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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자동차 회사/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자동차 회사 생활백서 - 사람이 힘들면 차도 힘들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어 살기좋은 우리나라?

 


 이제 거의 겨울이 끝나갑니다


 올 겨울은 많이 건조했을 뿐 그렇게 추운 날이 잘 없었습니다.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13도 정도 였었죠. 작년 겨울에 비해 양반이었던 게 아마 영하 18도 까지 떨어졌던가 그랬을 겁니다


 서울이 이 정도면 강원 산간은 거의 영하 30도까지 떨어집니다. (공식기록은 1981년 양평의 영하 32) 누가 그러더군요. 철원의 또 다른 별명이 철베리아라고



출처 : visityakutia.com



 한국 전쟁때 천조국군이 고생했던 것도 러시아 뺌치는 추운 날씨였다고 합니다. 1950 11월 장진호 전투는 (엔하위키 링크) 세계 3대 동계전투로 꼽힐 만큼 악명 높았지요. 전력의 30%가 동사한 전무후무한 전투였습니다. 꽤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출처 : fenwaypark100.org



 흠. 잠시 이야기가 샜군요. 보다 높은 위도의 북유럽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의 겨울 평균 기온은 꽤나 낮은 편입니다. (짤이 아마 2013년 이었던가 그럴겁니다.)

 







 그렇다고 여름이 서늘하느냐.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분지로 되어있는 대구는 1994 39를 찍으면서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서울도 38도를 기록해 아스팔트에 계란 후라이를 했다는 등의 증언도 있었지요. 저도 그때 뉴스를 봤는데 아스팔트 온도가 50도를 넘었었습니다



출처 : www.iaauae.org



 그야말로 생지옥, 헬게이트가 따로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혹서는 유달리 괴로운 편인데 매우 높은 습도 덕분에 높은 온도의 사막보다 더 힘든 편입니다. 사막의 고온은 햇빛만 피하면 서늘합니다.



출처 : en.wikipedia.org



 한파와 폭염의 공식적인 기록만 놓고 보면 영하 32도와 영상 40도 입니다. 두 절기의 최대 차이는 당연히 72도이겠지요? 물을 끓여도 72도면 라면이 익을 정도의 온도입니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온도의 폭이 큰 나라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


 추운 곳이라면 얼지 않게 대비를, 더운 곳이라면 퍼지지 않게 대비를 하면 좋은데 우리나라는 둘 다 채비 해야 하니 자동차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출처 : www.digitaltrends.com



 이를 위해 차량의 성능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몇 곳 있습니다. 습하고 더운 부산 해안가, 무지막지한 더위를 가진 대구, 기상청 제공 온도따위는 씹어드시는 한겨울 철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시사철 낮은 기압을 가진 강원도 고지


 이 네군대 정도는 매 여름 겨울을 가리지 않고 꼭꼭 찾아가지요. 이들 중 특히 한겨울 강원도 산간은 추운데다가 기압까지 낮은 크리가 터지므로 반드시 들러야 하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출처 :  www.boomsbeat.com



 기압이 낮다는 소리는 공기 밀도가 낮다는 소리이고, 밀도가 낮으면 엔진연소를 위한 산소량이 부족하다는 소리이거든요. 한 겨울밤 영하 30도로 꽝꽝 얼은 엔진을 돌리는데 산소까지 부족하다니요. 빡셔도 이렇게 빡실 수 없습니다. 덕분에 미시령 대관령쪽에 사는 분들은 위장막을 씌운 시험차를 한번씩은 보셨으리라 봅니다.



출처 : blog.truecar.com



 실제 테스트 하러 철원인근을 가면,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아 키를 몇 번씩 돌리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합니다. 부동액이 들어간 냉각수가 얼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차안도 추워서 양말을 몇겹씩 껴입었던 기억이 나눈군요.

 


출처 : www.suksawat.nl




 여름의 더위와 습기도 가혹한 조건이긴 매한가지입니다. 예보 기온이 30도라도 아스팔트로 달구어진 지면온도는 40도를 넘기 쉽상 인데요


 기온이 높으면 마찬가지로 공기밀도가 떨어지고 (PV=nRT) 거기에 물까지 들어가있으니, 잘나오던 자동차 출력이 죽죽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10% 내외의 출력감소가 측정되곤 합니다. 사람이 헐떡거릴 환경은 자동차에게도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출처 : www.dentelle-solihull.co.uk



 부산의 바닷가가 딱 이런 환경인데, 부산 반송이라는 동네에는 난이도 최상의 경사도까지 갖추고 있어 차를 괴롭히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입니다. 예전 회사 팀 블로그에 한번 올린 적이 있군요. (관련 포스팅) 여름에는 2단으로 올라가지도 못하지요. 정지했다가 출발할 때 시동이 꺼지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_-;;;)



출처 : http://blog.gm-korea.co.kr (위저드아이언)



 사람에게도 빡신 환경은 자동차에게도 빡시다는 사실.


 어릴 때 사계절이 뚜렷하여 살기 좋은 나라라고 배웠습니다만, 점점 커가면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 자연환경은 분명 빡신게 맞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자동차 개발자들이 이렇게 고생할 일이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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