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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외국계는 정말 부드러운 사내 문화를 가지나요?


업무 절차 - 프로세스는 신이요 곧 법이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외국계입니다. 


 ‘외국계’라는 단어가 약간은 긍정적인 이미지 받아들여지는 듯 합니다만,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저는 외국계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외국계 회사들과 유사한, 혹은 국내 기업들과는 약간은 다른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www.ogilvy.com



 대표적인 차이점 중 하나. 바로 프로세스 입니다. 국내 회사들은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너의 지시가 곧 법이고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돈 주는데 별 수 있나요. 까라면(?) 까는 거지요. 


 이번에 터진 땅콩회항 사건이 바로 이런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오너가 바른 방향으로 회사를 인도하면 미친 듯이 발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잘못된 방향이라면 회사를 말아먹는 것도 한 순간이지요.



출처 : yourstory.com




 하지만 외국계. 특히 미국계 회사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사회에서 의결된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끕니다. CEO는 길을 제시하지만 그 방법은 기존 업무절차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만일 CEO의 지시가 회사 절차에 어긋난다면, 직원들이 따를 수 없는 구조를 가집니다. 



출처 : planningguide.com



 왜냐구요? 누가 대장이 되더라도 회사가 돌아가려면 ‘프로세스’라 불리 우는 업무절차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회사의 수장이 자주 바뀌는 특성이 있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 온 뒤로 최고경영자자리가 벌써 네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한 명당 거의 평균 3년정도 였습니다 -_-) 




출처 : www.purdue.edu



 덕분에 크게 발전하지도, 크게 잘못되지도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 사단이 나긴 했군요ㅋ)


 최근 프로세스를 개정하는 등의 변화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만, 여전히 프로세스는 절대적이며 바로 법입니다. 실적이 나쁘면 고과만 나쁘지만, 프로세스를 어기면 회사를 나가야 합니다. 


 가차없습니다. 만약 프로세스 위반으로 회사가 치명적인 손실을 입게 되면 사원이고 대리고 사장이고 회장이고 없습니다. 짐싸들고 회사를 나가야 합니다. 아니 짐에 손도 못 대는군요. 몸만 쫒아 냅니다. 짐은 나중에 정리해서 집으로 보내주거든요. 




출처 : www.enmast.com



 직접보진 못했습니다만, 다른 층에 담당 임원이 해고되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살벌했다고. 당사자도 몰랐는데 갑자기 시큐리티가 들이닥치더니 그냥 나가라고 하더랍니다. 미드에서 보던 해고장면은 그나마 양반 이라는 듯.



출처 : www.hrsolutions-uk.com



 여튼 프로세스가 우선시 되는 문화 덕에 업무 담당에 대한 구분이 명확한 편입니다. 크게는 부서간 업무, 작게는 나와 옆 사람이 해야 할 일이 각각 정해져 있습니다. 더러 겹치는 영역이 없진 않습니다만, 분명, 오너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내 기업들에 비해서는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출처 : entrepreneursky.com



 일의 분장이 잘 되어있다는 이야기는 책임소재도 확실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내가 맡은 업무는 내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하므로 건성하는 편이 없습니다. 절차를 놓치고 일을 했다 문제라도 생기면 내가 책임 저야지요. 자기가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잘 마스터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면은 부서간 조직문화 뿐만 아니라 상하사간의 관계에서도 엿보여 지는데요. 


 흠 조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네요. 저희 부사장이 지나가는데 먼저 굿모닝 하고 인사를 건네더군요. 




출처 : galleryhip.com



 예전 회사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장면입니다. 부사장 정도 되면 비서직원이 동행하는 바람에 멀리서도 알 수 있습니다. 높은 사람이 오는 낌새가 들면 도망가기 바쁩니다. (저는 저희 부사장이 다가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외국계는 그런 분위기가 없지요. 



출처 : sites.ewu.edu



 수직적인 조직이지만, 수평적인 특징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프로세스. 업무절차에서 비롯된 바가 큽니다. 부사장도 저도 회사에 고용된 근로자이고, 맡은바 업무만 잘하면 될 뿐입니다. 


 (물론 경영진을 무시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시기를.... 받을어 모시지 않을 뿐, 존경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습니다. 오더가 떨어지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건 매한가지 입니다.)


 프로세스에 기인한 기업문화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합니다.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이 글을 읽으시면 아마 업무절차가 잘 되어있는 회사가 좋겠구나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는데, 매번 바뀌는 프로세스를 항상 숙지해야 하는 것들, 절차를 정리하기 위한 절차를 만드는 것들, 절차 외 행동에는 무한책임이 따른다는 것들은 분명 장점은 아니겠지요. 


 발전이 더딘 회사에는 기회도 적다는 사실. 독일의 자동차 회사들이 오너중심의 경영체계를 가지고 있는 점을 상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안정이냐 발전이냐를 보면, 오너중심의 문화, 프로세스 중심의 문화, 둘 중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게 현실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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