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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공학/비행기

잘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2차 대전 멀티롤 항공기들


영국의 드 하빌랜드 모스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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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세계대전은 근대에 있었던 가장 대규모의 전쟁이었습니다. 국력을 모두 쏟아 부은 총력전이었지요. 덕분에 지금 시각으로 봐도 의아한 특이한 개념의 무기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쌍발 엔진을 단 멀티롤 항공기들들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일반적으로 2차대전의 전투기 하면 강력한 엔진에 가볍고 튼튼한 금속제 기체를 떠올리는데요. 경폭격기로 개발된 영국의 드 하빌랜드 모스키토는 이런 개념을 처음부터 뒤엎고 설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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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체를 금속 대신에 목제로 제작하였습니다. 목재가 금속과 같은 강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부피가 더 커야 하는데 이를 설계와 제조공법으로 극복했습니다. 기체를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서였죠. 속도를 위해 역발상을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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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안되는 무게에 무식하게 높은 출력 덕분에 왠만한 전투기들을 처바르는 668km/h의 최고속도(고도 8,535m)를 내는 위엄을 달성했습니다. 빠른 속도를 활용하여 대전 중에 정찰기, 요격기, 폭격기, 심지어는 야간 전투기(!)로 활약하였습니다.




 (불과 20년 뒤, 베트남에서 F-4 팬톰이 비슷한 활약을 하였으니, 일종의 선구자인 셈이로군요.)



잘 알려지지 않은 3국 3색의 독특한 2차 대전 멀티롤 항공기들4F-4 팬톰 / www.byronhartshorn.com



 하지만 모스키토의 진정한 위력은 바로 생존율에 있었습니다. 목재로 되어있는 관계로 레이더에도 잘 잡히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철갑탄을 맞아도 피해가 거의 없었습니다. 부드러운 나무를 그냥 관통해 버린 탓이었습니다. 나무가 불에 잘 붙는다 하여. 모스키토 격추를 위해 전용 소이탄을 쓸 수도 없는 노릇. 대전 말까지 7,781대가 생산되어 2차대전 폭격기중 가장 낮은 손실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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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Bf 110 체르슈퇴러 슈레게무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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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 모스키토가 있다면 독일에는 체르슈퇴러 BF-110이 있습니다. 고속 폭격기로 개발된 모스키토와 달리 BF-110은 처음부터 썅발 전투기로 개발되었습니다. 컨셉은 간단하고 명확했습니다. BF-109 메셔슈미츠의 엔진을 두 개 달면 더 빠르고 강력한 전투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완성된 결론도 간단하고 명확했습니다. 엔진을 두 개 달았더니 폭-_-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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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이 늘어나면 기체가 커집니다. 기동성이 중요한 전투기에게 큰 기체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등장과 동시에 찬사를 받았던 모스키토와 달리 BF-110은 혹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단발 기체와 대적하기도 어려웠음에도 실전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엄청난 손실률을 기록하였습니다. 망작의 스멜이 풀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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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 레이더라는 물건이 개발되었습니다. 전파를 이용해서 가시거리 밖의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격화된 전쟁은 기술발전을 불러왔고 레이더가 비행기에 장착될 정도로 작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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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 BF-110에 레이더가 달리게 되었습니다. 적당히 빠른 속도에 전투기 보다 큰 탑재중량을 가진 탓이었습니다. 일종의 조기경보기로 활약하게 된 것이지요. 큰 덩치에 발각되면 골치 아프니 밤에 다니게 하자. 어래? 어짜피 밤에 다니니까 적들도 잘 못보겠네. 폭격기 편대에 숨어들어 폭격기를 조지자. 야간 전투기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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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F-110은 기체 상부에 위쪽을 향한 대구경 기관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소음 덕분에 슈레게무지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지요. 야밤에 출격하여 폭격기 편대를 찾아다니다, 발견되면 편대의 하부로부터 숨어듭니다. 그리고 드드륵. 기관포로 폭격기를 격추시키고 도주합니다. 이 전략은 꽤나 성공적이었습니다. 밤이라 호위 전투기도 없었고, 등장 초반에는 폭격기들이 왜 격추되는지도 모르고 혼비백산 우왕좌왕 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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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군이 야간전투기의 존재를 깨닫고 모스키토 야간전투기로 투입하면서 전세가 역전되었지만, BF-110이 야간전투기의 선구자였음은 분명합니다. 이후 주축국 연합국을 가리지 않고, 야간전투기들은 폭격기를 베이스로 한 개조 기체로 진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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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육군 P-38 라이트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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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폭격기 출신의 만능기체 모스키토, 최초의 야간전투기 BF-110의 뒤를 이어 소개될 특이한 항공기는 바로 P-38 라이트닝입니다. 성능 부족으로 야간전투기로 전용된 BF-110와 달리 태평양 전선에서 눈부시게 활약한 본격 쌍발 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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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장거리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가급적 본토 멀리까지 마중 나가 전투를 벌여야 했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빠른 속도, 장거리 작전능력, 고공에서의 우수한 비행성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탑재량도 만만치 않아 야간전투기, 정찰기, 경폭격기(?)로 두루 활약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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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함대 사령관이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탄 1식 육공 (G4M) 폭격기를 격추시킨 기체로도 유명합니다. 야마모토는 진주만 기습을 입안했던 장본인으로 미국이 이를 갈고 있었는데,  1943년 남방 전선을 시찰한다는 정보가 똭 하고 잡혔던 거죠. 미국이 당시에 일본의 모든 암호를 해독하고 있던 덕분이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3국 3색의 독특한 2차 대전 멀티롤 항공기들21일본의 1식육공 / www.mission4today.com



 사령관의 항공시찰 계획이 확실해지자 미국은 대담하게도 전선 깊숙히 침투하여 제거하는 작전을 세웠고, 당시에 가장 긴 작전거리를 가진 P-38를 투입합니다. 뛰어난 3,640km의 항속거리와 목숨을 건 파일럿들 덕분에 작전은 대 성공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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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대의 P-38이 부겐빌 상공에서 야마모토의 1식 육공 2대, 6대의 제로센 호위기를 맞닥뜨렸고, 1분 동안의 기습으로 두 대의 1식 육공을 모두 격추해 버리고 맙니다. 인근 활주로에서 제로센 편대가 이륙하여 출격에 나섰지만, 워낙 속도가 빠른지라 붙어 가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P-37 라이트닝의 장거리 이동능력과 빠른 상승능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건이었지요. 



잘 알려지지 않은 3국 3색의 독특한 2차 대전 멀티롤 항공기들23독일의 Fw-190 포케볼프 / namu.wiki



 저도 모르게 옆길로 많이 새어 버렸네요. 태평양전쟁 뿐만 아니라 독일 본토전에서도 P-38는 Fw-190 포케볼프와 호각의 성능을 보여 주었고, 모의전에서 스핏파이어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다는 여담들도 있습니다. 단발이 아닌 쌍발 전투기도 충분히 훌륭한 성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한 기체가 바로 라이트닝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대전 말기 쟁쟁한 전투기의 등장에 1선에서 물러나긴 했습니다만, 기본기가 워낙 탄탄한 탓에 다른 두 기체와 마찬가지로 정찰기, 야간전투기, 경폭격기 등으로 종전까지 맹 활약하고 은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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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배경은 개발 국가가 모두 다르지만 세 기체 모두 빠른 속도, 우수한 탑재 중량, 장거리 이동 능력을 두루 갖춘 공통점을 가졌다는건 상당히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결국 기술발전의 방향은 모두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고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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