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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R&D가 보수적인 이유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회사에서 두 번째로 꼼꼼한 부서 연구 개발 담당>

 


 R&D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 개발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축약 해놓은 용어입니다. 대중화 되어서 어느 회사에도 '알엔디'라고 부르면 연구소를 가리킵니다. 제가 몸담았던 부서이고, 지금도 가장 가깝게 업무를 하는 부서이기도 해서 많이 익숙한 편입니다.

 


출처 : www.technologytell.com



 제목에 두 번째로 꼼꼼하다고 표현했습니다만, 회계담당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뭐 돈을 만지는 부서는 자동차 회사 뿐만이 아니라 어디든 비슷할 겁니다. 그럼 하고 많은 부서중에 왜 굳이 연구개발담당을 꼼꼼하기로 소문난 부서 2등에 올렸을까요?



출처 : www.ucl.ac.uk



 항상 서두에 결론을 내리고 가는 군요. 제 습관일런지도... 그 이유는 바로 자동차가 가진 특수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선 가격이 고가임에도 조낸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닙니다. 



출처 : leidorf.blogspot.com



 토요타, 폭스바겐, 지엠의 각각 연간 생산량이 800만대 안팎이니 네 회사가 일년에 뱉어내는 차량만 단순 계산으로 2,400만대 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일년에 차한대씩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출처 : globalpressclub.com



 많은 수의 차량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잘만들어도 불량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0.01%만 계산해도 2,400대 입니다. 아래 자료를 한번 보시죠. 2010년 북미 리콜 자료를 보면 브랜드 판매량 순서대로 리콜이 발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news.safetybook.org



사실 0..01% 정도 수치이면 설계 오류라기 보다는 기타 원인들에 의한 불량일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한번 불량 발생하면, 설계쪽 부터 재 검토가 시작됩니다.


 업무 자체가 꼼꼼할 수 밖에 없어요.



출처 : www.cotsjournalonline.com



 잠깐 다른 이야입니다만, 이 정도는 거의 문제가 없다고 보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그 0.01% 구매자에 포함된다면, 0.01%의 수치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자신에게는 불량률 100%의 차종이 되어 버립니다. 


 수치는 당사자에 따라 정말 주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무조건 완벽한 차를 만들어 내야겠죠.



출처 : www.cadillac.com



 자동차의 또 다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을 태우고 고속으로 달린다는 점입니다. 요즘 차량의 성능들이 좋아져서 시속 100km가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여집니다만, 이 정도 속도는 사고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기에 모자람이 없는 상당한 고속입니다. 



출처 : morganalyx.wordpress.com



 만약 차에 문제가 생겨 사고가 난다면, 그것도 원인이 설계 미스에 있었다면. 이건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과실입니다. 


 예를 들어 주행중에 속도계나 기타 조작 장치들이 갑자기 꺼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엔진 시동이 꺼진다거나, 선루프가 깨진다면? 아마 한번씩은 들어 보았을 법한 사고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고들은 사망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출처 : www.nltimes.nl



 거의 모두 자동차 설계 오류에서 비롯된다고 의심받고 있지요. 연구소가 보수적인 분위기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전 생활백서 포스팅에서 엔진의 기술 발전이 눈부시다고 언급 했습니다만 (포스팅 클릭) 최근 기술 발전은 생각보다 과감해 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보수적인 분야에서 이렇게 과감해 졌다는 건, 그 만큼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어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봐도 되겠죠.



출처 : wonderfulengineering.com



 현대 자동차에서 2010년 전후로 직분사를 적용한 건, 1999년 에쿠스에 첫 적용했다가 문제가 있어 뺀 이후 약 10년 동안의 연구 개발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작년에 벤츠에서 동시에 전 모델에 직분사를 적용한 건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입니다.


출처 : www.eurocarnews.com



 이런 부서의 특성이 부서 분위기와도 연결되는데요. 보수적인 관계로 서열이 확실하고 위계가 잡혀있는 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열에 관계 없이 담당자의 주장이 상당히 존중되는 편이기도 합니다. 


 특이하지요? 위 아래가 있는데 아래를 무시하지 못한다라. 자동차 부품 자체가 보수적인 성격을 띄고, 관련 엔지니어가 보수적으로 이슈에 접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출처 : www.austinupa.org



 이런 분위기 때문에 사석에서는 선임, 주임, 선 후배끼리 깍듯이 하다가도 업무에서는 토론하는 장면이 왕왕 연출되지요. 팀장과 같은 결재권자가 일을 결정하기 전에 담당자의 의견을 반드시 물어보는 장면도 자주 목격됩니다.



 자동차 개발의 중추에 있는 연구개발담당을 살짝 엿보았는데요. 지금은 비록 몸담고 있진 않지만, 고생도 많고 보람도 많고 여러가지 일들이 있는 곳이 연구소임에는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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