던 과급기. 트윈차져


터보차져와 슈퍼차져를 합쳤다. 최강의 유닛 트윈차져 (슈퍼터보)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잠잠해 진 기분입니다만, 여전이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전기차와 터보차져입니다


 블로그에도 여러 번 글도 썼고 하니 보신 분들은 생소하진 않으실 겁니다. 다운사이징과 함께 연비도 높이고 출력도 높이는 대표 완소 아이템입니다. 



출처 : www.motortrend.com



 대단해 보여도 터보의 원리는 별거 없습니다. 방귀(?)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선풍기. 이게 바로 터보입니다


 어짜피 버려지는 가스의 압력을 주어 모아 재활용하는 컨셉이니, 효율만 놓고 본다면 연비가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대중화 되면서 가격이 저렴해진 탓에 디젤을 거쳐 가솔린에 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그래도 여전히 비싸지만요)




 출처 : www.mechanicalengineeringblog.com



 버려지는 에너지를 회수해서 사용하다 보니 성능적인 단점이 생기는데, 바로 터보랙 (Turbo lag)이라는 현상입니다. 방귀가 일정량 이상 쌓이지 않으면 발동이 걸리는 현상입니다. 쓰로틀페달 (엑셀)을 밟으면 최대 1초까지의 가속 딜레이가 생기게 되지요. 1초는 터빈을 돌릴 가스를 모으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출처 : www.boostclassifieds.com.au



 소위 가속 딜레이라 불리는 이 시간이 체감상 꽤 깁니다. 밟았는데 어? 안나가네 하다 부왁 나가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응답성의 문제이지만 순간 가속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항상 불만인 부분인데요. 메이커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터보랙을 없에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출처 : bi-turbo.net



 가스가 차는데 시간이 짧게 걸리는 소형터보 두개를 장착한다거나(트윈터보), 두개인 척 한다던지 (트윈 스크롤 터보, 관련 포스팅) 하는 방법으로 개선해 왔습니다. 심지어는 모터를 사용한 터보까지 도입되기에 이릅니다. (바이터보, 관련 포스팅) 랙을 없애기 위해 터보 ‘내부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왔지요.



 

출처 : www.pinterest.com



 그런데 이 딜레이를 터보 내부가 아닌 바깥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트윈 차져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습니다만, 터보차져는 기본적으로 과급기입니다. ( 관련 포스팅) 과급기에는 유사하지만 다른 슈퍼차져라는 친구도 있지요. 펌프를 돌린다는 점은 같지만 이 돌리는 동력을 엔진 차체에서 가져오는 과급기입니다




출처 : www.minitruckinweb.com



 터보차져와 달리 동력을 엔진에서 끌어오기 때문에 소형 엔진에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터보랙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터보차져는 배기가스의 압력을 사용한다고 말씀드렸죠. 배기압(부스트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태생상 가속 딜레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출처 : www.pixelcarart.com



 뭔가 촉이 오시지요? 트윈차져는 터보차져와 슈퍼차져를 합친 극강(?)의 파워유닛입니다. 저속에서는 터보랙 없는 슈퍼차져를, 고속에서는 출력이 빵빵한 터보차져를 사용해 성능과 연비 두 가지를 다 잡는 기술입니다


 폭스바겐에서 개발해서 1.4 엔진에 잘 써먹고 있습니다. 최근 나오는 폴로, 골프, 티구안 등에 장착되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티구안의 1.4 TSI 엔진을 예를 들면, 150마력, 24.5kgf.m 으로 왠만한 중형차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출처 : noticias.autocosmos.com.mx



 트윈차져가 폭스바겐에만 있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더욱이 최신 기술도 아닙니다.

 

 트윈차져는 이미 1980년 초중반, 자동차 경주대회 용으로 개발되었던 오래된 기술입니다 .당시 우승을 휩쓸었던 란치아 델타 S4가 트윈차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출처 : blog.autoinjected.com



 란치아가 출전한 그룹B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클래스로최소한의 규제만 존재한 사실상 마개조의 영역에 있었던 랠리 클래스였습니다. 1986년 S4가 투입되었을 때공차중량은 1톤이 안되는 주제에 최대출력이 1,000마력에 가까운 말도 안되는 스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애초 연비가 아닌 출력을 목적으로 태어 났던 거죠



출처 : forums.probetalk.com



출처 : en.autowp.ru


출처 : www.supercars.net



 톤당 천마력이라니요... YF소나타의 베타엔진이 200마력을 넘지 않는데 무게는 1.5톤이 넘습니다...


 시즌 초 인간의 컨트롤을 벗어난 차가 만들어졌다는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있었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그해 큰 사망사고가 두건이나 일어나게 됩니다. 우선 첫 사고를 낸 차량은 포드 RS200으로 컨트롤을 잃은 차량이 관중을 덮칩니다. 3명 사망에 30명이 크게 다친 대형 사고였습니다. 


 너무 큰 출력탓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발생한 사고였죠.






 그리고 같은해 5전이 열린 프랑스에서 트윈차져의 델타 S4 역시 사고를 냅니다. 미끄러진 차량이 언덕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파. 화재로 이어졌는데, 나중에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시신을 찾았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대형 참사였습니다.


 차량 결함인지, 아니면 단순 사고였는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극한을 달린 출력경쟁으로 인해 희생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소름끼치는 수준의 고성능 경쟁에서 트윈차져 역시 자유로울 순 없었습니다. 


 결국 이 해를 기점으로 WRC 그룹 B 클래스는 막을 내리게 되고 트윈차져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400여대가 생산되긴 했습니다만, 그룹B의 규정상 란치아 델타를 양산타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최초 양산형에의 적용 시도는 닛산에서 있었습니다. 1987년 소형차 마치에 트윈 차져가 장착됐습니다. 닛산 마치는 우리나라로 치면 쉐보레 스파크나 기아 모닝 정도 되는 경차인데, 여기에 어마어마한 과급기가 달린 셈이지요. 폴로도 소형차이니, 폭스바겐의 TSI의 할아버지쯤 되는 셈이네요


(아래 짤의 첫번째 파란색 마치가 트윈터보의 '슈퍼터보' 입니다) 

출처 : minkara.carview.co.jp



 110마력 정도인데, 마치 1.2L의 원래 출력이 69마력이었습니다. 1L도 안되는 엔진에서 두배의 출력을 뽑아버린 위엄. 양산형의 탈을 쓴 괴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양산형이긴 하지만 모터스포츠를 염두에둔 차량이었기 때문에 마치의 스페셜 버전으로 생산되어 양산대수가 그리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대신 레이서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개조를 통해 다양한 경기에 출전했다고 합니다.



출처 : hayw1r3.deviantart.com


출처 : www.thepetrolstop.com


출처 : influx.sandbox.mazemedia.co.uk




 개발되고 양산된지 생각보다 꽤 오래된 기술이지요? 지금까지 대중화가 되지 않은건 다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우선 가격문제. 터보차져의 가격이 꽤나 비싼건 아실겁니다. 인터쿨러등의 부가 시스템 까지 더해져서 가격이 싼편이 아닌데, 슈퍼차져가 추가로 붙으면 당연히 가격은 산으로 갑니다. 부품의 가격만 봐도 그렇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맨 왼쪽에 엔진만한 부품이 트윈차져입니다 -_-;;;)



출처 : www.alvolante.it



 게다가 인티그레이션도 만만치 않습니다. 성격이 다른 두 시스템이 스무스하게 연계되어 돌아가야 한다니요


 터보차져만 봐도 터빈 용량에 배압 세팅에 따라 같은 엔진에서 현격한 성능차이가 납니다. 슈퍼차져와 터보차져를 이런 식으로 각각 셋팅 한 후, 다시 최적화를 하려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아무리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난개발이지요시뮬레이션과 전자제어가 거의 없었던 1980년대 초반에 탄생한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출처 : grabcad.com



 늘어난 부품 수와 가혹해진 환경만큼 내구도 뒷받침 요구되고.. 시장성을 우선해야 하는 일반 자동차 회사에서 쉽게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개발비, 부품비를 회수하려면 높은 차량 가격이 요구되는데, 성능이 일반차량 씹어먹을 정도가 돼야 되지 않겠습니까.



출처 : www.dieselpowermag.com


 

 결국 현 시점에서 트윈차져를 성공적으로 써먹는 건 폭스바겐이 유일합니다


 좁은 공간에 어떻게든 우걱우걱 쑤셔넣었고, 내구도 확보했으며. 대량생산으로 가격도 억제했고, 적용 차종을 다양화 하여 개발 리스크도 줄였고... 성능이야 보장된 상태에 발전된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인해 연비까지 좋게 내놓았지요. 시장에서 호평인데 역시, 세계 1위의 자리를 노리는 폭스바겐 스럽다고 해도 될까요.


 작년부터 골프 TSI도 수입되기 시작했으니 국내에서도 트윈차져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OBD가 걸림돌이 되어 수입이 안되다 FTA가 체결되면서 들어오기 시작했댑니다.) 델타 S4를 어느정도는 느껴볼 수 있겠네요.



출처: www.motorward.com



 

 글을 마무리하면서, 터보에 대한 덧글.

 

 터보의 세계는 참 알면 알수록 오묘한 세계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성능과 연비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엔진 차제의 내구까지 고려해야 하는 그야말로 엔진계의 종합 선물세트 같은데요. 자동차 회사에서 터보를 개발 할 때 얼마나 많은 축척된 정보들이 사용될지 쉽게 보입니다. (옆자리 터보 담당자의 지식은 그야말로 넘사벽 수준입니다.) 


 엔진 종류, 차량 종류에 따른 내부 설계 기준이 곧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일 테지요. 고장도 나지 않고 성능도 잘나오고 연비도 좋은 그런 기준이요. 내부 지침을 따라 만든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 담당자들이 항상 골머리를 앓는걸 보면, 터보는 절대 쉬운 영역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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