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T가 훌륭한 시스템 임에도 불구하고 드는 두 가지 의문들
DCT라고 들어 보셨을 겁니다. 듀얼 클러치 트랜스 미션의 약자로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 중간에 있는 신박한 물건입니다. (폭스바겐의 DSG가 유명하죠.)
출처 : www.skoda-auto.pt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력을 연결하는 클러치에 있는데, 자동변속기는 유체클러치 (토크컨버터), 수동변속기는 마찰클러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www.fourwheeler.com
자동의 유체클러치는 기름이라는 '완충 매개체'를 가진 덕분에 별도 조작이 필요 없습니다만, 수동의 마찰클러치는 직접 발로 작동시켜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변속할 때 동력을 끊었다 연결했다 해야 합니다.)
출처 : Multi Plate Clutch - YouTube
어? 불편하다고요? 수동 좋아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수동을 좋아합니다만, 불편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불편까지도 재미로 여기는 탓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뿐이지요.
그래서 두둥. '자동이면서 수동과 같은 즐거움을 주되 불편함을 없애고, 변속 속도를 빠르게 한다' 라는 컨셉으로 나온게 바로 DCT 입니다.
출처 : motorreview.com
자동변속기와 달리 변속시 즉각적인 응답을 가질 수 있으며 (자동변속기의 매뉴얼 모드는 변속 딜레이가 제법 있습니다. 0.5초이니 ‘탁탁’ 이아닌 ‘타악-탁’ 정도?) 기본 메커니즘이 같은 관계로 수동과 유사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일반 수동변속기에 클러치를 하나 더 추가되어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형상이지요. 두 개의 클러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변속에 대비해서 기어를 미리 물려 놓을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출처 : www.thecarsecrets.net
그런데 DCT를 접하고 난 후 두 가지 의문에 시달려 왔습니다.
3단을 사용중이라면 다른 축에 달려있는 2단과 4단이 미리 대기 중이라는 소리인데, 2단으로 감속할지, 4단으로 가속할지, 어떤걸 사용할 지 어떻게 알고 미리 물려 놓는다는 거지?
그리고 장점이 많은 변속기인데 왜 이렇게 길거리에서 보이질 않는 거지?
출처 : ducatisport2013.blogspot.com
위에서 클러치가 두 개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은 변속기 두 개를 붙인 쪽에 더 가깝습니다. 한 개의 변속기는 1,3,5단, 다른쪽 변속기는 2,4,6단이 장착되어있는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출처 : world.honda.com
가속 중 1단에서 2단으로 변속을 보죠. 1단 클러치가 붙어 바퀴를 돌리고 있고, 2단이 같이 돌면서 대기중입니다. 클러치만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때 운전자가 가속을 하면 DCT는 1단 클러치를 떼고, 2단 클러치를 붙입니다. 간단한 동작으로 순식간에 변속이 완료됩니다.
감속때도 마찬가지지요. 2단에서 1단으로 가는 경우. 미리 1단으로 변속되어 대기하는 클러치를 '붙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1단이 붙는 순간, 2단쪽 클러치는 떨어지게 되겠지요.
출처 : kfz-tech.de
문제는 중속 단인데, 예를 들어 3단 같은 경우 4단으로 갈지 2단으로 갈지 운전자만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변속을 할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여기였지요.
기계가 천잰가? 어떻게 운전자의 마음을 읽고 미리 변속을 해 놓지?
출처 : onoffre.com
정답은 바로 바로 전자제어에 있었습니다.
3단내 사용 가능한 rpm (엔진회전수)이 셋팅 되어 있고. 기준 rpm이 넘으면 4단, 넘지 못하면 2단을 준비하는 로직으로 작동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덕분에 적정 rpm이 되지 않으면 3단에서 4단으로의 변속이 제한됩니다. 아무리 운전자가 쉬프트 업 버튼을 눌려도 컨트롤러가 이를 허용하지 않죠. (이건. 자동변속기에서 수동모드와 같은 로직 이로군요. -_-;;;)
출처 : www.mathworks.com
결국 DCT 역시 수동의 탈을 쓴 사실상 자동 변속기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출처 : gearheads.org
그러면 다음 의문이 자연스럽게 해결 됩니다. 왜 대중화가 늦어지는가.
전자제어가 필요한 장치는 일반 기계식 장치보다 가격이 비쌉니다. 게다가 듀얼 클러치이지 사실 두 개의 변속기를 붙여놓은 구조였지요? 또 가격이 비싸집니다.
출처 : www.largus.fr
덩치가 크니 보다 큰 공간이 필요하고 중량도 무거워집니다. 연비 때문에 1~2kg를 줄이려고 업계가 난리인데, 더 무거워진다니요. (다판 클러치 컨트롤을 위해 컨트롤러, 밸브트레인이 달려 있는건 자동변속기와 똑같습니다.)
출처 : www.e90post.com
최근 자동변속기의 연비가 수동을 많이 따라가고 있는데 굳이 비싸고 무거운 DCT를 쓸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덤으로 복잡한 구조는 낮은 신뢰성을 불러와서 고장이 잘 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DCT인 DCG가 실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2013년에 있었던 DSG 리콜은 시스템의 개발이 만만치 않음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DSG 리콜기사 )
출처 : www.ausmotive.com
DCT는 여전히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사용 중입니다. 분명 변속성능 향상과 함께 일부 연비개선 효과도 있습니다. 기계적으로도 훌륭한 시스템이지요.
하지만 시스템을 컨트롤 하는 추가장비와 복잡한 구조에서 오는 높은 단가 - 경제적인 관점 - 에서 봤을 때 자동차 업계, 특히 대중적인 차를 만들어야 하는 회사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옵션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당분간은 고가의 수입차량 에서만 만나 볼 수 있을 듯....
(폭스바겐 라인업을 고급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한테는 고급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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